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JOHN입니다.
요즘 트럼프發 무역전쟁에 때문에 세계경제가 시끄럽습니다. 얼마전 몇몇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하더니, 이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하겠다고 합니다. Robert Shiller 교수는 '철강관세는 무역전쟁으로 가는 첫 총성'이라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3월 7일, 트럼프의 관세폭탄 정책을 반대해왔던 NEC 위원장 게리 콘이 트럼프 곁을 떠나면서 무역전쟁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무역전쟁이 왜 세계경제에 위협이 되는지 이론적으로 살펴보고, 역사적으로 무역전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온 적이 있는지, 그리고 현재의 시사점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1. 무역전쟁에 관한 이론적 고찰
1) 미국은 왜 관세를 부과하려 하는가
- 무역정책의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역사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어 온 것은 관세(Tariff)다. 관세는 교역되는 상품이 국경을 통과할 때 부과되는 조세를 의미하며, 여기서는 수입관세만을 한정해서 논의하기로 하자. 그리고 미국의 관세에 관심이 있으므로, 국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국경제' 모형을 사용하기로 한다. 관세부과의 기본적 효과는 수입재의 국내가격 상승이다. 그리고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차이로 인해 소비와 생산의 왜곡이 발생하고, 사회후생의 변화가 발생한다.
이때 감안해야 할 것은 분석의 틀이 부분균형접근법이란 점이다. 즉, 쉽게 말해 관세부과의 대상이 되는 철강산업만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특정산업을 보호하려는 관세부과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다른 산업에 역보호라는 또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다른 효과들을 무시하고 철강산업만 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래 그림을 참고하자. 우선 미국이 철강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수요가 감소하므로, 아래 우측 그림처럼 수입수요곡선(MD)이 하방 이동한다. 이것은 국제 철강수요를 감소시켜 수입량과 국제철강 가격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동시에 수입관세 부과는 국내철강가격을 상승시키는데, 이는 국제철강가격(P0')에서 관세를 더한 가격(P1)으로 결정된다. 국내 철강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미국의 철강생산자는 철강공급을 늘리고(Q1), 철강소비자는 소비량을 줄이려 한다(Q2).
그러면 이제 관세부과로 나타나는 결과를 위 표에서 보도록 하자.
1) 생산과 소비 : 우선 미국 내 철강가격이 오르면서, 소비량이 감소하고 소비자잉여가 감소한다. 미국 내 생산자는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생산자잉여가 증가한다. 이것은 철강소비자들에게 세금을 거둬 철강생산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소비자잉여의 감소와 생산자잉여의 증가를 더하더라도 그 합이 같지 않고, 좌측 그래프에서 보듯이 b와 d의 사장된 잉여상실이 생긴다.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관세부과에 따른 손실이 이득을 상회하는 것이다.
2) 관세수입 : 철강관세에 따른 관세수입이 정부에게 귀속된다.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재정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관세를 부과하려는 하나의 동기가 된다.
3) 무역효과 : 관세부과는 미국의 철강수입량을 감소시킨다. 이는 외국의 철강수출의 감소와 동질적이다. 관세를 부과하려는 또 다른 동기가 바로 수입량을 줄여 자국의 유치산업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4) 사회후생 : 미국과 같은 대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자국의 사회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다. 즉 관세부과로 생겨난 재정수입 e가 소비자의 후생손실 b+d를 초과하는 경우 사회후생이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이 관세정책을 추진하려는 이유다.미국이 자국의 철강산업에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사회후생이 증진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흔한 보호무역론자들의 논리 중 하나다. 그러나 미국과 외국의 후생을 모두 감안할 경우, 양국의 재정수입 및 지출은 서로 상쇄되고 결국 남는 것은 사장된 잉여상실(위 그림에서 b+d)뿐이다. 필연적으로 세계경제의 후생이 감소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정부정책은 사회전체의 이익보다는 '잘 조직화된 집단의 이익'에 의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조직력이 우수한 집단일수록 높은 투표율과 로비 등으로 보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보다는 집중적으로 재화를 산출하는 생산자의 조직력이 더 우수하므로, 사회후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호무역정책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른바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가 적용되는 것이다.
2) 관세전쟁 : 보복관세(Retaliative Tariff)의 도입
- 현재 미국이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자, EU나 멕시코, 캐나다 등의 반응은 그것이 부당하며 자신들도 보복관세를 도입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사실 지극히 낮지만, 실현되는 경우 세계경제에 극심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앞서 그래프로 분석한 것과 같이 미국이 철강산업에 수입관세를 도입하면, 자국의 철강생산자는 이득을 보는 반면 철강의 세계무역량은 감소한다. 이 상황에서 EU가 보복관세를 도입하는 경우, 양국의 철강생산자의 손익은 상쇄되지만 세계무역량은 더 크게 위축된다. 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관세전쟁에 관한 분석은 Offer Curve를 도출해 분석하는 것이 엄밀하지만, 단순화를 위해 게임이론의 Pay-off Matrix를 통해 설명하도록 하자.
- 관세전쟁에 관한 보수행렬은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질적으로 같다. 양국이 자유무역을 선택하면 모두에게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EU가 자유무역을 선택할 때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되기 때문에 자유무역에서 이탈할 유인이 생긴다. 그리고 이 경우 내쉬균형은 양국이 모두 관세부과를 선택하는 지점이 된다. 양국이 모두 관세를 도입하면 세계무역이 크게 위축되어 후생손실이 불가피하다.
- 현실에서 양국 간 무역은 반복게임(Repeated Game)이기 때문에 보통은 자유무역 균형에서 이탈하는 것이 억제된다. 즉 자유무역 균형에서 누군가 한 번이라도 이탈하여 관세를 도입하는 경우, 상대방도 보복관세를 도입함으로써 그것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모든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관세를 도입하면, 상대국의 보복관세는 피할 수 없고 이는 세계경제의 후생을 저하시키는 일만 초래할 뿐이다.
