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른 저녁이지만, 시 읽는 밤 포스팅을 해봅니다.
오늘 함께 읽고 싶은 시는요
최영미 시인의 먼저, 그것이입니다.
고개 숙이며 온다
아스팔트를 데웠다 식히는 힘으로
장롱문이 소리없이 닫히는 힘으로
초조한 이마 위 송송한 구슬땀 몇개로
사랑은 온다
첫번째 사과의 서러운 이빨자욱으로
초생달 둘레를 둥글게 베어내며
뚱뚱한 초 하나로 밤이 완성될 때
보채는 아이의 투정처럼
식은 차 한잔의 위로처럼
피곤을 넘어 반성을 넘어
어쩌면 사랑은 온다
망설이는 마음 한복판으로
어제의 사랑을 지우며
더듬거리며 오늘, 사랑이 내게로 온다
주저하는 나보다 먼저, 그것이 내게로 온다
언제 사랑을 꿈꾸시나요?
아니면 이제 사랑을 꿈꾸지 않으시나요?
제가 대학에 다닐 때 시 창작을 가르치던 60대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나는 아직도 사랑을 꿈꾼다.
바라만 봐도 설레고 떨리는 사랑을 이 나이가 되어서도 꿈꾼다.
자네들도 늘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하는, 살아 있는 감정을 품고 사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당시에는 뭔 사랑이 밥 먹여주냐? 했었죠.
저는 한창 염세주의에 빠져 있었고,
'나는 왜 나이고 너는 왜 너인가?'하는 질문에 빠져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늘 제 곁에 있었네요.
어떤 형태로든 언제나.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죠.
교수님이 말씀하신 사랑의 형태, 그것과는 분명 다를 테지만
저도 어쨌든 아이들과 가슴 설레는, 떨리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분노로 심장이 폭발할 듯한 시간을 지나기도 하면서 말이죠...
글을 쓰는 와중에도 두 녀석이 질러대는 소리에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지금까지 아이가 지르는 소리를 듣고 고막이 터져 병원에 간 엄마가 있었을까요?
제가 최초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인데...
이제 예전의 그 감성으로는 읽히지 않으니
무엇이든 때가 있다는 말을 실감하며...
타요 노래나 부르러 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