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여행을 추억하며] 미술관에서 본 것들 1 알테 피나코크
[지나간 여행을 추억하며] 미술관에서 본 것들 2 오스트리아 미술사 박물관
[지나간 여행을 추억하며] 미술관에서 본 것들 3 베네치아투어
[지나간 여행을 추억하며] 미술관에서 본 것들 4 바티칸 박물관
안녕하세요 @eesa224입니다. 오늘은 미술관 투어 5번째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입니다.
로마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나니 기차 시간표가 살짝 복잡해졌습니다. 바로 스위스로 넘어가고 싶은데, 스위스가는 기차가 없었죠. 그래서 기차 시간표를 보며 고민하다가, 로마에서 독일 남부로 가는 야간기차를 발견했습니다. 그걸타고 독일로 넘어갔다가 다시 스위스로 갈생각이었지요. 그러다보니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습니다. 어쨌든 다시 로마로 돌아와야하는데, 로마 관광은 이제 더 하고 싶지는 않았고, 가까운 도시 없을까 찾아보니, 1~2시간 거리에 피렌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피렌체 또는 플로렌스라 불리우는 도시는 이름처럼 르네상스의 꽃이었습니다. 메디치가 일어났던 도시고 유명한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의 고향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 보티첼리의 고향 등등 미술사에서나 유럽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하여간 고속열차를 타고 로마에서 피렌체로 갔습니다. 저녁에 다시 로마로 돌아와야하니까 짧은 시간에 피렌체를 전부 돌아볼 계획을 짰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피치 미술관이 있었습니다.
유럽의 주요 관광도시를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줄을서서 걸어간다는 느낌으로 길을 걸어갑니다. 그럼 그 사람들을 따라가기만해도 주요 관광지를 다 돌아볼수 있죠. 우피치 미술관을 가는길에 커다란 성당이 하나 나타났는데, 피렌체 두오모, 피렌체 대성당입니다. 국내에서는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일본영화의 배경으로 유명하지요.
요 빨간 돔이 유명한 곳이지요.
또 길을따라 쭉걸어가다보니 커다란 광장이 나왔는데, 미켈란젤로의 조각인 다비드 상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진품은 다른곳에 있고, 이것은 원래 있던자리에 놓여진 모조품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우피치 미술관에 도착했습니다. 와 그런데 줄이 장난이 아니네요. 일단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미술관에 들어가는 인원을 제한하는것 같았습니다. 즉 100명이 한도라고 치면 3명 나오면 3명 들여보내고, 5명나오면 5명또 들여보내는 식인것 같았습니다. 한 3시간은 줄선것 같더군요. 나중에 되니까 오기가 생겨서 꼭 들어가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오기는 충분히 보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거의 모든 작품들이 안에 있었으니까요.
역시 이곳도 이탈리아 미술관이라 내부사진촬영은 금지였습니다. 그래서 미술작품을 하나하나 돌아보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그러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작품들이 몇개 있습니다. 첫번째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입니다.
교과서에서도 가끔 보이고 너무 유명한 그림이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비너스 신은 크로노스가 잘라버린 우라노스의 성기가 바다에 떨어졌는데 거기서 거품이 일어났고, 그 거품에서 태어난게 사랑의 여신 비너스라고 합니다. 그림을 보시면 왼쪽위에서 바람을 부는 사람이 있는데, 서풍의 신 제피로스라고 합니다. 그는 비너스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서 바람을 일으켜 신들이 있는곳으로 비너스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급하게 몸을 가릴 옷을 가져오는 여성은 계절의 여신 호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그림 맨날 책에서나 보던 그림이라 그런지 작을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세로는 사람의 키와 비슷하고 가로는 3미터 가까이 되는 엄청난 크기의 대작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려져 있는 신들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해서 책이나 게임속에서 보던 느낌이 아닌 다른 느낌이 느껴졌습니다. 저를 바라보는듯한 비너스의 시선도 그렇고 강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 600년전 언제나 경건한 그림만 보고 살던 사람들이 이 작품을 처음 봤을때의 충격이 어땠을지...... 한참을 이 그림 앞에서 떠날수 없었습니다.
