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선물해준 뽀돌형이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육아휴직 전날 친하게 지내던 동료분으로부터 작은 카드와 함께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것을 서로 알고 있어서 몇 번 좋아하는 책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렇게 선물까지 준비했을지는 몰랐었네요. 저에게는 생소한 문태준 작가의 신작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라는 산문집이였는데 몇 페이지 읽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그의 글에 푹 빠져버리고 말 정도로 진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문태준 작가의 표현은 상당히 서정적이고 운치가 있으며 깊이가 있습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물에도 의미를 부여하여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가령 막버스와 정류장이라는 글에서 정류장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류장은 늘 한곳에서 많은 사람의 일생을 지켜본다. 그러는 동안 세월은 흘러 멀리 간다. 봄이 오고가고, 가을이 다시 오고가고, 비와 눈과 달이 오고간다. 그러는 동안 소년은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된다. 정류장에서 떠나가고 정류장으로 돌아오는 동안 세월은 흘러 아득히 멀리간다. ~ 정류장 또한 그 자리에 있다. 오가는 사람들이 달라질 뿐이다. 우리들 또한 하나의 정류장인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고 사색에 잠겨 보았습니다. 나라는 정류장을 한 번 스쳐 지나간 사람들은 누구이고 매번 돌아오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중에는 그리운 사람도 있었고 고마운 사람도 있었습니다. 성난 파도에 휩슬린 저를 구해주신 아저씨가 생각나기도 했고 아주 어릴 때의 벗이 생각나기도 했고 큰 은혜를 배풀어주신 선생님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불쑥 이름이 생각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서 괜한 아쉬움이 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꽤 세월이 흘러 많이 늙고 변해있겠지만 제 기억 속에서는 언제까지나 멋진 아저씨, 어린 친구, 다정한 선생님으로 남아 계시는 걸로 위안을 삼아 보았습니다.
이 책은 소제목에 어울리는 하나의 시를 소개하고 그 시가 의미하는 바를 곰곰이 곱씹어 보며 작가의 생각을 보태거나 느낀 점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중간중간 알고 있는 시가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생소한 시지만 한 번 읽고 계속해서 머릿 속에 맴도는 것도 있습니다. 현대시뿐만 아니라 이규보, 이황 같은 옛시대의 고시도 간간히 소개되는데 학창시절 배울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오롯이 시를 음미할 수도 있습니다.
양로원 뜰마다
고아원 뜰마다 푸르게 하리니
참담한 나날을 사는 그 사람들을
눈물 지우는 어린것들을
이끌어주리니
슬기로움을 안겨주리니
기쁨주리니
김종삼 시인의 내가 재벌이라면 이라는 시입니다. 제목만 보고서는 '참 엉뚱한 시인도 다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를 읽고 나서 가난하고 소외받고 있는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민을 느끼며 배풀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시인의 시와 이 시를 통한 문태준 작가의 글을 통해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고 배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마음을 보듬어 주는 포근한 책 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한 장 한 장 음미하며 책을 읽다보면 그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없을 듯 합니다. 여러분도 소소한 행복과 함께 남은 주말동안 평온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