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섹슈얼리티

ggenc1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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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국내에서 가장 뜨거웠던 암호 화폐 뉴스 탓에 우주여행과 화성 탐사 계획, 차세대 에너지,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에 관계된 수많은 첨단 기술들에 대한 뉴스들이 잠시 뜸하고 있는 듯하지만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CES2018에서는 복합적이며 불확실한 우리의 미래 사회 랜드스케이프에 대한 통찰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가 화두로 회자되었다.
바로 기계에 의해 그 모호성이 가속화되는 인류의 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당장에 성 관련 시장에 대한 4차 산업 혁명의 영향과 그 사회적, 경제적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다수 대중들의 성 의식과 윤리라는 관점에서 다소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불러오게 될 인류학적, 사회적 영향은 결단코 그 어떤 신기술의 영향보다 심각하며 강렬한 것이라는 사실을 먼저 강조해두어야만 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적으로 선진적 사회 구조를 가진 나라들에서 심각한 출산율 저하와 인구 절벽을 예측하고 있으며, 이미 심화 되어가고 있는 인류의 성적 정체성의 다원성과 애매성 같은 현상은 노동시장의 대체만이 아닌 로봇의 섹슈얼리티로부여로서 보다 급격히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헐리웃 배우들의 얼굴을 동영상에 합성한 deepfake는 네트워상의 아이덴티티의 혼란을 초래한 기술로 큰 논란이 되었다

독일의 한 리서치 팀이 개발한 face Swap이라는 가상의 이미지 생성기술은 누구의 얼굴로도 표정을 자연스럽게 재현할수 있다.

사실 인공물의 성적 대상화이라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제는 나름 보편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섹스토이라는 것도 그 형식은 원시적이지만 분명한 인간의 원초적인 성적 욕망이 투영된 인공의 성적 대상물이기 때문이다. 섹스토이와 포르노그래피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에서 수천 년이 넘었다는 이야기는 일단 차치해두고, 당장 현재적 시점에서 그것이 VR 기술이나 구글의 첨단 이미지 합성 기술로 어떠한 형태로 진화하고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것인지 최근 화제가 되었던 외신 보도를 통해 대략이나마 예측할수 있다. 특히 물리적 애플리케이션의 정교함을 넘어서 또 다른 한 개인의 정체성 정의에 한 축을 차지하는 네트워크상에서의 정보와 시각물을 합성, 편집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실제적 아이덴티티와 가짜 사이의 경계를 뒤흔드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는 그 구분을 의도적으로 혼동시키는 것이라는 가능한 첨단 기술이라는 점에서 기술의 성숙도가 완벽에 가까워졌을 때의 파생력과 사회적 혼란은 감히 예측하기도 어려운 재난이 될수 있다.

