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출근하지 않아서, 아침부터 수원역을 가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먼저 서울역으로 향했다. 1호선을 계속 타고 가면 수원역까지 가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나름 기차타며 잠깐이나마 여행느낌을 내보고 싶어서 기차에 오르기로 했다. 몇달전까지만 해도 수원역은 굉장히 가까운 곳이었는데, 이제는 기차를 타고 갈 거리가 되었다. 그래도 나름 교통이 잘 갖춰져서 수원가는 것은 편하다.
기차안에서 여행 느낌을 받는 것은 30분 뿐이지만, ‘기차’ 자체가 주는 느낌 때문일까? 약간 설레는 마음도 든다. 고속버스 우등 보다도 폭신하지 않고 등받이가 깊게 움직이지 않아 불편하지만, 기차 출발하는 소리와 가로로 길게 늘어진 창문들이 내가 기차를 타고 있음을 알게한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함에도, 약간의 여행을 느끼고 싶다면 ‘기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하다.
오랜만에 수원역에 도착했다. 수원역에 맘에는 카페가 없어서 그냥 가장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따뜻한 커피와 올리브토스트. 원래 파스쿠찌에서는 요거트!(파스쿠찌 요거트가 상당히 맛있었는데 요즘도 같은 맛이려나...) 만 먹는데, 아침도 안먹은 상태였고 맑은 정신을 위해 아메리카노와 토스트를 시켰다. 오늘 만난 분이 바쁘신 관계로 오전에 잠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수원역 파스쿠찌는 과거에도 몇번 왔었다. 아침 조조영화를 보고나서 종종 들렀고, 수원역 약속 장소로도 왔던 곳이었다. 흔한 것이지만, 예전에 이 장소에서 만나서 이야기 하고 놀았던 기억도 꺼내고 오늘의 새로운 이야기와 음식으로 이 장소에 새것을 덧대였다. 나에게 나름 익숙함이 새로움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것도 여행이라면 여행일까.
약속을 끝내고 서울로 갈까? 어딜 가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평택에 있는 J형이 떠올랐다. 본지도 오래되었고, 맨날 내게 베풀기만 했던 형에게 오늘은 내가 대접하고자 연락을 했다. 다행히도 퇴근하고 시간이 괜찮다고 한다. 그렇게 평택으로 향했다. 형이 퇴근하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가까운 카페를 갔다. 이번에도 흔하디 흔한 스타벅스. 스타벅스야 말로 조금의 새로움도 없는 곳이지만, 나름 ‘처음’ 일 수 있는게 뭘까? 고민해보다가 단순한 시도로써, 먹어보지 않은 메뉴인 ‘오트그린티라떼’를 주문하였다.
그린티라떼와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기분좋은 변화가 있었다. 네잎크로버. 사진으로는 세잎밖에 안 보이지만, 잎하나가 거품에 빠져있다. 실제는 네잎크로버이다. 어릴적 어린시절 자체가 행운인 줄 모른채, 네잎크로버가 주는 ‘행운’을 쥐어보겠다고 그렇게 뒤적거렸는데 스타벅스에서 발견하다니 묘한 기분이다. 그렇게 ‘흔함’속에서 ‘새로움’ 하나를 추가하였다.
J 형이 퇴근하고 역앞에서 만났다. 형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시카고 피자. 차에서 뭐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시카고피자가 당긴다고 한다. 평택에 있는 시카고피자에 도착하여 불고기 시카고 피자를 시켰다.
시카고피자는 2년전 내 생일쯤에 먹었던 게 마지막인데 참 오랜만이다. 처음 두꺼운 치즈를 보고서 감탄했었는데, 이제는 작아 보인다.
J 형과는 이야기 할 소재가 참 많다. 어릴적부터 만났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10년전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해서 그럴까? 예상치 못한 의견을 냈을 때 서로가 많이 놀란다. ’아 너 그래?’, ’아 형 그래?’ 무시가 아닌 순수한 의아함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이야기 한다. 다시 서울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향하는 형의 차 안에서도 이야기는 멈출 줄 모르고 아쉬워한다. 다음엔 일찍 만나자. 10년도 훌쩍 넘게 알아온 형이 ‘익숙함’ 그 자체의 지인이지만, 이제는 만나는 간격이 길어서 그런지 서로의 생활 변화가 크고 만날때 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기록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오늘 여행을 했다.
2018.2.1일 일정, 2월 2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