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으로서의 소설가) 취미와 밥벌이 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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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계의 ‘개방성’은
부업으로서의 소설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큰 축복입니다.

문학계의 이너서클에 진출하여 대문호(大文豪)로서
문화 권력의 정점에 서겠다는 야심을 가진 게 아니라면,
–애초에 이런 야심가라면 소설가보다는 정치가가 어울릴 테죠–
소설가로 데뷔하는 데에 ‘기득권의 텃세’나
‘기존 작가집단의 방해공작’ 같은 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edward newgate.jpg

내 이름은 '흰수염' 에드워드 뉴게이트!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내, 소설을 쓰고 있다. -- 이런 경우는 없다는 얘기

부업으로서의 소설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글쓰기 특유의 ‘병행성’ 또한 큰 장점입니다.

이건 글쓰기 장르의
낮은 진입장벽과 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여타 예술 장르와 달리 소설은
문장을 쓸 줄 알고, 끄적거릴 펜과 종이만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화가처럼 붓과 캔버스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연주자처럼 고가의 악기를 마련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요.

언제 어느 때나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느 때나 머리를 식히며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있는 것이고요.

오히려 다른 일을 하다가 불현듯 새로운 영감을 받거나,
엉킨 흐름을 풀어줄 힌트가 떠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 소설가는 붓을 들고 캔버스 앞으로 뛰어가거나,
악기를 들고 떠오르는 음계를 손으로 옮길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히 메모하면 될 일이지요.
사무직 샐러리맨이라면, 워드나 한글 같은 파일에
당당히 소설을 써도 사람들이 쉽게 눈치 채지 못할 겁니다.

미생.jpg

내가 지금 야근하는 걸로 보이냐?

이건 다른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영감이 떠올랐다고 보고서를 쓰다 말고
사무실 옆자리에 세워둔 기타를 꺼내 줄을 튕기거나,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다 말고 벽면에 그림을 그린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당신은 분명 이번 인사고과에서 재앙에 가까운 점수를 받거나,
곧 있을 희망퇴직자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합본_1.jpg

눈누난나~ 머리도 식힐겸 기타나 처볼까나? / 나가 이색히야.

소설 작업의 병행성을 활용하려면,
업무와 생활 간 균형 감각(Work-Life Balance)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의식적으로 체력 안배를 하지 않으면
창작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게 되니까요.
물론, 업무 강도라는 게 우리 뜻대로 조절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역량 강화라는 미명하에
늘 직원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쥐어짜내려 들지요.

거기에 휘말리지 않도록
적당히 호흡을 조절하며 일하는 요령을 터득해야 합니다.

전 “나의 태만으로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지 않겠다.”는 주의입니다만,
이 분야에선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명언을
이길 순 없을 것 같네요.

“직장에서 조용한 삶을 영위하는 비결 :
회사가 의지할 정도로 유용하진 말되,
해고될 만큼 무용하지는 말 것.”
알랭드보통.jpg

이만한 명언도 보기 드뭅니다.

모든 사람이 찰스 스트릭랜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천재의 재능이 그리 흔할 리도 없을뿐더러
모든 예술가가 악마적 광기에 휩싸여
계율과 관습, 규범과 가치를 깡그리 무시한 채 살아간다면,
당장 사회가 큰 혼란에 휩싸일 테지요.

당신에게 천재적 재능이 없다고 좌절하지 마십시오.
소설은 굳이 따지자면
천재의 영역이라기보다 장인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첫 발을 내딛을 용기만 있다면,
소설이야말로 취미와 밥벌이 간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예술 분야입니다.

그럼 이제, 아주 작은 용기를 내어 첫 발을 내디뎌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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