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갇힌 듯한 착각을 하고 있는 자에게 이 질문만큼 무서운 건 없다. 단순한 안부에 불과하지만 말문이 막히고 온갖 감정을 호출하는 무서운 단어.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은 사람 아니 원래 계획과 달리 삶을 낭비중인 '잉여인간'에게는 쓰디쓴 회초리 같다.
그래서 어제는 ‘오늘은 뭐했어?’라고 묻는 남자친구에게 혼자 찔려 고백했다.
”사실 나 아무것도 안 했어. 미드나 보고 잠만 잤어. 의욕이 없어. 우울한 건 아닌데 무기력하네.”
임금님 귀는 당나나 귀, 입으로 뱉고 보니 마음만은 편안하다. ‘그래! 나 아무것도 안 했다. 어쩔래!!그래 여러분 여기 잉여 한마리가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표정이나 말투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지만 혼자 발끈한다. 무언가 옷이 벗겨진 듯 열이 오르고 부끄럽고 창피하다.
방에 갇혀 누워있다보면 저절로 드는 생각
‘원래 나란 인간은 인생은 이렇게 설계된 게 아닐까? 이렇게 아무 쓸모없이 살아가는 게 기본값일지도 몰라.’
모든 게 귀찮다. 빨래, 밥 해먹기, 사람 만나기, 책 읽기, 뭘 배우기. 어찌할지 몰라 그러한 의식의 흐름대로 살고 있었다. 집순이와 게으른 자가 결합된 파멸이다.
남친의 대답은 의외다. 별 거 아니라는 어투
”괜찮아. 그렇게 힘 없이 지내다가 무슨 계기를 맞으면 신기하게도 갑자기 달라지니. 음.. 어떤 날에는 공연이고 어떤 날에는 책.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그냥 자고 일어나니 괜찮아 지기도 하잖아 너.”
어제 간 양복점 아저씨가 남친에게 팩트폭행 돌직구와 거리두기에 당황했는지 남친에게 좀 잘해주라고 질책했지. 그러나 내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에게 어찌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길 잃은 망망대해 삶에 부표 같은 사람이다.
마음 편히 그냥 기다려 보기로 한다. 혼자 아무 이유없이 힘이 날 그 날을…
잘 살펴본다면 발견하게 될 것은, 바로 당신의 내부에 엄청난 에너지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음식에서 나오는 것도, 숙면으로부터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 에너지는 언제나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어떤 순간이든지 그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다. 그것은 그저 속으로부터 솟아나서 당신을 가득 채운다.
에너지가 충만할 때는 마치 세상이 다 내 것인 것 같다. 기운이 강하게 흐를 때는 실제로 그것이 물결처럼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깊은 속으로부터 절로 솟아나서 당신을 채우고 신선하게 재충전시킨다.
이런 에너지를 항상 느끼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당신이 그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가슴을 닫음으로써, 마음을 닫음으로써, 그리고 내면의 비좁은 공간 속으로 자신을 끌어들임으로써 그것을 막아 버린다. 이것이 당신을 모든 에너지로부터 차단한다. 가슴을, 마음을 닫을 대, 당신은 내면의 어둠 속으로 숨어든다. 거기엔 빛이 없다. 에너지도 없다. 흐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에너지는 여전히 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78~79 page
당신을 열려 있게 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닫지 않기만 하면 된다. (……) 마음을 닫는 것은 하나의 습관이다. - 81 page
보통 때는 열림과 닫힘이 심리적 요인에 좌우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 따라 마음을 열거나 닫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 82page
삶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일도 당신이 거기에 가슴을 닫을 만큼 중요한 일이 되도록 버려 두지 마라. 그 상황을 존중하고 받들어라. 그것을 대면하라. 모든 수단을 다해서 그것을 해결하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 다만 열린 마음으로 그것을 대하라. 흥분과 열의로써 그 일을 다루라.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그날의 즐거움이 되게 하라.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마음을 닫는 법을 잊은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85page
읽자 마자 첫 장부터 충격을 받은 삶의 해답을 찾은 듯한 마이클 A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을 다시 읽었다. 지금 난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구나. 그리고 그건 내가 세상에 마음을 닫아버려서구나. 나는 예민하고 감정적이라는 라벨링 뒤에 숨어 에너지를 고갈하는 삶에 중독되어버린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건 그저 내가 닫지 않으면 언제나 내 안에 충만하게 발휘되는 무한한 에너지인데.
나는 그 기분과 차이를 너무 잘 안다. 어떤 날엔 내가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만큼 한심하고 인생의 희망은 집 나간 지 오래인데 다른 날에는 이유도 없이 세상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의욕이 넘치고 웃음이 나오고 콧노래를 부르고 그 어떤 어려움도 괜찮아진다. 나는 내 마음을 어떤 일에도 닫고 싶지 않다. 위험하고 낯설고 불안해도 내면으로 숨어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언제나 내면의 에너지가 가득차서 모두를 사랑으로 바라보고 싶어.
말일이다. 전 회사에서 친하게 지낸 사랑하는 직장 동료가 월급과 IRP 퇴직 계좌 문제로 연락을 했다. 멍 때리고 앉아있다가 갑자기 머리 회전이 빨라진다. 은행에 다녀오고 빠릿빠릿 일을 처리한다. 평소같으면 꾸물거리며 자기합리화나 할 법한 두려운 일도 결과에 상관없이 낙관하며 아무렇지 않게 그냥 시도해본다. 뭐 아님 말고 식으로. 무언가 또 힘이 넘치고 행복하다.
엥?이번엔 IRP라고? 허허허… 가끔은 이렇게 현실감각 넘치는 숙제가 필요한건가. 정신이 번쩍 든건가? 나도 몰라.
그래 이런 내면의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 외부의 환경에 상관없이 늘 언제나! 마음을 닫지 않겠어. 겁쟁이처럼 숨어들지 않겠어. 세상 모든 일에서 기쁨을 느끼고 싶어. 늘 에너지로 충만해있고 싶어. 요즘 뭐하고 지내냔 그 말에 ‘아주 잘 지내, 늘 그렇듯이 행복하게!’라고 명랑한 대답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