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써보는 대문은 탈출하는 금붕어! 예쁜 그 누나 뽀돌(bbooaae)님이 작성해주심요!
두 달째 생리가 없었다. 한 주만 더 기다리다 병원에 가기로 했다. 드디어 오늘에서야 생리가 나왔다. 이렇게 기쁠 수가.
어쩌다 보니 내가 인지하는 한 나의 스팀잇 주요 이웃님(?)들은 반 정도가 여자고 반 정도가 남자였다. 그래서 나는 스팀잇에 특별히 특정한 성별이 많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스팀잇이 남초 사이트라는 충격적인(?) 문구를 보게 되었다. 허걱.. 그러나 다들 납득하는 분위기.. 나만 빼고 다 알았나 봐... 그래서 스팀잇에 이런 글을 올리는 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난 오래간만에 글이 쓰고 싶어 졌으니 그냥 올린다. 언제 삭제할지 모른다.
나는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 (아이를 싫어하거나 아이 낳은 사람을 부정하는 건 아니니 오해 마셔라) 생각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당분간 계속 그러할 것이다. 사실 내게 가장 공포스러운 상황은 바로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거다. 아이를 갖기 두려운 이유를 적으려다 이야기가 샐 것 같아 그건 생략하겠다.
그래서 난 제법 어릴 때부터 피임에 꽤 관심이 많았다. 나는 혼전순결 주의자가 아니니 불편하신 분들은 넘어가 주시길 바란다. (그 점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 또한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 같습니다.)
나의 임신에 대한 공포는 조금 지나쳐서 아무리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한들 난 그 남자를 피임에 관해서는 100% 믿지 못한다. 나는 대부분 나를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좋은 남자를 만났는데 모두 다는 아니지만 좋은 남자라고 하더라도 육체적 성관계에 관해서는 의외로 내 기준보다 이기적인 남자들도 꽤 되었다.
예를 들면 그저 자신의 쾌락적 만족을 위해 콘돔을 끼기 싫어하는 남자도 있었고 연인 사이라도 내가 잠든 사이 나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끝낸 남자도 있었다.
어렸을 적 콘돔을 껴도 여전히 임신할 확률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올바르게 콘돔을 사용하면 99%에 가까운 피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단 콘돔을 지갑 같은 데다가 마구 넣어 다니면 안 되고 콘돔도 유통기한이 있다. 콘돔이 온전하게 관리돼서 구멍이 나거나 뜯어진 부분이 없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삽입 전에 콘돔을 착용하고 사정을 한 직후에 바로!!! 빼야 한다는 점. '노 콘돔 노 삽입'. 콘돔 없이 삽입하는 건 금지라고! 나중에 생각해서 끼는 게 아니라고!
그러나 이 원칙을 정말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내가 가장 경악하는 피임 방법 중 하나는 질외사정이다.(날짜 피임법은 피임법으로 안 친다....) 쿠퍼액만으로도 임신이 될 수 있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오만하다. 의식으로 반사작용에 가까운 생리적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다니.. 신도 아니고... 내겐 그것이 위험천만하게 어린이 보호구역을 180km 과속으로 달리는 스포츠카와 같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남자를 믿느니) 그냥 아예 내가 피임을 하기로 결정했다. 엄청 오랜 기간 경구 피임약을 먹었다. 남자 친구가 있든 말든 관계를 정기적으로 맺든 아니든 상관없이.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도 임신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정도면 불임수술을 받는 게 나으려나... 그러면서 아직 결단을 못 내리고 있는 나는 뭔가 싶긴 하다) 사실 병원에서 의사랑 상담한 게 아니라 그냥 먹기 시작했는데 별 탈 없고 편리해서 그냥 오래도록 먹었다.