제가 보티첼리를 좋아하는 건 저 독특한 그림체가 좋아서였습니다. 르네상스 초창기 아직 화풍들이 정립되기전 보티첼리는 강렬한 색채와 당시에는 보기 힘들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토대로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죠.
그렇게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한참을 보다가 다른 방에 가보니 그곳에도 보티첼리의 대작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프리마베라였죠.
이것 역시 책에서 보던 작은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아까전 비너스의 탄생보다도 더 큰 세로 2미터에 가로는 3미터가 넘는 작품이었습니다. 프리마베라는 봄을 뜻하는 단어인데, 여기서는 신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제일 왼쪽에는 전령의 신 머큐리가 제일 오른쪽에는 비너스의 탄생에서도 나왔던 제피로스가 등장하죠. 그러나 이 신들은 주인공이 아닙니다. 봄인 만큼 가운데에 있는 여신들이 주인공이죠. 여기서도 중앙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위에는 큐피트, 즉 에로스가 날고 있죠. 그런데 비너스 오른쪽에 보시면 비너스보다도 더 화려하게 장식한 여신이 있습니다. 꽃의 신 플로라입니다. 그리고 시선을 조금더 오른쪽으로 돌리면 제피로스에게 쫓기는 한 여인이 있죠? 그 여인은 대지의 님프 클로리스 입니다. 그런데 플로라와 클로리스는 같은 사람입니다. 신화에 따르면 대지에 살던 평범한 요정이었던 클로리스는 어느날 제피로스의 눈에 띄었고, 제피로스가 그녀를 붙잡자 온몸에서 꽃이 피어나 꽃의 신 플로라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에서는 그걸 한 그림에 집어 넣었습니다.
즉 그림에는 두 사람이 그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한사람인거고 애프터, 비포 그림인거죠 ^^; 이 전설은 겨우내 삭막했던 대지가 따뜻한 바람이 불자 화려한 꽃으로 뒤덮이는걸 의인화 신화화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담인데 이 플로라의 모델은 보티첼리가 좋아했던 여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제일 화려하게 장식해서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 것일까요? ^^ 또 이작품에는 약 500개의 꽃이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꽃의 종류가 40종이라고 하는데요. 모두 사랑과 봄에 관련된 꽃들이라고 하니 엄청 디테일 한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티첼리들의 그림을 넘어가면서 작품을 한참 감상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말썽꾼, 켄타우로스의 머리를 잡고 있는 지혜의 여신 팔라스그림이라던가
이 여신의 모델도 아까 그 플로라의 모델과 동일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다른방에 가보니 이번에는 기독교적인 요소가 있는 보티첼리의 그림도 있었습니다. 바로 예수가 탄생했을때 동방에서 찾아왔다던 동방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인데 여기서 제일 오른쪽에 보시면 한사람만 예수를 바라보지 않고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이 사람을 산드로 보티첼리라고 추정합니다. 즉 자신의 초상화를 이런식으로 그려넣었다는 것이죠. 라파엘로도 미켈란젤로도 심지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자신의 그림에 자신의 초상화를 살짝살짝 넣었다던데 여기서부터 시작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
그리고 그렇게 피렌체 출신의 화가인 보티첼리의 그림을 한참 구경하고 여러방을 넘어가다보니 다른 도시 출신 화가들의 그림도 나오더군요. 그중에서도 눈에 띈 그림이 하나 있었으니 제가 좋아하는 화가중 한 사람인 베네치아 출신 화가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그림도 있었습니다.
