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광복절을 역시 좋아할 순 없다.

fgomul(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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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광복절 815다.
역사적으로 영광스러운 날이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데 햇빛이 늘 강하다.
815 콜라마저 좋아하지 않았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온방이 냉골이다.
이상하다.
난 취침모드로 에어컨을 맞춰났고 새벽 2시쯤 에어컨은 꺼져있어야 했다.
그러다 18도 풀파워로 돌아가는 리모콘을 봤다.
리모콘은 내 베게 옆에 엎드려 있었다.
자다 눌렀나보다. 피곤했는지 추운지도 모르고 잘 잤다.
냉방병 극복한지 3일만에 또 다시 감기에 걸릴 수 없으니 남은 목감기약을 집어삼킨다.

햇빛이 강렬하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고 비가 오지 않는다.
내게 별 감흥이 없던 광복절을 바꿔준 존재가 있다.

회사다.

오늘 난 출근해야한다.
평소 지옥철은 앉아갈만큼 한가했다.
'와~ 남들 놀 때 일하러 가니 너무 좋네요. 하늘이 상을 주나봐....'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역에서 내렸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눈을 뜨니 기프티콘 선물과 메세지가 와있다.
발랄한 척 해본다.
아 우울하다.

뭐 특별히 먹고싶다거나 하고싶다는 게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회사를 다닌 후로 생일날도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생일'이란 단어는 금기가 되었다.
(너무 유치하고 남 부끄러운 이야기니 하진 않겠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그래도 광복절은 쉬었으면 좋겠다.
(의미없는 대체 휴일이 있긴 하다.)

이 밀려드는 쓸쓸함은 왜일까.

나이가 드는 건 두렵지 않다.
나이에 걸맞게 내 인생이 진화했는지 알 수 없는 게 두렵다.
뭘 하고 살아왔는지 내가 누군지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삶이 두렵다.

아직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여전히 방황중이다.
깊게 생각하면 우울해져버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말을 떠올린다.

나이는 허투로 드는게 아냐.
그대로 인 것 같아도 분명 하루하루 소중한 경험들이야.
그리고 그런 너의 경험을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을거야.

거짓이라도 그런 말을 해주는 네가 있으니 행복하다.
직장동료가 건네는 라떼 한잔, 상어바 하나에 행복하다.
끝나고 롤케이크 하나 먹기로 했으니 또 그럭저럭 좋은 날이 될거다.

생일날 꼭 행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좋은 날이다.
내 감정기복은 한결같고 조금 다른 생각을 하다보면 기분이 아무렇지 않아진다.
그러나 역시 광복절에 일하는 걸 좋아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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