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만 보고도 작가를 연상시킬 수 있을 정도로 키티 크라우더 작가의 그림체와 표현력은 뚜렷하고 개성이 있다. 나는 작가 이름과 작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아니의 호수"를 접하였을 때 이전에 읽었던 "메두사 엄마"와 키티가 바로 떠올랐을 정도다. 아니의 호수는 작년 10월에 나온 신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책 팬층들의 두터운 사랑을 받으며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나 역시 이 작품을 접하면서 이번에는 어떤 글과 그림으로 감동을 줄지 내심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쳤다.
그림책 초반에 느껴지는 분위기와 표현은 다소 극단적이다. 가령 어머니를 잃고 고립된 공간에 홀로 지내는 모습이나 삶을 포기하기 위해 호수로 뛰어드는 장면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부터 말하자면 이 표현은 비유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이전의 나를 극복하는 순간 "과거의 나는 죽었다, 새롭게 태어났다."라고 말하는데 이 작품에 꼭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작가 역시 그런 의도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조금 더 덧붙혀서 심리적, 영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부정적인 이전의 자아와 단절 후 긍정적인 참자아를 발견하고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작가가 얼마나 깊이 있는 성찰과 의도로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그녀가 인터뷰한 기사를 찾아보았다. 키티 크라우더. 개성 강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작가. 청각장애인. 한 단어가 내 눈길을 오랫동안 잡아 두었다. 타인과 다른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 번민이 있었까? 그런 힘든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려고 자신의 경험을 담아 심혈을 기울여서 작품을 만들어 냈을까? 이런 생각에 다다르니 작품을 다시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떤 이가 볼 때는 극단적이라고 생각되는 표현이 있기는 하나, 작가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누구나 가슴 속에 따뜻함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세상은 사랑과 연민, 이타심, 배려, 감사와 같은 긍정적이고 희망이 가득하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도 그녀는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을까?
이 그림책 초반은 어둡고, 우울하고, 고립되고, 외로움이 느껴져서 무거운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밝고, 희망적이며, 도전적이고 개척적인 이야기로 전개되어 극적인 효과가 강하다. 우리 삶도 이와 비슷하다. 고난을 뚫고 성공했을 때 더 큰 감동을 받는다. 혹시라도 지금 현재 삶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좌절하지 말자. 이 상황을 극복해내면 분명 더 밝고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