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나 자신에게 하고 있는 질문은 "넌 사랑이 뭔지 알고 있어?"이다.
한국의 교육정책이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철저한 신비주의 정책을 표방하고 있고 그나마 자율적으로 개인학습이라도 하려고 하면 "사랑"이 얼마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기초과정부터 심화과정까지 강제 교육을 받아야했다.
그나마 음악, TV, 영화, 책, 웹툰과 같은 간접매체들이 사랑에 대해서 심도있게 다뤄주고 있기는 하지만 기초교육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심화 매체를 이용하게 되면 오히려 본질적인 것은 놓치고 치장에 불가한 외형적인 것만 습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운 나쁘게 심화매체로 성인용 비디오가 낙찰되어버리면 제대로 된 교육이 되는 건 물건너 가 버린다.
게다가 종족번식에 대한 본능이 이성을 강하게 억누르고 있는 남자라는 종족으로 태어났다보니 사랑에 대해 스스로 깨우친다는 것은 상대성이론을 한번 읽어보고 깨우치는 것 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열악하고 척박하고 끔찍한 환경에서 사랑에 대해 스스로 정의내려 "이 어린 것들. 사랑이란 말야~~"라고 떠들고 다닌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고 결국 사랑이란 보이지도 않는 것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가며 지금에 이르고 말았다.
그렇다보니 지금도 "너 그 사람 사랑해?"라고 물어보거나 "나 정말 사랑해요?"라고 물어보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혹시 멍하니 있을때면 네가 생각나서 가슴 두근거리고 항상 보고 싶고 예쁜 옷 보면 네 생각이 나는게 사랑이라면 널 정말 사랑하고 있는거지"라고 말을 해 주고 싶지만 "그건 사랑이 아냐"라고 말할까봐 소심한 마음에 그냥 "응"이라고 대답하고 만다. 여자라는 종족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기에 대뜸 "얼마나"라는 질문이 돌아와버리는데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는 내가 뭐라 대답하겠는가.
사랑이라는게 대충 어떤 것인지는 인류에게 공식적으로 기록이 남기 시작했던 청동기 시대부터 끊임없는 연구와 정의를 해 왔으니 감은 잡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서 구명조끼가 하나밖에 없을 때 아무런 망설임없이 그 구명조끼를 건내줄 수 있는 것, 일주일을 굶었어도 그녀가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면 남은 돈 모두 털어서 사 줄 수 있는 것 등등 써 내려가자면 하루종일 써 내려갈 수 있을 만큼이나 된다.
하지만 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날 사랑한다면 내일 당장 그 회사 그만둬."라고 말을 한다면 내가 목숨을 버릴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거절할 것이다. "내일부터 담배,술 끊어."라던가 "집에서 베그게임하지마"라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팔 하나는 떼어줄 수 있겠지만 나 자신을 이루고 있는 근본을 흔들어버리는 요구는 단호하게 거절할 것이다.
이것도 과연 사랑일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랑이 다르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사랑이 다르기에 분명 한가지로 정의내릴 수도 없고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측정장치도 없다. [세상]이라는 것을 정의하고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 가장 많이 알려져있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도 정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것. X파일과 TV시리즈 (태양의후예,괞찬아,사랑이야 등..)와 수많은 영화에서 나왔던 "그들"보다도 훨씬 더 막연한 것.
...... 과연 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