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변동 차트를 보면 2013년과 2017년이 공교롭게도 많이 닮았습니다. 작년 참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에 관해 이야기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계속 이야기 되고 있지만요. 그런데 제 기억에 2013년에도 비트코인 이야기는 만만치 않았던것 같아요.
저는 '13년 당시 인텔에 근무하고 있었는데요 제가 IT를 좀 안다는 이유로 몇몇 기자분에게 비트코인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답니다. 그저 ‘Hype’이라고 대답했고요. 차트에서처럼 당시도 비트코인의 가격 급상승해서 전 세계의 주목을 크게 받았습니다. 돌아보니 지금 가상화폐 관련 내로라할 만한 기업들도 그때 많이 생긴 것 같네요. 저는 뭐했나 싶었는데 ‘13년 사진을 보니 지금처럼 딸이랑 신나고 즐겁게 놀았던 것 같아요.
2013년 비트코인 가격 변동
2017년 비트코인 가격 변동
2013년도의 급 상승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특히 10월부터 시작된 가격의 급상승은 2017년 급상승과 견줄만합니다. 비트코인 한개당 가격은 ‘13년 10월 120달러에서 3개월만에 1,200달러로 10배가 오릅니다. ‘13년 초 13달러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80배가 오른 것이죠. 과연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위키리크스가 비트코인으로 기부를 받겠다고 2011년 전세계에 주장하면서 수면에 드러난 익명성 화폐, 사람들은 그 비트코인의 불법적 이용과 익명성 때문에 찬반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비트코인의 미래가치 이야기는 불법 자금 세탁에 이용된다는 지적으로 늘 묻히곤 했습니다. 불법자금은 비트코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대중의 인식은 답보상태에 머물고 지금보다 더 뜨거운 찬반 양론이 팽배했던 것이죠.
(지난 포스팅 참조 https://steemit.com/bitcoin/@frankinsoo/6xvqg5)
2012년 비트코인의 단점중에서 특히 크게 거론된 것 중에 하나는 지하 인터넷의 상거래에서 이용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불법 물품을 거래할 때 비트코인이 주로 사용된다는 것이었지요. 그 대표적인 것이 Silk Road라는 어둠의 마켓플레이스 입니다. 마약, 무기, 등의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실크로드 이용자는 Tor를 사용했는데 익명성이 보장되고 추적이 어려운 Tor의 보호 기능을 이용한 것이죠. 아시다시피 Tor를 사용하면 IP주소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실크로드 액티브 유저의 숫자는 3만~15만명으로 추정되었는데, 물품 거래 단가는 평균 1비트코인에서 50비트코인에 달했고, 일평균 거래 규모는 8,000비트코인으로 당시 가격으로 환산하면 년간 약 200억원의 물품이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FBI에 의해 실크로드가 폐쇄 될때 발표한 자료는 이 수치보다 더 큰데요, 3년 동안 2조원 넘는 금액이 거래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고요. 이 모든 불법 거래에 비트코인이 이용되었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어둠의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CMU 연구자료: https://www.cylab.cmu.edu/_files/pdfs/tech_reports/CMUCyLab12018.pdf )
(로이터의 기사: http://blogs.reuters.com/felix-salmon/2013/10/02/the-fbi-and-the-legitimation-of-the-bitcoinverse)
그러던 2013년 10월 비트코인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FBI가 오랜 수사끝에 실크 로드를 폐쇄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이죠. 수조원 대의 비트코인이 이용되던 불법 사이트가 폐쇄 된 것입니다. 그때 비트코인 가격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FBI 발표 직전 120불대였는데 다음날 100불로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인 것이었을 뿐 그 다음 바로 회복합니다. 그리고 10월 중순 부터 가격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합니다. 11월 부터 12월까지 가파르게 상승해서 무려 1200불까지 치솟습니다. 그 다음해 초반에는 다소 떨어졌지만 800~900불대의 거래가 유지 되지요. 그 이후는 아시다시피 중국의 대대적인 규제와 2014년 2월 마운트 곡스 파산이 겹치면서 다시 가격은 떨어지고 2016년 말까지 긴 암흑의 시기를 걷게 되지요.
