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잠만 자고 싶은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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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도 스태기에 접어든걸까.
쓰고 싶은 글이 남지 않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머릿속이 텅텅 비어버린 느낌
아주 나쁘진 않은데 그저 멍하다.
오늘도 또 아무 것도 쓰지 않을 것 같아서 뻘글을 남긴다.

신년이라 그런지 회사가 기합이 잔뜩 들어가있다. 물론, 나만 빼고
이래저래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어제는 에티오피아인인 줄 알았던 네덜란드 사람과 2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 회의를 하면서 내 영어가 참 많이 부족하구나. 쓰는 단어나 쓰고 하고 싶은 말을 술술 하지 못해 두 세 번쯤 멈춰서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상대방 말이 다 들리지 않아 불편했다. 그럭저럭 회의는 끝이 났지만 '영어 공부를 해야하나? 하기 싫은데?' 라는 생각이 그만 들었다. (뭔가 불이님께 죄를 짓는 마음이 든다.ㅋㅋ)

그나저나 그 부부는 꽤 유쾌했다. 내 키 두 배 만한 장신(?)으로 한 순간에 날 소인국 사람으로 만들었다. 김포공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간다기에 내가 엄청 걱정하며 데려다 줄까라고 물었는데 단 번에 거절한다. 일회용 지하철 표를 사 본 적이 없어 내가 우물쭈물 어리버리 하고 있으니 능숙한 솜씨로 지하철 표를 샀다. 확실히 나보다 낫다. 내가 엄지를 치켜드니 남편 분이 자긴 아무것도 안하고 부인이 시키는대로 하면 늘 일이 해결 된다고 자랑스러워하셨다. 가는 뒷모습까지 유쾌했다.

오늘은 어쩌다보니 해피데이(어르신들이 다 외출하심) 짬이 났다. 그렇지만 연말부터 일은 밀려들고 무거운 공기가 사무실을 덮었다. 여기 있다 보면 숨이 막힌단 말이지. 일상의 즐거움을 모두 앗아가버리겠다는 불편함.

주말에는 일을 하듯이 신혼여행지를 정하고 대략적인 일정을 짰다. 마음 먹었으니 헤치우자고 다짐했던 일인데 너무도 피곤했다. 결국 마지막엔 타임 테이블을 열어버린 남자친구한테 화가나서 '욱'하고 "그만 좀 해! 어디까지 더 할꺼야?"라고 승질을 냈다. 남자친구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겸연쩍은 미소로 '우리 오늘 별로 안했는데. 나랑 너 사이에 생각한 목표치가 달랐나봐. 미안. 그만하자.'라는 평화주의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나는 '우린 결혼식 준비를 하다 몇 번 크게 싸울거야.'라고 웃으며 뼈있는 말을 내뱉었다.

일요일 밤만 되면 잠이 이상하게 오지 않는다. 그러면 멍한 월요일을 시작하게 된다. 딱히 바쁘지도 않았는데 계속 피곤하고 잠이 부족한 기분이 든다. 어제는 오랜만에 저녁에 친구를 만나 외식을 했다. 즐겁고 행복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너무 피곤했다. 아무것도 못하고 씻은 후에 바로 잠을 잤다.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추워서 그런지 계속 피곤했다.

겨울잠을 잘 수 있다면 겨울잠을 자고 싶다.

이런 나의 반응에 회사동료는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거 아니에요?'라고 말했고 내 남자친구는 '전기 발난로 때문에 발이 너무 따뜻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했다. 단박에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나오면서 집안 꼴을 봤는데 엉망이었다. 오늘은 모처럼 빨래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일찍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엉망이면 뭔가 내 삶도 정리가 안 되고 그냥 막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무의욕하면서도 막상 사람을 만나면 엄청 즐겁다가도 피곤한 정리가 안되는 1월이다.

[뻘글] 잠만 자고 싶은 요즘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