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사용하는 일상 대문은 @bbooaae님 작품:D
모두가 그렇겠지만 유독 자세가 꼿꼿한 균형이 잘 잡힌 몸에 감탄한다. 과거 한동안 댄싱 9이란 프로그램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는데 몸을 잘 쓰는 사람을 보는 자체의 즐거움이 참 컸다. 나로서는 상상 못 할 만큼 휘어지고 뒤틀려 만든 그 유려한 예술적인 곡선과 움직임 속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호흡은 경지에 이른 도인 같단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전문적 무용수들의 몸놀림이야 누군들 부러워하지 않겠냐만 사실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빠 다리를 능숙하게 하는 친구들이 너무도 부러웠다. (대부분은 그게 능력인지도 모를 거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릴 적부터 늘 아빠 다리가 불편했다. 수련회를 가거나 강당에 앉아 꽤 오랜 시간 아빠 다리를 해야 할 때면 나는 늘 식은땀을 흘리고 안절부절못했다. 잘 티를 내지 않아 다른 이들은 몰랐겠지만 나의 아빠 다리는 어딘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인상을 준다. 힘겹게 접어 겹쳐놓은 양다리 끝 양 무릎이 다른 이들보다 한 뼘 이상 공중에 떠있다. 다리 전체를 바닥에 붙여보려 해도 다리가 저려오고 뒤로 기울여 넘어질 것만 같다. 한 때는 통통하고 짧은 다리 탓인가 싶기도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꽤 마른 편임에도 같았다. 유연하지 않은 게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쩌면 골반이 뒤틀려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뒤틀린 건가...)
한 달 전쯤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꾸준히 요가에 다닌다. 요가는 내 인생에 처음 배워보는데 참 좋다. 어느 정도로 좋으냐 하면 저녁나절 배가 불러와 몽롱하게 졸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려도 요가에 가지 않으려고 꾀가 나지 않을 만큼 좋다. 내가 다니는 곳은 명상요가 전문센터인데 동작이 정적이고 호흡하는 데 중점을 둔다. 힘을 빼고 긴장을 풀고 잘 쉬는 게 목적인 요가이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요가가 내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쉽사리 요가를 배우러 가지 못했다. 유연성이 필요한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컸다. 나는 분명 머리로는 이해한 기본적인 동작을 하나도 따라 하지 못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할 테고 스트레스 해소 목적인 운동이 오히려 긴장과 더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게 뻔하단 생각 때문이었다. 차라리 근력 운동이 마음의 부담이 덜했다.
어려운 발걸음을 했던 요가학원의 분위기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편안하고 모든 걸 감싸 안아 줄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낡고 오래되었으며 샤워실도 전신 거울도 없는 수련실 또한 마음의 부담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동안 요가를 다니면서 남과 비교할 필요 없고 동작이 잘 되지 않아도 좌절할 필요 없고 조금씩 나아지고 쉬고 간다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갑자기 변한 건 아니었다. 거의 모든 날 '반가부좌'를 틀어야 할 시간은 늘 다가왔다. 대부분의 학생은 능숙하게 반가부좌를 틀고 있었지만 당연히 난 반가부좌가 될 리가 없었다. 선생님은 호흡이 중요하기에 안 되는 걸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내게 조언해주셨다. 첫 요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유심히 내 어깨와 발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 내 자세를 교정해주셨다. 내 유연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데 오히려 몸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게 문제라고 하셨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내 몸이 이상하다는 확실한 징후를 느꼈다. 피아노를 치는데 한쪽 어깨가 너무나도 불편했다.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딱딱'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고 차라리 이 부위를 거인이 와서 뚝 끊었다가 다시 깨끗하게 이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신경 쓰였다. 그때 왜 병원에 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애꿎은 피아노를 탓하곤 그저 피아노를 그만두었을 뿐이다.
그리고 거의 항상 책상에 앉아있던 기나긴 학창 시절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유연성이야 점점 더 사라져 갔고 어깨에서 나는 '딱딱'소리는 그대로였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다시 제대로 문제가 터진 건 첫 직장을 다니고 1년쯤 지나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60cm도 안 되는 임시 책상에서 쪼그리고 매일 밤까지 컴퓨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야근을 했으니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깨가 너무 아파 앉아있을 수도 없는 지경이 되고 나서야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병명은 척추측만증과 일자목이었다. 원인 같은 건 병원에서 뾰족이 알려주는 법이 없다.