그런데 저는 2013년 10월, 실크로드의 폐쇄이후 왜 가격이 급 상승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방대한 불법자금 수요가 사라졌다면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막연하게 큰 규모로만 알려졌던 불법 지하 경제에 이용되는 비트코인의 규모가 실제로 자료를 보니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죠. 카네기멜론대학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실크로드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규모는 당시 최대 거래소인 마운트곡스 거래 규모의 20분의 1정도 였습니다. 그리고 2013년 실크로드 관련 FBI의 수사 발표에 나온 수치도 당시 비트코인 생태계를 파괴할 만큼 큰 규모가 아니었고요. (물론 많은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었지만요)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의혹을 점차 거둬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추측 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죠. 비트코인의 불법 이용의 규모가 비교적 정확하게 드러난 것이고요.
대중은 불법적인 요소가 걷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기 시작했고 비트코인에 대한 그동안의 우려를 벗어 던지고 “매우 긍정”으로 선회한 것이죠. 그리고 당시 쏟아져 나온 기사를 보면 비트코인에 대한 불법 자금이용, 자금 세탁 등에 대한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줄게 됩니다. 실크로드의 폐쇄, 운영자의 구속, 재판 등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게 되는 뉴스가 많이 나게 되었고요. 이러한 부정적 요소의 제거는 급격한 가격 상승을 부축였고 그동안 눌려있던 비트코인 찬성 세력은 때를 만난듯 몰리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것 역시 가설이고 당시 사람들의 심리까지 제가 알수는 없지만 추정을 해봤습니다. "비트코인 같은 탈정부적이고 추적이 어려운, 비밀보장이 되는 화폐에 대한 수요는 어느정도였을까?" 간접적으로 가늠해보기 위해 당시 Tor를 사용하는 사람의 숫자를 살펴봤습니다. 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의 성향은 탈정부, 자유주의자, 비밀정보를 주고받는 자들로서, 탈중앙 익명화폐인 비트코인의 철학과 매우 유사합니다. 잠재적인 비트코인의 수요를 측정하는 지표로 삼아볼수도 있을 것 같고요. 물론 Tor이용 자체는 불법이 아니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싶은 전세계의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합니다. 일반인, 단체는 물론 정부도 사용합니다. Tor가 언론에 언급될 때는 주로 범죄와 연관된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만 수많은 이용자 중에서 범죄자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습니다. https://www.torproject.org
이 스크린 샷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인터넷 인스티튜트에서 조사한 자료의 일부입니다. 2012년 ~2013년 Tor사용자의 규모를 보여주는 것인데요, 당시 Tor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네트워크 노드는 5천 개가 넘었고, 하루평균 이용자는 75만명이었습니다. 하루에 75만명! 생각보다 아주 많았습니다. 가장 많이 이용한 국가는 미국인데 하루 12만6천명이 이용하였고 두번째는 이탈리아로 하루 7만6천명이 이용했습니다. 이 그림에서 육각형의 크기는 사용자의 수 입니다. 그리고 색상이 진한 것은 이용자의 밀도입니다. 전체 인터넷 이용자 대비 Tor사용자가 많을수록 붉은 색이 진해 집니다. 중동지역, 이스라엘 등에서 인구대비 사용자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국가에 의한 인터넷 감시가 많다고 알려진 지역의 특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Tor와 Tor 브라우저가 사용자의 편리성을 높여주었기 때문에 꾸준히 이용자가 증가했습니다. http://geography.oii.ox.ac.uk/?page=tor
하루 평균 75만명이 넘는 토르 이용자. 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의 성향. 탈정부, 자유주의자, 비밀정보를 주고받는 자. 그리고 그 성향을 철저하게 만족시켜주는 탈중앙 익명화폐 비트코인. 2013년 실크로드의 실체가 드러나고 어둠이 막을 내리자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부정적인 면도 함께 제거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죠. 2013년 말 비트코인에 대한 찬사와 장미빛 미래가 한참 꽃을 피웠습니다.
물론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것은 아니었지요. 다음에는 2017년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