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핵실험으로 목덜미가 간지럽던 백두산. 이제 조금 화를 누그러뜨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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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 서체 : 신영복>


우리는 한반도가 지난 65년 동안 휴전국가임을 잠시 잊고 동해 상공을 날아가는 미사일을 그러려니 하고 바라 봐왔다. 마찬가지로 백두산이 지난 천 년 동안 숨죽여 살아있다는 것을 잊고 살고 있다. 한반도가 휴전국가이듯, 백두산도 휴화산이다.

우리에게 발해는 어떠한 나라일까. 고구려의 후예를 자처하고 지금은 우리의 것이 아닌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 해동성국이라 불리며 동북아시아를 주름잡던 나라. 그것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발해 300여 년의 역사의 먼지만큼 아는 지식일 것이다.

그 발해가 백두산의 폭발과 그로 인한 화산재로 멸망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발해가 거란의 침입으로 망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백두산의 큰 폭발이 있던 시기와 발해가 망한 시기가 엇비슷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백두산 폭발이 발해 멸망에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을지라도 발해가 망한 후 일어난 부흥운동을 폭발로 인한 거대한 화산재가 짚어삼켰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합리적일 수 있다. 지금의 천지는 지난 천년 전, 발해가 멸망할 즈음 생겨난 것이다.

그러한 백두산이 머지않아 다시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몇몇 학자들이 말하고 있다. 크지는 않지만 작은 폭발과 지진들이 최근 들어 이미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니 학자들의 주장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그렇다. 지금 백두산은 오랫동안 참아왔던 화를 모으고 있고 언제 터트릴지 모르는 상태이다.

화가 난 사람 옆에서 옆구리를 푹푹 찌른다면 어떻게 될까. 찌르는 사람은 점점 화를 돋우고, 인내를 가지고 참던 사람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 화를 주체하지 못했을 때 폭발이 일어나고 그 폭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찌른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백두산이 그러한 상태였다. 북한이 백두산 폭발의 가능성을 모를 일은 없겠지만, 그보다는 자신들의 안위가 더 걱정되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자신들을 지킬 무기는 핵과 미사일뿐이 없었을 것이다. 이 핵을 실험하던 실험장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백두산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풍계리는 목덜미, 입은 백두산의 위치와 비슷하다)

잠자던 호랑이의 옆구리를 푹푹 찌르듯 계속되는 핵실험은 백두산 폭발을 앞당기고 있을지 모른다. 화가 난 호랑이가 깨어나 자신을 찌른 존재의 목덜미만 물게 될까. 죄 없이 옆에 있던 애꿎은 것들에게도 커다랗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고 온몸을 부르르 떨게 할 포효하며 짖어댈 것이다.

천년 전 폭발로 인한 화산재는 한반도 북쪽을 뒤덮고도 넘쳐 일본까지 날아가 쌓였다. 땅을 비추던 햇빛은 화산재에 가려졌고 그로 인해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는 날이 몇 달 동안 계속되었다. 농작물은 죽어났고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졌을 것이다. 상상할 수 없겠다면 폼페이를 떠올려보자. 폼페이를 멸망시켰던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 강도는 천년 전 백두산 폭발의 백분의 일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까지 써두고 북한이 핵실험을 또 한다면 그때 올려야지 했는데, 이게 왠걸?


전에 써두었던 글이 허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늘 뉴스를 통해 실감했다. 지난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이 원인일 수 있다는 어느 학자의 주장이 있었다. 외부의 충격에 의해 지진도 일어나는데 하물며 핵실험으로 인해 백두산의 폭발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오늘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백두산 폭발을 조금 늦출 수도, 아니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로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자연의 힘 앞에 맥없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평화 통일을 대비하듯 백두산 폭발에도 대비해야 한다.

백두산 폭발이 언제 일어날지 아직은 모르는 것처럼 한반도에 통일이 오는 그날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난 역사를 들추어 보면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원조를 받던 세계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은혜를 다른 나라에 다시 돌려주는 나라가 되었다. 북한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불과 3-40년만에 일구어 냈듯이 남과 북이 함께 한다면 대동강의 기적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더 앞당길지도 모른다. 우리는 같은 한민족 아닌가. 한강의 기적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했듯이 대동강의 기적은 통일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성미가 급한 한민족이 통일까지 빨리빨리 해치워서는 안될 것이다. 당장의 통일은 남과 북 모두에게 이롭지 못할 것이다. 김정은이 최우선으로 바라는 것이 평화일까? 김정일이 바라던 것이 인민들이 밥을 굶지 않는 것이라 했는데 김정은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와 미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의 정상회담이 오늘만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지난날 발해가 해동성국으로 불리었듯 앞으로 남과 북의 행보가 전 세계에 빛이 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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