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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잘 크는 체질.
잠에 쉽게 드는 체질.
암기를 잘하는 체질.
감기에 잘 걸리는 체질.
그렇다면 눈이 잘 나빠지는 체질이란 것도 있는걸까.
만 8살 큰 아이의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칠판 글씨를 잘 못보는 것 같다는 담임 선생님의 전언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오자마자 가까운 곳에 가서 시력 검사를 했다. 양쪽 눈 똑같이 -1.25디옵터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 저 숫자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 지 잘 와닿지 않는다.)
사실 아이가 눈이 좋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한 1년 정도는 된 것 같다. 텔레비전을 가까이 가서 보려고 한다든지 하는 조짐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느꼈으면서도 아이에게 안경을 씌우기 싫었다. 대신 책 보는 자세를 교정해주고, 때때로 멀리 있는 나무를 바라보도록 했다. 물론 아이는 멀리 있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멍하니 있는 시간을 못견뎌했다.
나는 유치원 때부터 안경을 썼다. 집안에 내려오는 난시 유전 때문이다. 그런데 안경 쓸 당시에는 0.7-0.8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이가 들며 눈이 점점 더 나빠졌다. 20대가 되고, 신병 신체검사하러 갔을 때, 내 앞 어떤 사람에게 군의관이 제일 큰 글씨가 안보이면 보일 때 까지 앞으로 이동하라고 했다. 그 사람은 세 네 발자국을 걸어갔다. 그걸 보며 난 속으로 살짝 비웃었는데, 막상 내 차례가 되니 나는 숫자판이 코 앞에 올 때 까지 걸어나가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3급이었고, 3급이나 1급이나 차이 없었다. 궁금한 분은 여기1 2를...) 이런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안경을 썼기 때문에 계속 더 나빠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기에 아이에게 안경 씌우는 것을 망설이고 있던 것이었다.
DNA 측면에서 눈이 잘 나빠지는 신체 조건이 특정지어질 수 있다면, 큰 아이는 아빠를 탓해야 할 것 같다. 아내도 안경을 쓰긴 하지만,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모두 눈이 좋았고, 아내도 대학 들어간 이후에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난시가 격세 유전이라 바로 큰 아이에게 안 간게 다행이랄까. 내 아이는 안경 안쓰길 바랬는데, 안경을 쓰기 때문에 느끼는 여러 불편한 점들을 모르고 살아줬으면 했는데, 그게 뜻대로 안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