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노트] 너의 죄를 사하노라

dudream(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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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역 아동센터에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회사와 연계된 곳이라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합니다.

제가 부서 봉사활동 책임자라 4년째 그 곳을 다니고 있는데,

작년부터 신규 프로젝트를 하느라 근 1년을 못가다가 오늘에서야 다시 갔네요.

오랫만에 보니 아이들이 많이 커 있더군요.

6살때부터 본 꼬꼬맹이들은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요.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제가 방문하는 이 지역센터는...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워 방과후 활동이나 학원 등을 못가는 아이,

편부모 가정인데 부모님이 일하시느라 방과 후 갈 곳이 없는 아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등이 주로 옵니다.

다들 TV에 나올 정도는 아닌데...그래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이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각 가정마다 사정이 있고, 사연이 있고...

원래는 한 달에 한 번 오는 저희들이 알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데

아이들과 놀면서, 공부하면서,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먼저 이야기를 합니다.

그만큼 저희가 아이들과 가까워졌다는 뜻이겠지요^^;;

오늘은 아이들과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큰 아이나 작은 아이나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하는건 엄청 재밌어 하더군요.

제 테이블에 3명의 아이가 앉았는데 그 중 2명은 제가 앞에서 말한 6살짜리 꼬꼬마들이 벌써 초2가 된 아이들입니다.

둘 다 여자아이들인데 저희 집 딸 아이가 크면 저렇게 되나 싶고 쫑알쫑알 말하는 것도 귀엽고...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오늘 그 중에 한 아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올해 초 2인 그 아이는 집이 외곽 쪽에 있습니다.

위치도 위치인데 집도 오래되서 많이 낡았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그냥 시멘트로 지은 예전 1970~80년대 살던 그런 집입니다.

아빠, 오빠, 그 아이 이렇게 3명이 사는데 아이말로는 엄마가 크면서 언젠가부터 안보였다고 합니다.

몇 년 전까지 할머니와 아빠 손을 오가며 컸다는데 그 때문인지 학교를 집에서 멀리 다닙니다.

꽤나 먼데 그 작은 체구로 걸어다니거나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합니다.

그런 아이입니다.

예전부터 들어서 하늘 높이 띄워주는걸 좋아했었는데 보자마자 그걸 해달라고 조르더군요

오랫만에 보니 반가워서 오늘도 신나게 하늘로 띄워주고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보이는게...

그 아이가 주위 언니들이나 동생들이 뭐라고 하면 막 발끈발끈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하는 말이라 별 의미있는 말은 아닌데 그 아이는 자꾸 뭔가 신경이 쓰였나봅니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아이가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기보호 본능이 강해진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특히 누군가가 자기를 놀린다거나 깎아내리는 말을 하면 아이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더군요.

옆에서 다독이면서 "그런 이야기로 네가 화 낼 필요 없어. 네가 친구들에게 하는 농담같은거야."하고 달래도 잘 통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완전 천진무구한 개구쟁이 아이였는데, 누가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이 아이는 커갈수록 아마 자기 보호 본능이 더 강해질테지요.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하고 싶은걸 못하면 못할수록, 철이 들면 들수록...

아이는 더욱 내면이 단단해져 갈겁니다.

지금 당장 생각해봐도 초등학교 2학년인 이 꼬마 아이가 등하교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친구들과 손잡고 학교가고도 싶고, 길에서 군것질도 하고 싶고...

그렇지 않을까요?

근데 이 아이는 벌써부터 아이들과는 다른 길로 혼자 등하교를 하고...

긴 시간 동안 걷든 버스를 타던 혼자 다닙니다.

그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빠에 대한 원망? 친구들의 놀림에 대한 분노?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마움, 감사, 행복 이라는 감정을 이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이 아이는 죄가 없습니다.

그저 아빠의 딸로 태어났고 학교갈 나이가 되었기에 학교를 2년째 다니는 아이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벌써부터 남들과 다른 환경에서 아이를 살게 합니다.

그 아이가 선택하는 것은 없고, 그저 얻어진 결과는 모조리 아이 몫입니다.

천사같은 아이가 다소 표독스럽게 변한 것을 보고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아빠의 직업, 경제적 능력, 가족 배경 등등이...

그 아이에게는 세상을 살아갈 힘이 아닌...짐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면죄부라도 있으면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이렇게 말이지요.

아이들이 주위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아빠들, 엄마들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 하루였습니다.

다음달에 그 아이를 또 만나면 이런 저런 사실들은 다 잊고 신나게 놀아줄 생각입니다.

그게 제가 그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그 아이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고 바른 아이로 자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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