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이야기가 좋다. 사랑 이야기도 좋고 내 얘기든 남의 경험담이든 아니 소설이나 영화, 꾸며낸 이야기라도 상관없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연애 관련 방송 프로그램도 좋아한다.KBSN의 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의 애청자다. 유투브로 30화 다시보기를 보는데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남자를 붙잡는 여자가 나왔다.
내가 부족했던만큼 상대방도 부족할 때가 있었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을 많이도 했다.
몇 번의 이별을 겪고나서 연애를 위한 상대의 최소 조건이란 게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이별에도 탈이 없는 상대방'만 만나야 한다는 것. 잘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이전에 말했듯 나는 나를 원망하는 남자는 잘도 쳐내며 살았다.
그런데 한 번은 이별 앞에서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걸로도 모잘라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이별하지 못하도록 협박하는 남자가 있었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한 없이 차가울 때가 있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나는 울면서 이렇게 자기를 버리고 가면 죽어버리겠다는 생전 처음 듣는 이상한 협박을 하는 그를 보았을 때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차가운 어조로 한 글자씩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죽어. 네가 죽든 말든 그건 네 인생이야. 나는 네가 죽어도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을거고 죄책감 갖지도 않을거야. 나는 너를 잊을거야. 죽든 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난 조금도 상관 없으니깐
나는 아마도 그 남자가 죽었다고 해도 별 다른 죄책감 없이 멀쩡히 살아갔을 거다. 그건 그야말로 그 사람의 인생과 선택. 내가 정말 그 남자를 죽게 만들만큼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게 아닌 이상 단지 그냥 사랑했다가 마음이 식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남자가 죽었다면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건 내가 아닌 그 사람 탓이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를 만났더라도 그냥 죽었어야 하는 상대다.
그리고 보통 그렇게 협박하는 사람은 말 뿐인 경우가 많다. 그 협박에도 굉장히 냉정하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경우에는 조용히 꼬리를 내리기 마련이다. (가끔 극단적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서도..) 물론 그 남자는 그 후로도 간헐적으로 내게 잘 있냐고 내게 메시지를 보냈고 나는 잘 살고 있다고 대답했다.
상대방이 이별을 이유로 죽겠다고 해도 신경 쓸 필요 없다.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이다. 거기에 휘말리면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지 않다. 냉정함은 꼭 정치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