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 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작가의 말)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 벌어진 큰 사건들을 쫓아 심층 추적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 나라의 위기다. 위기도 심각한 위기다, 난파 직전의 배와 다름이 없다, 구해야 한다! 빨리 바꿔야 한다. (3권 371)
대하소설을 많이 써온 저자의 우국충정은 애국 독립지사 못잖다. 그래서 이 작품을 쓴 것 같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굵직한 작품에서 느껴지는 이 땅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으랴. 한반도 근현대사의 귀결로 당면한 2019년의 우리의 현실. 절박해도 너무 절박하다. 무너지는 경제, 부패한 관료와 사법부, 무능한 공직자, 0.1%를 향해가는 재벌들의 끝을 모르는 욕망, 썩은 언론. 이외에도 자살률, 환경오염 등.
우리 사회를 이렇게 기울게 한 이유의 줄기를 쫓아 올라가면 ‘일제 청산’을 하지못한 잘못이라고 못 박는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샅샅이 조사했다. 밑의 사진이 보여주는 것처럼 저 많은 노트와 취재 수첩을 보면 언론과 기자들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다만 마음이 좀 급하셨던 탓일까.
소설적 재미가 덜 하다는 아쉬움. 하긴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사랑에 대한 감성조차 메말랐다. 사랑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오는가. 무관심, 냉소, 그리고 타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분노.
암튼 줄거리를 추려보면....
진보 성향의 일간지 기자 정우진은 제보를 받기만 하면 그 비리를 끝까지 파헤치는 ‘진짜’ 기자다. 그의 사명감은 놀라워서 피의자들로부터 무수한 협박을 당하지만 끄떡없다. 그는 대기업의 비자금 비리, 전관예우로 얽힌 사법부의 비리, 장애인을 성폭행한 업주 등을 파헤쳐 기사화해서 독차층이 두껍다.
여기에 큰 힘을 보태는 것이 민변 최민혜와 내부 고발자로 중심에서 밀려난 황원준 검사가 있다. 이들은 건강한 한국 사회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이다.
한편 성화 그룹의 김태성 전무는 장인이자 회장이 자기 딸에게 사장 자리를 주고 처남들 대신 옥살이까지 한 자신의 노고를 무시하자 비자금 장부를 들고 잠적했다가 회사 사람들에게 잡혀 빈털털이가 된다. 비밀 장부와 교환한 거액은 공수표였고 이혼까지 당하는데 여기에 두 아이 마져 빼앗길 판이다. 그때 구세주처럼 BP 그룹이 그를 영입하여 성화 그룹과 비슷한 방식으로 비자금 조성에 매진한다.
김태성은 성화 그룹에서 배운 대로 탈세를 주도 한다. 극비 정보를 빼내어 헐값에 부지를 사들이고, 문화 센터를 지어 사회사업을 하는 척 하면서 미술품을 구입하고 장학재단을 운영한다.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마약을 일삼는 재벌 3세들의 일탈을 비호하는 것으로 변호사와 판검사에게 거액을 찔러주고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고 혹여라도 냄새를 맡은 언론사 기자들의 주머니를 채워 주는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윤현기라는 국회의원이 등장하는데 그의 권력욕은 주도면밀하여 ‘냄새가 새나가지 않는’ 돈만 먹어치우가 고수다. 의원님들이 안건 발의는커녕 국비로 외유나 하는 호시절을 누리고 있을 때 죽도록 공부해서 박사가 된 강사들은 기업과 다를 바 없는 대학 측으로부터 해고 문자를 받는다.
그러나 국민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국가 체제의 시스템은 썩어 가니 국가의 존망의 기로에 있다. 이것을 아는 사람들은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 촛불 집회처럼 자발적 모임으로 시민 단체가 결성되어 이들의 힘은 부정하고 무능한 관료와 사법부를 물러나게 하고 비자금 조성하는 기업의 제품에 불매 운동을 한다. 이 운동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바로 이제 1인 개인 방송을 시작한 장우진 기자였다.
소설적 재미는 적다. 대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를 너무나 잘 분석해서 사회학 책이나 시사잡지를 따로 안 봐도 될 정도다.
천년의 질문1,2,3 // 조정래 // 해냄 // 2019//44,400원(3권)//장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