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물입니다.
혹시 가계부 쓰기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직장을 갖기 전까지 가계부나 용돈기입장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번 돈이 아니라서 애착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첫 직장을 다니고나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입을 받자마자 저의 가계부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다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도 한 적이 없었어요. 앞으로 돈을 많이 벌 것 같지 않으니 돈을 좀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처음 돈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저의 사수님께 조언을 구했죠. '대리님 금융 좀 아세요? 직장인은 뭘 가입해야하나요?' 사수님은 이런 조언을 해주십니다. '현금이 짱이야!' 아직 사회 초년생이고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고로 현금을 어느정도 쟁겨놓아야 넉넉하단 말씀이였죠. 그 때 CMA를 처음 알게 되죠.
사회초년생 대상 미끼 상품들이 많았고 난생 처음 재무설계사라고 불리는 분을 이벤트성으로 만날 수 있었죠. 좋은 시계를 차고 정장을 입은 그 분은 맛난 커피도 사주시면서 저의 쥐꼬리만한 월급을 바탕으로 미래 투자에 대한 계획을 열심히 세워주시더라고요. 유념해서 잘듣고 집에 가서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변액'이나 '유니버셜'이 들어간 상품은 절대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죠. 그 분이 추천해준 상품은 하나도 가입을 안했답니다. 죄송. 또 연금저축이나 저축 기간이 긴 상품은 제 나이에 맞지 않다는 것도요.
여러 가지 찾아보면서 '자산관리도 거북이처럼'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알게되었는데 믿음과 신뢰가 갔습니다. 그 분은 향후 재무설계사나 자산관리사가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 아니라 자문료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 분이셨고, 그 분의 자산 관리 방식에 동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통장을 고정/변동비로 나누는 방법도 배우고 비상용 통장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그리고 그 분의 지론은 이율이 높은 상품보다는 지출 통제가 훨씬 중요하다고 하셨죠.
첫 사회생활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어요. 사실 처음엔 하나도 안 힘들어서 살만하다 싶었는데 인턴이 끝나고 어느날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면서 거의 세 달 동안 집에 막차를 타고 들어갔어요. 원래 그렇게 야근을 많이 시키는 회사가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컸어요. 11시 드라마 보는 게 소원이었죠. 그런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건 통장에 찍히는 급여뿐이더라고요.
저는 그다지 물욕이 없어요. 저희 가족들은 저를 지지리 궁상이라고 생각해서 저만보면 뭘 자꾸 사주려고 합니다. 엄마는 예전에 용돈을 주시면서 생활비로 쓰지 말고 옷 좀 사입으라고 신신당부하곤 하셨어요. 왜 집에 그런 애들 하나씩 있잖아요. 돈 없고 불쌍한 역할을 하는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 그게 저에요. (돈도 못 벌고 돈도 안쓰는)그래도 그 이미지로 살면 참 편해요. 누가 돈 꿔달라는 말을 안 하더라고요. (아! 그리고 소액이라도 용돈을 드리거나 선물을 하면 진짜 기뻐하세요) 물론 저는 지인에게 돈을 주면 줬지 절대 빌려주진 않긴 하지만요.
얼마 전 최선을 다해서 꾸미고 어떤 분을 처음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OO님은 소탈하고 꾸미시질 않아서 그렇지 화장하면 완전 변신할 것 같아요. 반전 이미지!
그분이 욕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어요. 저 진짜 그날 엄청 꾸민거였는데 다음에는 평소처럼 민낯에 운동화 신고 머리 질끈 묶고 청자켓 입고 만나려고요~ 반전이 뭔지 보여드릴 겁니다. 화장품이나 옷, 가방, 미용실 그런데 지출을 그다지 안해요. 그 쪽으로는 물욕이 잘 안 생기더라고요. 물론 필요한게 있으면 꽤 괜찮은 제품도 사기는 하지만 충동적으로 잘 사진 않아요. (회사 너무 추워서 전기 발난로를 살 예정이긴 해요)
친구도 많이 없고 술도 잘 못 마셔요. 그래서 식비 말고는 그다지 크게 돈 들어가는 게 없더라고요. 아! 월세로 인한 고정지출은 너무 아까웠지만요.
이런 성향 덕분에 지출 통제하는 게 그다지 제게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어느 새 매달 가계부를 정리하고 예상 지출과 실제 지출을 비교하며 쾌감을 느끼는 변태가 되어갔죠. 가계부 변태?
물론 그리고나서 2년 후에 중남미 여행을 하며 전 재산을 홀랑 다 쓰게 됩니다. 다시 돈을 벌 때까지 가계부를 쓰지 않다가 일을 시작하고부터 예전처럼 열심히 변태성을 발휘해서 가계부를 쓰고 있어요.
저는 옛날사람인지라 아직도 엑셀을 이용해요. 제 마음에 딱 맞는 가계부를 못 찾았거든요. 그때 그때 쓰는 가계부로 클머니를 쓰고 있긴 하지만 매월 정리하는 최종 메인 가계부는 엑셀이에요.
매월 초 필수고정/필수변동/비필수고정/비필수변동으로 나누어서 예산을 잡아요. 저축도 포함해서요. 그리고 돈을 쪼개서 통장에 넣어놓고 저축은 무조건 선저축하고 이후에 돈을 다 쓰고도 돈이 남으면 그때 비상금에 저축해요. 한 통장으로 생활비를 쓰기 때문에 그냥 그 통장에 맞춰서 살고 있어요. 돈 모자르면 좀 덜 쓰고 넉넉하면 더 쓰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거나 돈이 필요하면 비상금에서 꺼내 써요.
오늘은 이번 달 남은 돈으로 오버노드를 통해 스파충전도 조금 했어요.(드디어 오버노드를 쓰네요. 정말 간편하네요. 흑흑) 큰일이에요.. 스팀을 야금야금 사모으고 있어요. 보팅마나가 부족해서 더 사고 싶어요. 이거 왜 이렇게 충전이 느린가요?
어쨌든 저는 매달 가계부를 정리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가계부 매니아입니다. 연말이 곧 다가오네요. 연말정산 할 생각을 하니 설레네요. 아마 저는 매년 엑셀로 가계부 정리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저같은 가계부 매니아 있으신가요?
새벽 6시에 깨자마자 스트레스 받았어요. 나비효과처럼 불운이 겹쳐서 회사에서 미쳐돌아버릴 일이 있었어요. 제 회사도 아닌데 왜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지 모를 일이에요. 정말 그만두고 싶었죠. 점심 먹고 수다 좀 떠니 나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정해지지 않았던 사안이 정해지고 다음 단계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데 전 진짜 단순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좋더라고요. 고통 후에 찾아온 평온함이 두 배로 행복하더라고요. 그렇게 행복하게 3번의 빨래와 가계부 정리를 하고 보팅마나 충전이 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