2018.05.05.@gilma
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팹시콜라입니다.
고소한 기름 냄새 맡으면서 하루종일 오매불망 손님을 기다리다가 해가지고 한참 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 벨소리에 내 차례를 기다리다가 반반이의 선발에 꼽사리로 불려온 콜라입니다. 짜리몽땅한 몸집이지만 톡 쏘는 맛은 그 어느 콜라에 뒤지지 않아요.
제 이름 보이시나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도 보이시죠?
저는 콜라와 다르게 아주 조용한 곳에서 살다가 온 핫식스라고 합니다. 저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공장에서 태어나자마자 근처 대학 도서관 자판기에 들어가 있었어요. 저도 콜라처럼 누군가 저를 선택해주길 이제나 저제나 기다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콜라보다 더 조용하고 심심하고 적적하고... 그랬답니다. 그러다가 결국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나오자마자 또 조용한 열람실 책상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네요.
제 이름 보이시나요?!
콜라, 학식스요?!!
아뇨~ 그 이름 말고.. 제 머리에 적혀있는 이름 말이에요. 저랑 콜라는 완전 다른 곳에서 태어나서 살아온 길도 다르고 맛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고 다 다른데.. 왜 같은 이름을 붙여준거죠?
잘 안보이신다구요?! 잘 보세요. 제 머리에 적힌 점자 이름과 콜라 머리에 적힌 점자 이름이요... 왜 같을까요?! 저도 그게 제 이름인줄 알고 여지껏 살았는데.. 우리
분명 태어날 때, 공장에서 이걸 보고 앞을 보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제가 시원한 한 순간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배웠거든요. 그런데.. 이게 너도 나도 다 똑같은 이름의 음료라면....
어이가 없네요. 앞이 안보이는 분들도 캔을 잡고, 콜라, 사이다, 핫식스, 주스 등은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어떻게 다 음료라고 적어놓을 수 있는거냐구요... ㅠ
@gilma님이 그러시는데 사람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다고 하네요. 뭐든 같은걸로 취급하고 뭐든 같은 잣대로 평가하려고 한다네요. 그래서 만들어진 입시제도, 평정제도, 블라블라.. 사람일엔 잘 관심없어서 다 까먹기는 했어요.
그런데 어른들이 만든 제도 때문에 저희 음료처럼 아이들도 같은 과목, 같은 운동, 같은 학원을 무조건 배워야하고, 좋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들어가기 위해서 엄청난 낭비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콜라이든 사이다이든 주스든.. 음료라는 같은 이름표를 가지기 위해서 엄청 노력한다는거죠. 너무 안타까워요.
도대체 언제쯤 우리의 각기 다른 특성을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그런 날이 올까요?!
오늘, 어린이 날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오늘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신나게 하루를 뛰어 놀았던 아이들도.. 내일부터는 또 똑같은 일상으로 들어가야겠죠?! 이 친구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그 생각과 제도가 조금은 달라질까요?
"제발 나를 나로 불러줘 call my name"
속이 답답하네요. “음료”라고 적혀있는 이온음료 한 캔 해야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한 밤되세요!
열심히 달릴 수 있는 운동복을 걸쳐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