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JOHN입니다.
오늘 '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란 책을 읽었는데, 유의미한 점이 많아 느낀 바를 써보려 합니다.
그러나 빈곤의 사슬을 끊고 선진국의 문턱에 서자마자, 우리 경제의 미래는 장밋빛이 아니라 걱정과 불안이 섞인 어두튀튀한 색으로 바래고 있다. 최근 경제뉴스를 보면 기업소득은 늘어나는데 가계소득은 부진함에 따라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있고, 또 대학을 졸업한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자주 보게 된다. 가계부채의 수준도 높아 적절한 대책이 없다면 결국 많은 가계가 도산하고 부채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에 집중된 산업구조, 내수에 비해 수출이 과도한 경제구조도 경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집값이 과도하게 높은 부동산 문제와 고용문제가 악화되다 보니 결혼 및 출산 기피가 발생하고, 인구고령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왜 이렇게 선진국의 문턱에서 많은 사람의 경제적 고통은 커져만 갈까. 동시에 어마어마한 부와 대중적 궁핍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을까. 이러한 경제의 구조적인 병폐가 겹겹이 산적한 원인은 무엇일까. 정대영씨는 우리 경제가 건전히 성장하기 위해 마땅히 가야할 길이 있음에도 일시적인 효과만 있는 쉬운 길을 찾거나, 권력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고집한 권력의 미필적 고의라 비판한다.
대한민국의 성장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이‘수출주도형, 정부주도형 성장’이란 말이다. 즉, 수출기업을 부흥위해 환율을 조정하고, 통화와 재정을 이용하여 성장을 촉진해 왔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경제의 자본스톡을 형성하여 공업화를 달성하는 과정에서는 그것이 효율적인 성장의 방법이었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처럼 경제가 성숙한 이후에도 인위적인 방식을 통해 시장을 개입하는 정책은 경제구조와 분배구조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잘못된 경기진단과 그와 연관된 잘못된 정책처방이 우리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잘못된 정책처방이 경제의 경기변동의 진폭을 키우고, 많은 병폐를 야기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의 부동산 버블을 들 수 있다. 먼저 2004년은 당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실적이 부진하여 성장이 침체되는 국면에 놓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두 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기업의 투자부진의 원인은 자금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국내 소비침체 등이 부진한 탓이었다. 그 결과 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대출은 오히려 줄고, 대신 그 유동성이 은행을 중심으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 결과 2005년 서울의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9.1%, 2006년에는 24.1%에 달하는 등 부동산 버블이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었다. 과거의 이 흐름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가 걸어온 길과도 유사하다.
또 다른 예로는 2008년 초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외환시장 개입, 감세 및 확대재정정책, 부동산 정책 등)을 들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강화하여 성장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환율 상승을 유도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이미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 환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은 일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향상시켰지만, 동시에 물가를 크게 상승시키고 내수침체를 유발했다. 이에 더해 당시 정부는 감세정책과 4대강 사업과 같은 확대재정정책도 시행했는데, 감세의 결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작은 토목부문에 재정을 집행한 것도 문제였다. 종국적으로 당시의 잘못된 거시경제정책은 경제의 안정성을 경기변동의 진폭을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진정한 성장론자는 금리, 환율, 재정 등 거시정책에만 매달리지 않고 성장의 결정요인인 자본 총량과 가용 노동량 확대, 기술혁신을 위한 법과 제도, 관행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이다. (중략) 금리나 환율, 재정 등의 거시경제정책의 목적은 경기진폭의 축소와 함께 시장가격변수의 움직임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거시경제정책이 이상적으로 운용되는 국민경제는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가 물가, 금리, 환율 등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질 필요 없이 각자의 사업과 살림살이에만 충실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일 것이다.”
1) 유념할 사항
우리나라는?
2) 유념할 사항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어떤 성장정책이 필요한 것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경제의 성장과 안정, 그리고 분배는 단기적 시계에서는 상충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의 상관관계를 갖기 마련이다. 물가가 안정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는 시장의 교환과정에서 상당한 마찰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현재와 미래의 생산-투자 등에서 큰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실패한 기업가와 해고된 노동자를 위한 적절한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담보될 수 없다. 게다가 충분한 노동과 자본을 사용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 불공정(unfair)한 분배구조 하에서는 경제구조에 의욕이 생기지 않아 생산성이 저해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성장이라는 가치에 비해서 안정과 분배라는 가치가 뒤쳐져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신문을 펴면 매년 수출이 신장되어 무역수지가 몇 십 개월째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기사가 1면에 실리고, 또 다른 면에는 지니계수가 악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몇 장을 더 넘기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약 10%에 달한다고 한다.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다. 일부가 많은 것을 얻어갔고, 일부는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또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일부는 아무런 고통을 감내하지 않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거의 모든 것을 잃어 버렸다.
“골디락스(Goldilocks)라는 금발의 소녀가 있었다. 어느 날, 숲 속에 들어간 골디락스는 곰 세 마리(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가 사는 통나무집을 발견하게 된다. 통나무집에는 각기 다른 크기의 의자와 침대 등 물건이 놓여 있었다. 골디락스는 자신에게 딱 맞는 의자를 골라 앉아도 보고, 침대에 누워 잠도 잔다. 그러다 배가 고파진 골디락스는 부엌으로 가 세 크기의 접시에 든 수프를 발견했다. 큰 접시의 수프는 너무 뜨거웠고, 중간 접시의 것은 너무 차가웠으나 작은 스프에 담긴 스프는 먹기 딱 좋았다.”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