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으로서의 소설가) 가소로운 스토리텔링의 가소로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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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으로서의 소설가) 취미와 밥벌이 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2)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멋쩍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군요.

글 쓰는 내내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나?’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상당한 수준의 합리적 의심이라는 사실이 저를 더욱 슬프게 만드는군요).

저는 고작 (잘 팔리지 않은) 소설 한 편을 썼고,
(잘 팔리고 있지 않은) 소설 한 편을 연재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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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눈물 좀 닦고

언젠가 직장 생활과 소설 창작을 병행하는 이들을 위한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있었지만, 그런 글을 지금 쓰는 게 맞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낯간지럽지만, 취미와 직업의 경계에서
남몰래 고군분투하고 계실 분들(감히 ‘동료’라 칭합니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계속해보겠습니다.

시작부터 주절거리며 말이 많아진 건,
이번 주제를 이야기하는 게 그만큼 민망하다는 반증입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았습니다만,
창작론 일반에 대한 학술적 접근 같은 건 없을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튼실한 학문적 토대를 구축한 이론가이거나,
자기 분야에 뚜렷한 일가를 이룬 권위자여야겠지요.
그래야 말하는 사람도 낯간지럽지 않고,
듣는 사람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테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문학이나 문예창작과는 거리가 먼 분야를 전공했고,
글이란 이런 거라고 말할 깜냥은 더더욱 안 됩니다.
기껏해야 짧은 경험을 토대로 얄팍한 조언이나 할 수 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소설가로서 스토리텔링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어려운 문학이론을 독파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저도 그런 공부는 하지 못했고요).
작문이론을 알지 못해도 우리는 이미 실생활에서
수없이 많은 스토리텔링을 하며 살고 있으니까요.

스토리텔링은 소설 뿐 아니라 글쓰기,
나아가 모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응용되는
보편적인 서술기법입니다.

원활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일관된 흐름을 만드는 모든 노력은
스토리텔링과 맞닿아 있습니다.

회사에서 쓰는 보고서를 예로 들어봅시다.
조직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문서가 그렇듯
보고서는 효율성을 위해 수사(修辭)를 최소화한,
극도로 기능적인 글입니다.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진자운동을 하였다’거나
‘배를 띄웠는데 노 저을 사람이 없다’ 따위로 시작하는 보고서는 없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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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보고서의 구조(기재부 보도자료, 「혁신모험펀드 조성·운영계획」, 18.01.17)

일반적인 보고서는
서두에 글의 목적을 밝히고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한 후,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기대효과를 적시하며
향후 계획으로 마무리됩니다.
고리타분하지만, 그 자체로 기승전결의 구성을 갖지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최종목표(직장상사의 수긍)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그럴듯한 논거들, 이를 테면 최신 시장트렌트와 각종 통계,
해외 주요사례나 어느 유명한 권위자의 주장 따위를 적당히 오려붙입니다.

가끔 필요한 통계만을 취사선택하거나
권위자의 논문을 교묘히 비틀어 인용하는 잔꾀(내지 개수작)를 부리기도 하죠.

이 절차는 소설에서 내러티브의 얼개를 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에둘러 표현하는 소설적 화법을 제거하고
메시지 전달을 향해 곧장 돌진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모든 보고서의 목차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모든 보고서는 개선방안에서 수습할 수 있는 문제점만을 제기하고,
기대효과가 도드라져 보일 수 있는 현황만을 적시합니다.

하지만, 원하는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
도입부에 적절한 떡밥을 던지고,
적당한 타이밍에 그 떡밥을 회수해
일관된 흐름을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핵심기법은
보고서 작성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