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희옥] 진정성있는 맛

easysun(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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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하다 접은 이후 맛있는 식당 찾기가 어려워졌다.

요즘은 새로 문을 연 쇼핑몰이나 근사한 빌딩에 있는 식당들은 대체로 '프랜차이즈' 인데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특이한 메뉴가 보이지만 맛은 딱 80 - 85점짜리 맛이다. 식재료, 레시피, 소스, 모든 면에서 평균에 맞춘 맛이랄까? 그 계절에 나는, 혹은 특정 산지에서 나는 식재료를 고민한다든지 더 맛있는 레시피를 연구한 정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곳이 많다. 물론 유명 셰프의 식당을 찾으면 당연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겠지만 (가격도 비싸겠지 -_-) 외식이 매번 특별한 파티는 아니니, 내 취향에 맞는 식당을 찾는 노력은 게을리하면 안 되는 일이라 여겨진다.

SNS가 워낙 대중화되어 맛집 찾기는 쉬워졌다. 그런데 맛은 워낙 주관적인 것이어서 인지 SNS 친구들이 자랑한 식당에서 실망하는 일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 방문했던 '주유별장'이라는 식당이었다. 간판을 보고 SNS에서 요즘 핫플레이스로 뜨는 곳이다 싶어 갔었는데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찾아서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퓨전도 기본이 있는 법이고 기본기가 다져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튀겨낸 닭똥집은 냄새가 났고 모든 소스는 달았다.

[락희옥] - '한국 현대식 요리'집을 표방한 곳이다. 이름이 구닥다리인 데다 정겹지도 않아 (차라리 미자 식당이라면 정겨웠을 텐데...) 절대로 추천을 받지 않았으면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음식 추천으로는 나와 가장 케미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이택희 기자님이 소개한 글을 보고 고민 없이 찾아갔다.

요즘 아이들도 크고 보니 주말을 남편과 둘이 보내는 일이 대부분이다. 은퇴한 '노부부'처럼 주말에는 맛있다는 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큰 낙이 됐다. 가능하면 크게 비싸지 않은 집을 고르고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러고 보니 은퇴 예행연습인 듯도 하다.

[락희옥]은 을지로 2가 인쇄 골목 부근 큰 길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마포를 비롯해 여러 곳에 매장이 있다). 이 곳의 대표 메뉴인 '보쌈정식'과 김치말이 국수, 된장 국수를 시켰다. (원래는 성게비빔밥을 먹고 싶었으나 마침 성게가 떨어졌다 하여 이 집의 대표 메뉴인 김치말이 국수를 먹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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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수요 미식회' 추천, 보쌈이 맛있는 집이라고 했다. 보쌈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5 겹살을 어찌 그렇게 부드럽게 삶았는지, 고기는 부드럽고 비계와 껍질 쪽은 쫄깃했다. 함께 주는 새우젓도 일반 족발/보쌈 집의 그것 - 새우 서너 개에 국물이 흥건한 소스-이 아니라 (추젓인지 육젓인지까지는 모르겠으나) 제대로 된 새우젓이었다. 사이드로 나온 김치, 배추, 된장까지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이 집의 정말 대표 메뉴는 김치말이 국수였다. 보쌈은 이 만큼 맛있는 집을 한 두 개 정도 더 떠올릴 수 있겠지만 김치말이 국수는 내가 먹어 본 중 최고였다.

김치말이 국수, 동치미 국수, 냉면 등 차게 먹는 국수들의 국물에 언제부터인가 얼음 슬러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원한 것이 아니라 얼은 것이다. 얼음을 곁들일 만큼 차게 내면 음식의 맛이며 향이 모두 얼어붙는다. 그냥 차가움만 남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찬 맛으로 먹는 이런 국수나 냉면에 얼음이 들어간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았으나 난 이런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락희옥] 김치말이 국수는 딱 시원할 정도였다. 사실 시원하지도 않았다. 냉장하지 않은 상온의 '찬물'처럼 딱 먹기 좋은 온도였다. 국물은 양지로 낸 국물로 만든 김치국을 부었다고 했다. 일반적인 김칫국물 보다 한참 부드러운 맛이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소면을 정말 잘 삶았다. 워낙 국수를 좋아하는 지라 소면 꽤나 삶아 봤다. 대충 하면 비슷한 맛이 날 것 같아도 소면 제대로 꼬들하게 삶기 쉽지 않다. 이 모든 것을 합쳐 별점으로 매기면 5개 몽땅 주고 싶다.

원래 이 집은 밥보다는 술을 먹기에 좋은 곳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주말 점심이라 술은 패쓰. 와인 코키지가 무료라고 하니 언젠가는 꼭 와인 한병들고 다시 가서 제대로 된 재료로 진심을 담아 만든 안주를 이것저것 맛보아야겠다.

중간에 맞춘 두리뭉실한 맛 말고 주인장의 고집과 자부심이 담긴 그런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잔치국수 하나, 김밥 한 줄에도 맛있게 만들겠다는 의지와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프랜차이즈의 평준화된 음식은 이제 질렸다.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101 정익빌딩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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