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나는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작 / 1996 한국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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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 오래된 저의 기억에 의지하고 있으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대학 입학 후 영화 소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봤을 거라 추측하고 있다. 누구랑 봤는 지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 어떤 영화는 그 영화 자체보단 누구와 봤는 지가 더 중요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아니었다.

이 영화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아이가 주인공인 여타 영화들은 대체로 교훈적이 내용에 함몰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그냥 아이의 몸부림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 놀라웠다.

이 영화는 이란 영화이고, 이란의 가난한 마을이 배경이다. 해외 여행 자유화가 얼마 안 된 시기 (지금 사람들은 뭔 말인가 하겠지만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허용된 것은 1989년 부터다), 그리고 견문이 짧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 이란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난하지만 정겹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참 낯설었다. 그래서 놀라웠다.

이 영화는 구성이 단순하다. 주인공 소년이 어떤 물건을 전해주기 위해 친구의 집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다른 특별한 사건도 없고, 극적 구성도 없다. 대화도 많지 않다. 소년 앞에는 그저 미로같은 거대한 판자촌이 펼쳐질 뿐이다. 이런 단순한 구성으로도 관객을 1시간 넘게 몰두시키는 이 영화가 신기했다. 그래서 놀라웠다.


사실 나도 어렸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다. 주인공 소년과 나이도 비슷했던 2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당시 오전/오후반 중 오후반이라 학교 시작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았을 때였다. 친구가 자기 집에 준비물을 놓고왔다고 나와 같이 갔다 오자고 했다. 그래서 따라 나섰다. 무슨 굴다리 같은 곳을 지나고 낮은 건물들이 길게 늘어선 어느 골목 안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거기에 내 친구의 집이 있었다.

지금 내 기억에 그 친구의 얼굴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맑은 햇살과 엉거주춤한 낮은 집들, 그리고 들어섰는 데 조그마한 창에서 조각만한 햇살만 들던 어둑한 방. 그렇게 그 친구의 집 내부 모습만 이미지로 남아있다. 당시 아파트에 살던 나에겐 처음 접해본 작은 집, 낮은 집이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면 어린 마음에 좀 충격적이긴 했나보다. 그 때 생각이 나서 이 영화가 내 기억에 더 깊이 박혀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후, 이 영화가 나름 히트했는 지, 같은 감독의 비슷한 다른 영화를 보러 간 기억이 있다. 나무 심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도와주는 소년이 기억나는데, 특히 판자촌에서 나와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현대식 단독 주택가에서 일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오 이란에도 저런 도시가, 저런 빈부 격차가!'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내 친구의 집" 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는지, 그 영화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