안타깝게도 당시 실비보험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 한 달치 월급 모두를 한 달 치 병원비로 지불해야 했다. 그때부터 원래 안 신던 구두도 더욱더 신지 않고 가방은 백팩을 매기 시작했다. 두 달쯤 지나 도수 치료사 선생님이 스트레스 덜 받으면 이 병이 나을 거고 나 정도의 상태는 병원 치료보다는 가볍고 꾸준히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편이 몸에 좋다는 비밀을 누설해주신 덕에 병원은 그만두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다닐 당시는 몸의 이상이 자각되지 않을 만큼 건강했다. (배낭도 잘 메고 다녔다)
그러나 갑자기 그 척추측만증과 일자목이 나았을 리는 없다. 또 최근 2년간 운동을 끊었기 때문에 당연히 어깨도 목도 아파왔다. 그러나 이젠 그 고통은 만성화되어 원래 내 몸이 그러했던 것처럼 잘 적응해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요가 선생님이 꼭 받으라고 추천해주신 자세 수업을 듣게 되었다. 우연히 앉은자리 덕에 졸지에 자세 모델이 되었다. 선생님이 매 수업 샘플로 삼아도 되겠다고 농담할 만큼 나의 자세는 잘못된 자세의 표본을 정석대로 보여주었다.
과거 한쪽 어깨가 훨씬 올라가 있었는데 육안으로 확인해서 그런지 다행히 어깨는 별 차이가 없다고 하셨다. 내 왼발이 오른발보다 2cm 정도 길다. 다리가 길다는 의미는 실제로 다리 길이가 차이 난다기보다는 골반이 휘어졌다는 의미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있을 때 내 오른발은 오른쪽 바깥으로 빠져있다. 발이 일자가 자연스럽게 되는 게 좋은 자세. 누워있을 때 오른발이 훨씬 많이 벌어져서 초보자가 봐도 문제가 있는 몸이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평소 왼발에 더 많은 힘을 가하며 살고 있었다. 다리는 오른쪽으로 꼬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잠시 교정을 위해서 왼쪽으로 꼬는 버릇을 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셨다.
디스크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척추를 바로 세우는 게 언제나 중요하다고 하셨다. 안락의자는 디스크 메이커 의자라고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하셨다. 허리를 C자로 만들면 척수가 눌리기 때문에 의자에 앉았을 때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붙이고 척추를 바로 세워야 한다. 진짜 문제는 바닥에 앉는 경우인데 바닥에 앉을 때는 반가부좌를 하고 척추가 S라인을 그려야 바른 자세라고 했다. 나처럼 반가부좌가 틀어지지 않는 사람은 엉덩이에 방석 등을 대고 앉아 편안해진 높이에서 양발을 붙인 후 흔들어주면서 골반쪽을 풀어야 한다고 하셨다. 왼쪽 다리를 올리고 앉으면 위장에 무리를 주고 오른쪽 다리를 올리고 앉으면 간을 압박하게 된다. 양쪽 다리를 올리고 팔로 폭 감싸 앉는 소녀 자세를 취하는 건 양쪽 다 압박을 하게 돼서 최악이라고 말씀해주셨다.
한쪽으로만 다리 꼬기, 한쪽으로만 가방 들기, 엎드려 자기, 한쪽으로만 엎드려 자기, 항상 같은 쪽으로 걷기(누군가와 걸을 때), 침대에서 한쪽 방향에서만 자기 등등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하게 되는 이런 사소한 습관이 모여서 몸의 균형을 헤치고 척추를 변형시킨다고 하셨다. 계속 뛰어다니는 애들은 자세가 잘못되는 경우가 차라리 적은데 유난히 조용하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아이들일수록 나쁜 자세를 취하면 주의 깊게 보아 나쁜 자세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기억은 못하지만 나는 조용하고 방에 오래도록 틀어박혀있는 아이였고 피아노 때문이 아니라 내가 편안해하는 그 모든 잘못된 자세가 모여 지금의 불균형한 몸을 만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수업을 듣고 깨달은 바가 많아 그리고 허리 디스크에 걸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모든 자세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척추를 바로 필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도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잘못된 자세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몸이 편하니깐.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다. 계속 낑낑되며 바른 자세를 취하려는 나의 노력에 지쳤는지 나는 토요일 그 수업이 끝난 후 특별히 하는 것 없이 잠만 잤다.
이렇게 알게 된 이상 예전처럼 또 모르는 척 불균형한 몸을 방치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바른 자세를 하고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인데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그동안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의 훈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만약 어깨의 통증이 없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까? 만약 내가 좀 더 균형 있는 몸이 된다면 하루를 더 생기 있게 보낼 수 있을까?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나의 꿈은 반가부좌를 하고도 엉덩이가 균형 있게 놓이고 호흡이 가빠지지 않는 거다. 아니 바닥에 앉아 아빠 다리가 아무렇지 않게 척척 해내게 되는 게 나의 꿈이다. 그날이 오면 나를 마구 칭찬해줘야지..
이상 자세 잔혹사를 마치며 ,
잘못된 자세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사소하지만 잘못된 자세가 습관이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느니 다소 불편하더라도 늘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건강한 몸 만드시기를
아! 차에 타면 아빠다리 하지 마세요. 사고나면 몸의 균형이 흔들려서 크게 다칠 수 있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