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집값, 특히 소형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죠.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금융화"가 그 이유라고 봅니다.
여기서 금융화는 주택, 특히 아파트, 그 중에서도 소형 아파트가 금융 상품과 같은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에 집은 구매의 대상이었죠.
즉 돈을 모아서 (대출을 받기도 했겠지만) 구매하는 상품입니다.
이 경우에 유효 수요는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즉 소득을 저축해서 집값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죠. 물론 집이란 것이 비싼 물건이니, 한두 해 저축해서 될 일은 아니고 보통 10년, 20년씩 저축해서 사게 됩니다.
이렇게 집을 구매의 대상으로 본다면 소득 대비 집값(PIR)이 집값이 적정한지의 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적정한 기간 동안 모을 수 있는 돈이 집의 가격을 결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연봉 1억인 사람이 집을 사기 위해 1년에 3천만원씩 저축할 수 있고, 평균 20년간 저축한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이 살 만한 집의 가격은 6억원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변화들이, 아파트를 구매의 대상이 아니라 사실상 임대 거주의 대상으로 변화시키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는 규격화되어 있어 가격이 비교적 투명하고, 거래가 쉽습니다.
투명한 가격과 환금성을 바탕으로 담보 대출도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제 집을 꼭 돈을 모아서 구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담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이자만 지불하다가 되파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집값의 기준은 더이상 저축으로 만들 수 있는 금액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자 부담 능력과 이자율이 집값을 결정하게 됩니다. 식으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자부담 = 집값 * 이자
집값 = 이자부담 / 이자
예를 들어 (연봉 1억원이고) 집세로 한 달에 200만원을 지출할 수 있는 사람이 살 만한 집의 가격은 이자율이 3%라고 가정할 때 8억원이 됩니다. 이자율이 2%이면 12억원입니다.
월세를 살든,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서 살다가 되팔든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월세 금리와 대출 금리는 현실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규격화된 아파트 + 쉬운 대출 + 낮은 금리가 집값을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파트가 왜 단독주택이나 빌라보다 비싼지를 설명하는 한 가지 이유입니다.
대출이 왜 집값을 끌어올리는지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즉 대출을 제한하면 이 메커니즘의 작동을 방해해서 집값이 내려갑니다.)
집값이 금리에 좌우된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즉 금리가 내려서 집값이 올라갔고,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내려갑니다.)
이와 같은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것이 소형 아파트의 투자상품화입니다.
대형은 아직 전세가 많지만, 소형 아파트의 경우 월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월세로 사는 사람도 늘어났고, 베이비붐 세대가 월세를 목적으로 소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규격화와 쉬운 거래에 더해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소형 아파트의 투자상품화를 가져왔습니다.
즉 아파트를 xx 위치에 xx평을 차지하고 있는 실물이 아니라, 마치 월 xx원의 세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이나 주식과 같은 추상화된 금융투자상품으로 생각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 경우 집값은 위와 같은 공식으로 결정됩니다. 즉 "집값 = 월세 / 이자"입니다.
여기에서 월세가 오르기는 어렵습니다. 아파트의 노후화나 지역의 인기도 변화를 제외한다면 주민들의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변화의 속도는 상당히 느립니다.
다음 기사는 2011년 말과 2017년 말을 비교해서 집값, 전세값은 많이 올랐지만 월세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내용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5/2018020501686.html
그렇다면 집값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이자입니다. 월세 투자에 적당한 소형 아파트일수록 이자율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가격이 움직일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최근 금리가 내리면서 왜 소형 아파트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금리가 오르면 반대로 많이 내릴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길게 설명드렸습니다만, 다음이 저의 결론입니다.
최근 몇 년간 아파트, 특히 소형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주요 원인은 저렴한 금리였다.
이제 금리가 인상됨에 따라서 역으로 아파트, 특히 소형 아파트 가격은 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