2. 무역전쟁의 역사적 고찰 : 대공황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고 1년 후, 미국에서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 통과되었다. 이는 2만여 개의 수입품에 평균 59%, 그리고 최고 400%의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의 정치가들은 이 관세법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소비자들의 후생을 증진시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수입관세가 도입되자마자 캐나다와 영국 등 무역 상대국들은 보복관세를 도입했다. 이런 무역전쟁은 국제무역을 60% 가까이 감소시키면서 세계무역시장을 붕괴시키는 역할을 했고, 이는 대공황의 충격을 심화시키고 침체기간을 장기화시켰다.
트럼프 말대로 무역전쟁이 좋고, 정말로 이기기 쉬울까? 이 시기의 역사적 사실들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1929년 당시 미국의 실업률은 5% 수준이었으나 1933년 35%까지 급증했다. 그리고 미국의 수출량은 1929년 70억 달러 수출에서 1933년 25억 달러 수준으로 60% 넘게 하락했다. 수입도 비슷하게 60% 넘게 감소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농업을 보자. 미국 농업은 대부분 수출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이 법안이 통과되자 캐나다로 수출된 미국의 계란은 92만 다스에서 1만 5000다스로 98% 급감했다. 반면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계란은 1만 3000다스에서 8000다스로 고작 38% 줄었을 뿐이다. 무역전쟁에서는 승자가 없다. 오직 보복의 악순환에 의해 가난해진 패자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분명히 무역전쟁은 모두가 공멸하는 Negative-Sum 게임이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의 역사를 보더라도 모든 국가들이 상호 호혜적으로 성장했던 Positive-Sum 게임은 자유무역이었다. 1930년 이후 보호무역의 파괴적인 결과를 경험하자, 선진국들은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를 출범시켰고, 이에 따라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완화되면서 국제교역이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이 자유무역의 정신은 세계무역기구(WTO)로 이어져 국제경제 질서의 한 기반이 되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무역 질서 하에서 세계무역은 빠르게 확대되었고 경제성장도 촉진되어 왔다.
자유무역은 왜 모두에게 이로운가? 첫째, 자유무역은 비교우위에 집중하게 만든다. 즉, 각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특화하여 생산을 극대화한 후, 필요한 것을 교환하면 더 높은 후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시장의 확대와 상품 다양성의 확보다. 즉,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의 크기를 키우면 더 많은 상품 생산이 가능해져 상품가격이 하락하고, 더 다양한 상품들을 소비하여 자국의 후생을 키울 수 있다. 셋째, 자원배분의 효율화와 생산성의 향상이다. 국제무역은 세계화를 통해 경쟁을 심화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수출을 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국제시장에서 퇴출시킨다. 이런 효율적인 자원배분은 기업과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보다 향상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3. 정말 무역전쟁은 일어날 것인가 : NO
1) 철강 관세부과는 경제적인 실익이 없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역전쟁은 일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미국의 관세부과는 사실 경제적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철강을 외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표현은 트럼프의 목표가 경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미국 내 철강산업 비중 자체가 크지 않다. 그리고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중 중국산은 2%, 멕시코산은 9%, 한국산은 10%, 캐나다산은 16% 등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철강수출에서 캐나다와 EU는 약 50%를 차지한다. 이미 캐나다와 EU가 미국산 철강에 보복관세를 검토한다는 상황에서, 미국의 철강산업이 이익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에 더해 미국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철강의 수량으로는 자국수요를 충당할 수 없기에 수입이 불가피하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관세부과의 경제적 효과는 자국 철강가격의 상승이다. 이것은 자국의 철강수요자들, 대표적으로 자동차 업계 등의 극심한 피해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결국 경제적으로 얻을 것이 거의 없다.
설령 트럼프의 진의가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것에 있다고 할지라도, 이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우선 미국에서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사양산업이고, 국제적으로도 그리 경쟁력이 없다. 그런데 사양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규제를 채택하면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오히려 비능률적인 산업에 생산자원을 너무 오랫동안 유치하게 된다. 이는 한정성 규칙(Specificity Rule)에 어긋난다. 다시 말해 문제의 원인에 처방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 결과를 처방하는 상황이다. 경제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처방은 이 산업들에 투입된 자원을 좀 더 효율적인 곳으로 이전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고 교육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양화된 산업의 노동자들이 트럼프의 정치적 지지기반이라는 데서 근본적인 오류가 나온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입규제가 실제로 이뤄지고 일시적으로 철강산업을 보호하는 게 가능하더라도, 이는 철강소비자의 희생 위에서만 가능하다. 즉 철강소비 산업에 과세해서 철강공급 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입규제는 경쟁력 없는 철강산업을 보호하게 되지만, 그 대가로 2차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철강수요자(제조업체)는 비용이 상승하므로 제품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것은 최종소비자의 부담으로도 귀결된다.
2) 다만 정치적인 이득은 있다.
- 그렇다면 트럼프는 정말 왜 이러는 것일까? 합리적으로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림수라 볼 수밖에 없다. 러스트벨트가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이기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강화하고, 그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기 위함이다. 그 다음으로는 NAFTA를 포함한 몇몇 국가들과의 무역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일 것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 이것이라고 생각하기에(아니, 이것이었으면 좋겠어서), 철강관세 부과는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난 트럼프가 현명한지 아니면 바보인지 아직 모르겠다.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 지 한 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뱀발: @noctisk님의 [함께 읽는 노무라 리포트] 2. 미국발 통상위기 = 트럼프의 정치적 노림수를 추천한다. 지금의 현상을 제대로 보는 혜안이 담긴 글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