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인도의 시인이었던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는 어느 날 아침 몹시 화가 났습니다. 집안일을 하는 하인이 그날따라 연락도 없이 집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하인이 세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타고르는 하인을 해고해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하지도, 그에게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 걱정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시인이라서,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였던 탓에 집안일이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화부터 치밀어 그랬던걸까요?
'가족도, 친구도 아니고 일개 하인주제에, 나한테 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주제에, 내가 자르면 그만이지, 내가 갑 이고 니가 을 이란걸 똑똑히 보여주지!' 라는 생각에 그랬던걸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느끼셨을 것 같으신가요? ^^
어쨌든 그의 머릿속엔 온통,
하인이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가 걱정된다
라는 이타적인 자아 가 아니라
그러므로 그를 해고해버리겠다
라는 이기적인 자아만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한낮이 되어서야, 화가 나 있는 타고르 앞에 나타난 하인. 그런데 하인은 불난 데 기름을 끼얹듯, 아무 말도 없이, 죄송하다는 기본적인 인사조차 없이 빗자루를 들고 조용히 집안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어이없게 지켜보던 타고르는 결국 냅다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습니다.
"당장 그만두고 이 집에서 나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인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않고 묵묵히 비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더 약이 오른 타고르는 빗자루를 뺏어서 집어 던지며 다시 한번 소리쳤습니다.
"내 말 안들리나! 이 집에서 당장 나가라고~~!!!"
그제서야, 하인은 바닥에 떨어진 빗자루를 집어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실은 어제 저녁 딸아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순간 타고르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섬세한 감성과 이기적인 자아의 소유자로서,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품고 있기로 한건 타고르 본인의 자유였겠지만,
한번쯤은, 냉기가 흐르는 말투로라도, 단지 더 당당히 화를 내기 위해 한번 짚고 가는 계산적인 이유로라도,
"평소답지 않게 많이 늦었군. 무슨 일이 있었는가?"
라고 물어봐주었다면 어땠을까요.
타고르는 분을 참지 못하고 섣불리 화를 터뜨린 것을 몹시도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타고르는 이 일을 통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말을 하건, 속으로만 생각하건,
그 상대가 가까운 사람이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든,
사정을 알기전에 섣불리 남을 판단하거나, 탓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한번쯤은 자신이 당한 경험으로 힘겹게 배웠을 테지요.
그런데도,
막상 "입장바꿔 생각해봐주기" 를 실행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일화를 읽으면서,
나와 내 생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기적인 자아는 가끔 음소거 해두고,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읽는
이타적인 자아의 볼륨을 크게 키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