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 예찬"
왜 다들 족구를 미워하는가? 왜 족구장을 치우고 테니스장으로 미련 없이 갈아탔는가? 왜 족구 하고 싶다는 말조차 부끄러워 입을 틀어막아야 했는가?
축구는 몸 좋고 멋있고 잘 풀리면 돈도 받는데 족구는 아니다. 예비군 오라버니들 군대 갓 제대한 복학생 님들의 자기들만의 리그 그 자체 땀냄새 뻘뻘 나는 점령지와 같다. a.k.a 군대의 연장선. 부끄러움 일도 없이 유니폼 같은 건 사치 그냥 아빠 나시 바람으로 겨털 탑재한 후 땀냄새 풀풀 풍기며 격한 호흡을 한 번에 내쉬기. 그야말로 아재미를 내뿜는 운동이라서?
아니, 족구는 쓸모가 없다. 쓸모가. 취업에 일도 도움 안되고 하다못해 취미란에도 적기가 좀 그렇다. 이름도 왠지 비속어스럽다. '족구하고 앉아있네'. 욕이 아닌데 왜 욕먹은 기분이 들지. 족구는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철부지들이나 하는 놀이. 나잇값 못하고 정신 차리지 못하고 미래가 없는 이들의 놀이다.
그런데 족구를 왜 하냐고? 족구가 뭐냐고?
'재밌잖아요.'
재밌고 쓸모없는 하지만 세상 가장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놓지 말아야 할 모든 것을 대변하는 영화. 어렵지 않고 후딱후딱 지나가는 러닝타임과 매력적인 캐릭터들. 깨알개그와 설정들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합니다! 스토리 그까지 껏 의미 그런 거 다 차지하고요. 그냥 영화가 재밌습니다.
남들이 다 하지 말라고 뜯어말릴 때 하고 싶으면 그냥 해요. 놀 수 있을 때 놀아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요. 걱정할 시간에 그냥 족구나 해요. 사실하고 싶잖아요. 족구. 족구 하고 싶으면 족구 하고 싶다고 말해요. 30년 뒤의 지금을 바라보면 족구 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거예요. 그냥 해요. 족구. 재밌잖아요.
하나뿐인 명함을 안나에게 건네고 명함 그대로 사진 포즈를 재간둥이처럼 라이브로 펼치는 이 남자. 병신 같지만 병신 아니고 그냥 멋있어. 제가 대학생이고 만섭이 같은 남자를 캠퍼스에서 만났으면 바로 사귀었을 겁니다.
영화 엔딩곡 페퍼톤스의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