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살롱후기 < 공간 , 취향 >
사진의 구도와 화질을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역시 부끄러워 외관사진은 못찍었어요.
느슨하고 다정한 공동체를 꿈꾼다. 원할 때마다 찾아가 생각과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누면서도 사적 공간을 침해하지도 사적 정보를 캐묻지도 않는 커뮤니티. 공간도 사람도 열려있어 늘 새로운 만남과 이야기가 가득하면서도 특유의 일관된 분위기가 담겨있는 공간과 시간을 가진 사랑방.
도림서재에서 열린 도림살롱에서 내가 꿈꾸던 커뮤니티의 씨앗을 보았다.
첫 살롱 주제는 공간과 취향이었다. 탁월한 주제 선정이었다. 사장님은 도림동 토박이로 처음부터 도림동을 살리고자 하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고 하셨다. 그냥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살던 동네에 애정이 쌓였다. 골목이 보이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이고 내가 살던 추억과 어린 시절이 보인다. '문래동이 뜬다네? 우리 동네도 만만치 않게 참 좋은데 ...' 그렇게 느리고 확실하게 도림동에 대한 애정과 역사를 담아 도림서재는 탄생했다.
같은 공간을 보고도 저마다 느끼는 감상은 다르다. 한 공간에서도 개인은 사적인 의미부여를 갖는다. 그 차이는 뭘까. 그것은 심미안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안목. 불소소는 그 요소를 감성, 경험, 취향으로 크게 분류했다.
도림살롱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요약 정리한 글임을 밝힙니다
환기 미술관처럼 예술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전시회가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개인이 실제 거주하는 방, 아주 사적인 공간을 연출 없이 그대로 사진으로 담은 잡지도 발행된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거실에서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공유하는 '남의 집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를 경계하고 점차 정이 사라지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더 깊은 일상을 불특정 다수와 문화라는 이름으로 향유하고자 한다. 내밀한 개인의 공간과 취향을 부끄러움, 걱정없이 공개한다. 일상의 사적공간조차 예술과 문화가 되는 세상. 거창하지 않아도 솔직하게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일상의 예술가가 탄생하는 시대. 우리는 자유롭고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동시에 어떻게든 연결되려고 한다. 사적인 공간을 공적인 플랫폼에 공유한다.
보톡스 도시. 본래의 모습을 무시한 채 재건축이라는 명목아래 개성없이 찍혀 나오는 공장식 새도시. 도시는 늙지 않고 효율성과 보편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자연스러움과 피로감을 느낀다. 오히려 작고 변하지 않은 오리지널리티가 살아있는 낡은 동네를 그리워한다. 내 고향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더 친숙하고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그 동네가 나의 그리운 고향이 된다. 힙한 동네란 자연스러움과 역사가 동반되야 한다.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한 번에 지어진 기획동네가 아니라 그 동네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애정을 담아 역사를 지켜나가는 동네만이 감동을 줄 수 있고 살아남는다.
꼭 유명한 곳, 사람이 많은 곳을 고집하기보다는 집 근처 우리동네에서 노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나만의 숨겨진 카페, 내가 잘 아는 맛집. 내가 좋아하는 골목 등. 보여주기식 유행보다는 더 편안하고 친숙한 곳의 소중함을 느끼고자 한다. 역사를 간직한 개성있는 동네가 더 많아질수록 우리의 일상도 좀 더 편안해질 것이다.
여행은 개인의 취향을 가장 많이 드러낸다. 여행을 통해 일상이 강요하는 속도와 규율을 벗어나 자신만의 취향으로 공간과 시간을 디자인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비로소 쉴 수 있고 내 자신이 좀 더 뚜렷해진다.
누군가는 빡빡한 일상을 벗어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기 위해 휴양지로 떠난다. 누군가는 이질적인 타인의 새로운 일상을 이해하고 발견하기 위해 골목을 거닐고 현지인이 가는 음식점과 공간을 방문한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가기도 하고 재건축한 건물, 오래된 건물에 마음을 주기도 한다. 열린 광장과 공원에 앉아 하염없이 앉아있기도 하고 어두운 역사와 아픔을 주는 공간에서 묘한 감정과 깨달음을 느끼기도 한다(다크투어리즘)
누군가는 계획을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감을 얻고 성취를 얻으며 다음 일상을 준비한다. 반면 누군가는 무 계획으로 우연이 주는 만남과 경험을 그대로 수용하는 기쁨을 느낀다.
저마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방식은 다르다. 그래서 필요한 공간과 시간도 다르다. 각자의 취향을 발견하고 개발하기위해 다양한 공간으로 떠난다. 사적인 경험, 개인적 감상, 개인의 취향 그리고 늘 우린 누군가와 연결되어 그 체험을 나누고 선보인다. 일상은 그래서 참 개인적인 동시에 공적인 성격을 지닌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일상을 자각하고 극대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처음 참가 신청 설문지를 받아들였을 때 모니터를 보고 멍했다. 바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트렌드도 모르고 특별한 취향도 갖지 못한 사람이다. 내가 이런 자리에 나가도 될까 조금 우려스러웠다. 막상 참석하게 된 살롱, P님과 봄봄님의 기획으로 인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끊임없이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평소에 말로 정리하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나도 몰랐던 내 생각을 알 수 있었고 타인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 모두 비슷하고 공감이 가면서도 달랐다.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했다. 어두워서 필기를 할 수 없어서 생각나는 대략의 이야기만 적어둔다.
최근 독립서점이 점점 많아지고 관심도 많이 받고 있다. 나처럼 무언가 느슨한 공동체를 꿈꾸고 영감을 나누고 싶은 욕구의 결핍을 느끼는 사람은 소통의 창구로서 독립서점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취향을 드러내고 일상에서 조금 떨어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깐. 유행이라도 좋다. 주인장님의 고집과 큐레이션으로 꾸며진 각자의 개성을 간직한 독립서점이 많아지고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살롱 너무 좋아서 다음에도 참가하고 싶지만 새로운 사람이 많이 유입되어 계속 새로운 모임이 되길 바라서 시간이 지난 후에 참여해보려고 한다. (혹시 인원이 모자르면 저를 불러주세요 ㅋㅋㅋㅋ)
너무나 멋지고 특별했던 경험을 만들어준 불소소, emotional P님 봄봄님께 감사드립니다. 보다 지속적이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그리고 언제나 그리워질 마실나가고 싶은 사랑방으로서의 도림서점을 기다리며
P.S. 커피, 브라우니를 주셨는데 랜덤으로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엽서까지 선물로 받았다. 제 건 독일! :Dㅎㅎㅎㅎ 여러분 팟캐스트, 팟빵, 스팀잇, 유투브에서 귀로 듣는 콘텐츠, 불소소 엄청 좋아요. 오가면서 심심하신 분들 꼭 들으세요. 기분이 좋아집니다!!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되요. P님과 봄봄님 목소리는 그대로였고 연예인을 만난 듯 신기했습니다. 어쩜 두 분 다 말씀을 그리 잘 하시는지 준비하느라 고생 많이하셨을 듯. 그리고 P님은 센스넘치고 봄봄님은 참 귀여우세요. ㅋㅋ 저 좀 반한듯?ㅋㅋ 나중에 기회되면 술은 잘 못하지만 술 한 잔 하고 싶어요. 다음에 뵙길 기대하며 오늘 너무 즐거웠습니다.
-2019년 1월 26일 맑은 하늘의 날씨까지 더 없이 좋던 날, 1회 도림살롱 후기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