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재미있는 여행기의 정석

dakfn(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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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이야기다. 만화 밖에 모를 것 같았던 녀석이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빽빽한 소설책을 읽기에 "네가 그런 것도 읽느냐"며 놀라워 하자, 그 녀석이 "사실 얼음과 불의 노래보다 더 재밌는 책이 이거"라며 권한 게 바로 나를 부르는 숲이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대체 어떻게 여행이야기가 소설책보다 더 재밌을 수 있는지. 그래서 대충 주르륵 넘겨보니 문자가 빽빽하다. 표지를 보니 대충 산을 타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고통 밖에 없을 것 같은 산 타는 이야기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어 하면서도 일단 읽기 시작했다.

뭐, 결국 그런 나의 예상은 첫 페이지부터 틀렸다. 사람들이 당시 전성기를 달리던 개콘을 보며 웃는 빈도보다, 이 책을 보며 빵빵 터지는 내 웃음의 빈도가 더 높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빌 브라이슨이라는 작가의 열렬한 팬이 되어 있다. (요즘은 그의 저서인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를 읽고 있는 중이다. 쉬운 책은 아니라서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

사실 이 여행기라는 게 대단히 허들이 높다. 왜냐면 여행을 하는 건 본인이 해야 재밌는 거지, 남이 하는 걸 보는 게 재밌기가 쉽지 않다. 내가 혼자 간직할 목적이라면 말 그대로 '기(記)'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남들이 재밌게 읽게 만들려면 단순히 사진을 찍고 정보를 제공하고 거기에 코멘트 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거울 신경을 작동시켜 대리 체감을 주는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먹방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건 푸드 포르노라고 불릴 정도로, 그 맛이라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상상이 간다. 먹어본 적이 있고 맛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건 어떤가. 사진만으로, 혹은 글자만으로 그걸 전달할 수 있을까? 그나마 동영상 정도는 되어야 기본적인 체감을 전달할 수 있다. 그 외의 사진과 글자만으로 여행의 재미를 전달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심지어 요즘 시대에는 그런 게 너무 흔하기도 하다.

때문에 여행기가 재밌으려면 ‘나를 부르는 숲’ 정도로, 정말로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나 위트가 넘쳐서, 내가 여행해도 저것보다는 더 재밌을 수 없겠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으면 힘들다.

여기에 바로 핵심이 있다. 여행기의 핵심은 사진이 아니다. 그 체험의 놀라움 자체도 아니다. 그걸 어떻게 표현해서 제대로 전달하는가가 핵심인 것이다.

굳이 문장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미지로 표현해도 된다. 뭐가 됐든, 어쨌건 그 즐거움을 '전달'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여행기를 읽으며 즐거울 수 있다. 그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남의 여행은 남의 이야기로만 남게 된다.

때문에 단순히 정성을 들였다는 이유만으로 재밌는 여행기가 되지는 않는다. 누가 봐도 분명한 재밌가 있어야 한다. 기본적인 문장력은 당연하고, 거기에 평범함마저 비범하게 꾸밀 재치도 필요하다. 여러 가지 이미지에 대한 감각도 있어야 하고 글도 잘 써야 한다. 잘 쓴 여행기는 그렇게 단순한 사진 기록 이상을 필요로 한다. 그 모든 일정과 사진의 마디마디 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고나 할까.

돌려 말한 것 같다. 단순히 말하자면 이렇다. '재밌는 여행기를 쓰는 것은 재밌는 소설을 쓰는 것 보다 몇 배는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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