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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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덕분에

여유로운 하루이다. 오랜만인듯 해서 생각을 되짚어봤더니 사실 오랜만도 아니다. 지난 주말엔 몸살을 핑계로 자의롭게 침대와 붙어지냈으니 말이다. 사그라져가는 마지막 몸살기운에 운동을 하고 왔더니 몸이 오히려 개운해졌다. 평소보다 두배쯤 땀을 더 많이 흘리고 세배쯤 더 힘듬이 느껴졌지만 끈덕지게 몸의 한자락을 붙들고 있던 몸살이라는 놈을 돌려차기로 날려버린것 같다.
오늘은 운동을 쉬고 대신 밀려있던 집안 살림을 해본다. 지난번에 한국에서 공수한 시레기도 삶고, 해피와 나눠 먹을 닭가슴살도 삶고, 계란도 삶고, 요거트도 만들고... 살림에는 영 젬병이라서 할줄 아는건 물에 푹푹 삶는 것밖에 없지만 내 능력안에서는 최선이다.

해피 덕분에

나는 지금 호텔 로비에 앉아 있다. 넓직하고 깨끗하고 세련된 소파에 앉아 새로산 반짝이 신발을 까딱거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해피를 미용실에 넣고 기다리는 참이다. 써 놓고 보니 참 해피 팔자도 내 팔자도 '상팔자' 다. 미용실에 간 개와 호텔 로비에 앉아 개를 기다리는 마담이라니... 해피 덕분에 내팔자가 개팔자로 업그레이드 된 셈이다. 나는 1년에 한번 미용실에 갈까 말까라는걸 밝혀둔다.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정말 개풀 뜯어먹는 소리처럼 들려서 빈정 상하는 분도 계실것 같아 오늘이 연휴의 마지막 날임을 조용히 상기시켜드린다.
글을 쓰면서 이웃들의 목소리가 들리는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글을 우리 이웃들이 과연 얼마나 편하고 재미있게 읽어줄 것인가가 요즈음 글의 주제를 찾을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이다.

메모장 덕분에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메모장 가득 적혀 있는 여러가지 주제중에서 하나를 골라잡아 글을 쓰기 시작하면 때론 다섯줄을 못 넘기고 포기할때가 있는가 하면 때론 단숨에 끝까지 내달려 마무리 지을때도 있다. 덕분에 나의 핸폰 메모장에는 미완성의 다섯줄짜리 글들이 넘쳐난다. 그 글들을 모아서 끄적끄적 밀린 일기를 한편 만들수 있으니 이는 대단한 편법이 아닌가. 과히 천재적이라 볼수 있다.
스팀잇 초기에는 문장을 쓰는 행위 자체가 고단함이었고, 조금 익숙해지니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짜다가, 글의 소재가 바닥나서 한탄하던 시기를 지나, 이젠 이러한 문제에서 대체로 편안해진 느낌이 든다. 장장 4개월이나 걸렸다.

그분 덕분에

2개월만에 돌아오신 한 스티미언분에게 내 블로그를 들러봐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2개월간의 변화에 대한 감지를 부탁한 것이었는데, 역시 날카로운 그분은 나의 명성도의 주춤함과 과학적 지식에 대해 일갈을 하고 가셨다. 그분다웠다. 사람은 변하면 죽는다던데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오신것 같아 기뻤다.
덕분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스팀잇 생활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4개월동안 '글쓰기'라는 행위가 좀더 편안해졌다면 '다른 부문'은 어떠한가에 대해서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 주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해본다.

소통 덕분에

다른 부문이라 한다면 소통이 가장 크게 차지 않을까 한다. 나에게 소통이란 이미 지겹도록 밝혔듯이, <스팀잇 예찬론자>답게 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소통하는 스킬 부문에서는 댓글을 다는 스킬이 조금 나아졌다는것 빼고는 크게 달라진건 없는 듯하다.
얼마전까지 회자되던 '감성팔이' 글들에 동조하는 사람과 불편해 하는 사람이 나뉘는걸 보면 내 글에도 역시 그러하리라 짐작해 본다. 나와 함께 몇개월을 함께 한 이웃들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어느 분의 말마따나 스팀잇에서 너무 미화된 부분 또한 없지 않다. 원래 겉멋부리기가 인생신조인만큼 그 부분을 배제하고는 존재할수가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모든 글에는 여전히 진심을 담고 있으니 그거 하나만큼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해도 될것 같다. 무수한 나의 감정들이 교차하는 것중에서 몇개를 꺼내어 진심으로 보여주는 일들이 계속된다. 함께 기뻐하기도 안타까워하기도 아파하기도 설레어하기도 슬퍼하기도, 무엇보다 최근에는 분개하기도 했던 나의 감정의 조각들을 이웃분들과 하나씩 주고 받는다.

불면증 덕분에

여전히 잠은 잘 못 잔다. 예전에는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잠을 못 잤지만 지금은 잠을 못 자기 때문에 글을 쓴다. 그리고 습관이 되어버린 불면증과 글쓰기는 적당한 피로감을 가져다주었고, 적당한 피로감은 삶의 긴장감을 가져다주었으며, 삶의 긴장감은 자기관리가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특별한 의미가 되었고, 이제는 하루도 글을 쓰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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