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핵심 명제는 탈중앙화다. 중앙집권적인 개념에서 탈피하여 개별적인 존재들(노드라 칭함)이 서로 체인을 구성하여 그 구성된 망안에서 노드간에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로 관제하는 주체가 없다. 24시간 거래되는 것은 물론이고 변동성에 제한도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부의 규제와 감시의 대상인 주식시장은 등락율의 상 하한선이 있고 거래량에 이상신호를 보이는 종목은 수사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무정부 주의에 대한 언급은 탈중앙화라는 개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되며 한국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맥락으로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개인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쓰여지곤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광풍을 일으키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고 해서 무정부 주의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색한 구석이 많다. 중앙화의 반대개념은 무정부 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대단히 표면적인 것으로, 무정부 주의라는 것은 착오에 가깝다.
왜냐하면 탈중앙화 또는 중앙화의 핵심 가치는 <신뢰성> 이기 때문이다. 가령 은행에 돈을 위탁한다고 치자. 내 돈이 없어질까봐 불안한가? 전혀 불안해 하지 않는다. 은행은 국가에서 관리 감독하는 거대한 금융산업으로 내 전재산을 맡겨놓아도 안전할꺼라는 신뢰와 믿음이 밑바탕이 된다. 언제나 내가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맡겨놓은 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은행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국가나 기업의 개입없이 신뢰성이 확보되는 어떠한 인프라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중앙의 개입없이 신뢰성이 확보된다는 것, 이것이 블록체인이고 이러한 기능을 내재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탈중앙화든 아니든 신뢰성이란 가치는 변함없다는 점이 중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무정부 주의라는 주장은 블록체인의 핵심가치 신뢰성을 이해하지 못한 편중된 이념적 사고방식이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자. 어느 초등학교에 한 학급이 있다. 누군가 이 학급안의 반장을 찾는다. 30명 정도의 학급 인원 중에 누가 반장인지 찾아야 한다. 두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로 담임선생님에게 물어보거나 일정의 수수료를 내고 증명서류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는 중앙시스템을 통해확인하는 것과 의미적으로 동일하다. 즉, 중앙화된 시스템을 통해 신뢰성을 획득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로 나머지 29명 아이들에게 누가 반장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아마 29명 아이들 모두 한사람을 지목하게 될 것이고 그 아이가 반장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중앙화가 아닌 탈중앙화로 신뢰성을 확보한 경우이다. 여기서 아이들은 각각의 노드가 된다. 이 두가지의 경우에 있어, 후자를 무정부 주의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오히려 전자의 방식, 중앙시스템에 보관된 서류 증명방식은 아무리 그 서류가 공신력 있는 서류라 할지라도 오류를 내포할 가능성이 후자보다 크다. 더욱이 서류를 위해 지불한 수수료는 후자의 방식에 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한 셈이 된다.
블록 체인은 무정부 주의와는 완전히 반대로 정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무정부 주의가 아니라 정 반대인 것이다. 꼭 무언가를 컨트롤하고 명령하고 강제하는 것만이 중앙화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떠한 행위를 하지 않고 지켜보며 그것이 잘 작동하도록 최소한의 생태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역할을 규제하지 않음으로써 규제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과 같고, 하지 않는 것은 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