베네치아파의 대표적인 화가로 불리우는 티치아노는 그림을 정말 사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그는 나중에 스페인 화풍에도 큰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아주아주 유명한 화가였죠. 게다가 그가 그리는 초상화는 당시 유럽의 왕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언제나 그를 모셔가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티치아노는 당대에도 대 화가로 명성을 날렸고,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수 있었죠. 그렇다고 그가 초상화만 그리던 것은 아니었고, 그도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아서 신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중 하나인 우르비노의 비너스입니다. 우르비노 공작이 자기의 신혼방에 장식으로 걸 그림을 주문했는데, 그래서 티치아노가 비너스그림을 그려줬다고 합니다. 즉 저기에 도발적으로 누워있는 여인은 비너스인것이죠. 그런데 티치아노는 살아 생전에 이 그림을 비너스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저 벗은 여인이라고 불렀다고 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실제 여인의 누드를 보고 티치아노가 사실적으로 그렸는데, 당시만해도 실제여인의 누드화는 금기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비너스라고 둘러댄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당시 우르비노 공작의 요구를 착실히 받아준것일지도요 ^^; 하여간 이 그림에서 비너스의 도발적인 시선과 포즈는 후대의 화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작품중 하나를 나중에 프랑스에서 보게 됩니다
또 다른 방을 가보니 이번에는 르네상스 3대거장중 두명의 그림이 있었습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그림들이었죠.
수태고지라는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임신했다는걸 천사가 알려주는것을 뜻합니다. 임신을 뜻하는 수태와 알려준다는 뜻의 고지를 합친말이지요. 워낙 인기를 끈 소재라 당시 화가들은 하나씩 다 그려보았습니다. 이 작품이 유명한 이유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이기도 하지만 몇 안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완성된 유화이기 때문입니다.(...) 현대로 치면 ADHD 증세를 가지고 있던 레오나르도는 시도때도 없이 그림을 그리다 말다 그리다 말다를 반복했는데요. 어느정도 였냐 하면 한번은 교황이 그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는데, 그림은 안그리고 그림 다 그리고 그림을 보존할 보존제를 먼저 연구하고 있을 정도 였습니다. 그런 그가 완성시킨 유화라니 ㅋ 유명할수 밖에 없죠.
그리고 또 다른 거장 미켈란젤로의 작품 성가족입니다. 이작품은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림을 둘러싼 액자도 화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죠. 성가족이란 아기예수와 성모마리아, 그리고 성모마리아의 남편 성 요셉을 뜻합니다. 미켈란젤로는 원래 조각가라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아했는데, 일단 그리면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그려냈습니다. 이 작품도 그중 하나였지요. 그런데 이 작품 자세히 보시면 아래 쪽에서 아기 예수를 들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팔뚝에 주목해보시기 바랍니다. 뭔가 현대의 보디빌더처럼 근육이 제대로 표현되어있습니다. 이런 근육은 미켈란젤로 그림의 특징중 하나인데, 우락부락한 근육의 표현에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워낙 근육을 좋아해서 근육을 도드라지게 그렸다라는 이야기서부터, 여자 모델을 구할수 없어서 자기 조수로 있던 사람들에게 포즈를 취해보라고 한뒤에 그대로 그렸다는 이야기등등 괴팍한 미켈란젤로의 아이덴티티라고도 할수 있을정도로 다양한 그림에서 저러한 근육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예수 오른쪽에 있는 성요셉의 표정을 자세히 보시면 그렇게 표정이 좋지는 않은데 한 사람이 미켈란젤로에게 '요셉의 표정이 왜 안좋아 보이나요?'라고 물었더니 미켈란젤로가 '예수는 친아들이 아니라서요'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
하여간 이런 대작들이 있던 우피치 미술관이라서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고 그림그림마다 한참을 감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을 엄청 잡아먹었죠. 기다렸던 3시간에 안에서 돌아다녔던 시간 3시간을 합치니 어느덧 로마로 돌아갈 기차시간에 가까워져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더 피렌체를 돌아다니려던 계획을 수정해서 기차역으로 돌아가야했습니다. 돌아가던 중간에 있는 피렌체 대성당을 구경하는것으로 피렌체 관광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야만 했죠. 그러나 딱히 아쉬운 마음은 없었습니다. 워낙 좋아하던 그림들을 실제로 봐서 그랬을까요? 그날은 하루종일 그림만 생각났습니다. 야간침대차에 타서도 침대에 누워서 낮에 본 그림들을 상상해 볼정도로요. 지금까지도 다른 미술관과 다르게 사진이 없어도 이정도 기억하는걸 보면 정말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나봅니다. 다음에는 더 여유를 가지고 다시 방문해보고 싶을정도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