그 약을 먹으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남자 친구들 중에는 그 약이 몸에 안 좋은 게 아니냐. 무조건 먹지 말라고 몰아세운 사람도 있었다. 물론 인위적으로 약을 먹는 게 좋을 리 있겠냐만은 임신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준다는 이유로 충분히 그 점이 상쇄되었다. 생리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물론 약이 안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경구 피임약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위험한 건 아니다. 실제 약의 부작용보다도 더 과장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경구 피임약으로 피임을 하는 한국 여성이 굉장히 적다는 통계를 본 적 있다.
한동안 엄청 오래 먹던 경구 피임약을 끊은 건 한약을 먹게 되었고 지금의 남자 친구가 관계에 있어서도 굉장히 내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사람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내가 싫다고 하면 우리가 결혼을 했고 20년을 함께 살았다고 해도 억지로 관계를 맺을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나의 공포와 적당히 피임하는 자들에 대한 경멸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약을 오래 먹다가 끊으면 처음 생리주기가 생각보다 굉장히 늦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 예상보다 2주 정도 늦게 나와서 오히려 생각보다 수월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그 후로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는데도 생리 소식이 없었다.... 약을 끊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나의 임신 공포증 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남자 친구한테 혹시 설마 아니겠지..라고 물어보니 그는 매우 억울해했다.
"인풋이 없는데 어떻게 그래!!"
매우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왜 혹시나.. 모르잖아.라는 생각이 중간중간 들었다. 분명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진 게 분명한데 생리가 안 나오니 더욱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럼 또 그 스트레스 때문에 더 생리주기가 밀리겠지... 괜찮아. 그냥 스트레스 탓일 거야. 싶다가도. 아 이러다 임신한 거 면 어쩌지. 회사는 그만두기로 했고 나는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이 아이(?)를 충분히 사랑해주며 마치 원래 계획했던 아이처럼 엄마의 역할을 잘해 줄 수 있을까.. 아이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주 하루에도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나 술도 먹었는데 어쩌지..라는 생각까지도... 하아.
월경이란 게 사람마다 개인차가 굉장히 심한데 나는 생리통이 거의 없는 편이다. 온몸이 아파 침대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나처럼 생리를 하든 말든 운동도 하고 일상생활을 멀쩡히 잘 영위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그런데 나와 오래 사귄 남자 친구가 어느 날 나의 생리주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이유인즉슨 생리 전에 내가 극도로 예민해지며 화와 짜증을 아주 잘 낸다는 거다. 정말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켜보니 정말 그의 말이 맞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역시 난 호르몬의 노예였던 것이다. 나는 생리 전에 굉장히 예민했고 생리를 하고 2~3일쯤 지나면 안정이 되었다...... 그 후로 나름 조심한다고 조심했는데
하아 최근 2주간 너무 힘들었다. 죽을 것 같고 너무 스트레스받고.. 아니 왜 일을 그만두기로 했는데도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짜증과 분노와 미움과 화가 밀려들어오는지... 진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생리가 나왔고 별 다른 이유 없이 기분이 갑자기 매우 상쾌해져 버렸다. 인수인계를 하면서 야근을 하고 지하철을 잘못 갈아타서 좀 돌아왔는데도 기분이 좋아 집 청소를 마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스스로도 어제의 나를 생각하며 같은 인간이 이래도 되나 싶다.
평소 생리의 존재는 꽤나 귀찮은 존재다. 나는 생리 컵을 사용해서 생리대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귀찮음이나 불편함이 덜 하긴 하지만.. 생리는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행동 범위를 제약해버리고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지고 조심해야 하며 움츠러든다. 무언가 몸을 100% 다 쓸 수 있는 기분이 아니라고나 할까.
그런데 최근 들어 이렇게 생리하는 게 기쁘고 반갑다니. 피를 보자마자 남자 친구한테 기쁨의 카톡을 날렸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그래서 폐경이 되기 전까지 생리를 한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기뻐하기로 한다. 내 몸이 건강하고 임신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니깐!
글의 의미 같은 건 없다. 그냥 갑자기 기뻐졌다는 거. 그러니 슬프고 짜증 나는 날에도 기뻐질 그 날을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