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나에게 우산은 비가 올때만 찾는 물건이다.
비가 올 것 같으면 아침부터 미리 챙겨서 나오고,
갑자기 비가 내리면, 다급하게 우산을 찾는다.
그렇게 우산을 사용하고 나면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정말 딱 내가 '비로 부터 피하기 위한 목적'에 충실한 물건이다.
그리고 물건이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그때 그때 비로부터 막아준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조작하는 대로
움직이며 비를 막아준다.
내 뜻을 그대로 따라주고
한 없이 나 대신 비를 맞아준다.
그리고 나서, 비가 오지 않으면
더 이상 찾지 않는다.
비가 올 때에만 생각이 나고,
비가 올 때에만 찾게 된다.
근데 참 지인들 중에 우산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냥 내가 비를 피하고, 막기 위해 우산을 찾는 것 처럼,
내가 힘들고 지칠때마다 생각나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든지 나를 스트레스로 부터 구해준다.
'그건 네가 잘못해서 그런거야!' 라고 하지 않고
마냥 비를 맞듯 내 앞이나 옆에 있어준다.
그들은 나의 우산이 되어준다.
그런데, 내가 너무 우산처럼만 취급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비가 올 때에만 찾는 우산 처럼, 내가 스트레스나 힘든 일로 부터
피할 때에만 찾는 것은 아닌가?
내가 그들의 우산이었던 적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우산은 비를 맞으면 펼쳐서 말리기라도 하는데,
그렇게 나를 힘든 상황에서 건져준 사람들에게는
정작 아무것도 못해준 것 같기도 하다.
비가 오지 않을 때에도 우산을 한 번 펼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