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산지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다 보니 이제는 관광을 오는 사람보다 변화하는 태국을 더 모르는것 같습니다. 더이상 놀러 다니는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지도 오래되었고... 예전에 밤새 싸돌아다니던 그 맛도 다 잊어 버렸습니다. 아마도 늙어서 아니면 삶에 찌들어서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방콕을 떠나야 할때가 가까워지는것 같습니다.
태국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3년차에 밀려오던 태국에 대한 환멸과 사람들에 대한 불신 이런 기분이 들때 보통은 그 나라를 떠나거나 버티거나 기로에 서는데 그건 누가 갑자기 그렇게 해서가 아니고 다 내안에서 나오는 불편함에 대한 분노(憤怒) 이겠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니 태국 사람과 태국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고 그들을 이해할수 있기 시작하더군요. 그런 옛날 생각을 하고 터벅터벅 밖을 오랜만에 나가 봤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길은 여전히 막힙니다. 몇년전 홍수 이후로 일본이 태국정부를 겁박(?)하여 배상을 확실히 해주지 않으면 자동차 생산공장을 다 옮기겠다고 하고 난 뒤에 태국정부에서 신차 구매자 중에 첫차를 사는 사람에게는 우리돈으로 약 300만원씩 무료 지원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차가 더욱더 많이 막히는것 같습니다.
태국의 젖줄 짜오프라야 강의 밤은 여전히 화려합니다. 새벽사원(วัดอรุณ, Wat Arun) 앞을 수 많은 유람선들이 앞 다퉈 사람을 실어 나르며 음악소리가 쿵닥쿵닥 들립니다. 여기는 마치 시간이 안 흐른것 같습니다.
황금을 뒤 덮은 듯 사진으로 담아내기 힘든 왕조의 옛 왕궁은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라마 8세의 왕궁내에서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후엔 관광객에게 개방한 왕궁을 밤에 보는것도 처음인것 같습니다. 타고가는 뚝뚝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사진을 찍을수가 없군요.
위에서 내려다 보는 야경은 우리나라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산이 하나도 없다보니 탁 트여 멀리까지 보이는군요. 태국은 참으로 느리게 변하는것 같습니다. 변하는게 다 좋다고 할수는 없겠죠. 어떤건 안변했으면 하는것도 있는데 어디 안 변하는게 있겠습니까? 옛날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의 밤 마실이었습니다.
역시 야밤 마실행의 마무리는 시원한 맥주로...
-개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