4차 산업 혁명과 관계된 복합적이고 정교한 인공지능 베이스의 기술이 등장하기 이전의 사회적 성 의식과 일반적인 기술에 대한 관념과 인식의 속도는 매우 구별된 것처럼 보였다. VCR과 인터넷 기술의 파급 이면에는 포르노그래피 산업이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경제학 보고와 자료도 있었지만, 성은 어디까지나 사회의 이면에 여타적 사회 기구나 통상적 기업 활동과는 구분되어 존재하는 영역이었으며, 첨단 기술과의 상관관계는 매우 한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럼에도 사회적인 성적 소수자들 그리고 여성에 대한 성적 권리와 주체성에 대한 인권적 차원 논의는 보다 진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수적이었던 한국 사회에서도 성인용품 숍이 번화가에 등장하고, 시청 앞에서 퀴어축제가 열리며, 페미니즘에 관련된 이슈가 미디를 통해 전면에서 연일 다뤄지기도 했다. 그것이 실제로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는 이미 부차적인 문제이며, 터부시 되고 음지에만 양성되던 마이너 문화가 공개적으로 발견되고 현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변화라고 부르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사회적으로 공개적인 논의의 외부에 존재하는 또 다른 사회적 성의 문제가 있다. 기업적 성매매와 직업여성들의 존재가 그것이다. 개인의 성적 자유와 표현, 해방이라는 이념의 내면 속에 감춰져있으며, 사회 정책적, 의식의 사각지대에 빠져있는 성매매라는 것이 분명 우리 사회 안에 깊숙이 공존하고 있다. 불법이지만 근절될 수 없으며, 일부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국가들 역시 있기에 직업여성의 공급과 수요의 시장주의 논리와 원칙은 세계적으로 유효한 것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 기구로부터의 외면되고, 봉인되어 있는 이 사회 이면적 성 산업이 바로 4차 산업 혁명에 직격탄을 맞을 수가 있다. 수많은 분야의 일반 근로자들이 보다 우월한 인공지능과 피로를 모르는 로봇에 의해 대체되어 노동권의 상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만큼, 직업여성들도 그들의 노동권(?)을 기계로부터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단언하기 어렵지만 분명 획기적인 기술적 진보와 자본주의적 투자, 효율의 논리는 기존의 성 관련 시장을 사회 전면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것이 윤리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는 또 다른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이겠지만, 어찌 되었던 로봇의 성적 대상화는 분명 공급과 시장의 논리에 따라 결과적으로 직업여성 수의 급격한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심지어 뇌과학과 인공지능 개발로 유명한 데이비드 레비 박사(Dr. David Levy)는 2050년 경에는 인간과 로봇과의 결혼과 출산마저 가능하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으니, 포스트휴머니즘(Post Humanism)이라는 기술적 인류, 기계의 융합은 이제 시간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데이비드 레비 박사(David Levy)의 저서 'Love+Sex with Robots)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급했듯 성, 섹슈얼리티라는 특성상 민감한 이슈이니 만큼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도덕적 논리가 저항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미 기술의 발전으로 사적인 영역의 정의가 변화되고 전통적 개념이 대체, 진화하는 것을 다양한 문화적 층위에서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의 검색 정보 축적과 스마트 TV에 포함되어있는 추천 알고리즘은 이미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라는 것이 기술에 의해 체계적으로 분석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내가 자주 방문하는 지역과 특정 가게의 위치는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생활 공간에서의 생활패턴 역시 인공지능에 의해 분석되고 예측된다. 개인적인 메시지와 이메일 계정은 역시 이미 광고 알고리즘에 활용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한 IoT 환경은 내 지문, 목소리, 얼굴인식과 같은 생체정보를 언제든지 클리우드를 통해 기타 기기들과 공유하고 저장할 수 있다. 최근에는 딥러닝 등 개인의 심리적 상태를 파악하고 그 감정 예측마저 가능하기에, 어느 한 개인의 성적 취향과 선호하는 이성에 대한 이미지를 인공적으로 구체화하고 또 재구성해 수백수천 개의 조합으로 변형, 재생산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중인 CaptionBot은 사용자가 지정하는 이미지의 대상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언어로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며, 동시에 주어진 단어들을 단서로 가상의 합성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인공지능 기술 위에 물리적인 인체의 대체물마저 기술적으로 완벽한 구현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였을 때 과연 인류는 개인의 선택으로 치환되고 있는 섹슈얼리티라는 문제를 대할 때 쾌락을 위한 대상으로서 반드시 인간을 고집할 것인지 진지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성병이나 임신, 개인적 만족감의 정도 등 실제 인간 사이의 성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불편함을 초월한 대상이 등장하여도, 과연 호르몬에 의해 감흥 된 인간은 노스탤지어에 빠져 실존적 대상에 대해 집착할 것인지 의문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완전히 새로운 기계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곳이 곧 인류의 출산율과 전통적인 인류라는 개념의 종말과 맞닿아있슴은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인과되는 문제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인류의 노동에 대한 가치 재고와 해방을 해설하는 전문가들은 많이 있지만, 인류의 섹슈얼리티, 이와 깊숙이 관계하는 기술과 의식 변화와 성 산업에 대해 전면에서 이야기하는 이들은 예술계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실제로 산업과 사회 각 기구의 전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디자이너들이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의 시작에 언급했던 조각가 질스 워커(Giles Walker)의 작품은 콘셉트 아트일 뿐이지만, 예술이 언제나 그래왔듯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방향성에 대해 나름의 선구자적 통찰을 제공한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가 보다 진화해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사라지고, 인체를 대체하는 로봇 속에 인간의 의식 만이 존재하게 되면 더 이상 나이와 인종, 성별과 같은 신체적 특성들은 본격적 포스트 휴먼의 도래와 함께 자연스레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전통적 규정에 의해 물리적으로 속박되어있던 섹슈얼리티의 해방이며 진화이다. 이미 사회적, 개인적 정의에서의 심리적, 신체적 섹슈얼리티의 구분과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바, 우리의 일상에 로봇이 성적 대상으로서 전면에 등장하고 기술에 의해 인간의 무성화가 진행되는 일은 시간문제 일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신기술의 사회적, 문화적 완충자로서, 동시에 기업의 일선에서 대중과의 접점을 고민해야 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언젠가 심려 깊게 고민해야 해볼 중대한 이슈가 될 것이라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