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걷다가 본 산티아고 표지석은 지금껏의 표지석과 다르다.

지금껏은 몇킬로가 남았다고 킬로미터 단위로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킬로미터와 미터도 표시가 되어 있다.
이제 정말로 이 여정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
숫자가 세밀해지니 꼭 카운드 다운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심장이 쫄깃해진다.
우리는 아마도 일주일 정도만 더 걸으면 산티아고에 도착할 것이다.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앞으로 남은 날은 하루에 걷는 거리가 그렇게 길게 걷지 않게 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걸음 하나하나를 아끼며 걸어가란 의미일 것이다.
한달이 넘는 여정 중 이제 겨우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해준 코스일 것이다.
특히나 이 길을 처음부터 걸었던 사람들은 이쯤되면 걷는 것이 주는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을 때쯤이다.
하루하루가 한걸음한걸음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때쯤이다.
점심 때가 되어서 산속 마을에서 기르는 소들도 점심을 먹으러 풀밭으로 이동중이다.
낯선 풍경이어서 멀찌감치 떨어져 걷게 된다.ㅋ
아침에 늦게 출발해서 처음 먹는 끼니가 점심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 걷는 길이 너무 수월해서 그다지 배도 고프지 않다.
바에 들려서 간단하게 샐러드 한 접시 주문하고 맥주를 한잔씩 마셨다.
산골 마을 바의 주인 아주머니가 한국말로 인사를 너무 자연스럽게 하신다.
최근 들어 한국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많이 온다더니 이런 걸 보면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가끔 알베르게나 레스토랑에서 안내 표지판을 적어 놓은 것을 볼 때도 이걸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는 안내 표지판이 있으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그리고 한국어로 ‘문 열었음’ 정도로 써 있다.
최소한 산티아고를 오는 사람들 중 한국인은 랭킹 4위는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이 길에 왔으면 좋겠다.
언제나 시간과 일에 쫓겨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과 남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이 길은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아무튼 갈 길이 멀지 않은 터라 느긋하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있는데, 말을 타고 산을 넘는 사람들의 행렬이 보인다.
말을 타고 정상까지만 올라가는 것인 줄 알았는데, 계속 타고 내려가기도 하는 것 같다.
어쨌든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라 구경을 하고 있는데, 말들이 꽤 멋지게 지나간다.
말 타는 사람들 행렬 뒤에 브라질 친구들이 천천히 걸어내려오고 있었다.
우리가 오늘 매우 늦게 출발한 걸 생각하면 이들도 꽤 늦게 걷고 있는 것이다.
어제 다리가 많이 아프다며 로지가 걱정을 하더니 정말로 엘리오도 벳토도 매우 느리게 내려오고 있었다.
오늘 엘리오의 생일이라니 이따 목적지에 도착해 엘리오를 다시 볼 수 있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이때는 간단히 인사만 나누었다.


오늘 목적지인 마을 들어서기 전 있는 표지석에 139킬로 남았다고 되어 있다.
와~ 이쯤 되니 남은 킬로 수가 훅훅 준다.
아깝다.
왠지 139킬로라고 하니 이삼일이면 다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걸으면 더 걸리겠지만, 심리적 거리가 아주 짧게 느껴진다.
이쯤부터 우리는 매일매일이 짧아지는 거리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걸었던 것 같다.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
@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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