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투자이야기] 과거의 가치, 미래의 가치

dakfn(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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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도시가 있었다고 하고, 미래에는 인류가 우주에서 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폐허가 된 도시와 불확실한 미래만이 있다. 불과 2개월 전의 코인 시장이 마치 신기루인 듯 하고, 앞으로 다시 그런 날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시세창을 파랗게, 또 파랗게 물들였다.

현실. 여기서 그 모든 게 시작된다. 여름에 땀 흘려 농사를 짓고 가을에 풍족하게 수확을 하면 사람들은 잔치를 연다. 그 배고프던 시절이 먼 옛날처럼 느껴지며 흥청망청 축제를 벌인다. 창고는 수확한 작물로 가득하고, 그런 풍요는 영원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곧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불과 몇 달 만에 창고의 수확물이 줄어들게 되면 사람들은 현실을 깨닫게 된다. 아, 그 지갑 두둑하던 시절은 한철이었구나. 겨우내 아무런 수확도 하지 못하고, 쌓아둔 식량을 야금야금 축내다 보면 현실을 깨우치게 된다.

‘이게 영원한 게 아니구나!’

수확한 게 영원히 가지 않는다. 심지어 날이 따뜻해지면 곰팡이도 생기고 싹도 나게 된다. 아무리 오래 보관할 방법을 찾는다 해도 몇 년 이상 가는 것은 없다. 결국 계절이 지나면 다시금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식량 같은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신형 전자제품은 어떤가? 생산효율을 극대화시켜서 어마어마한 양을 만들어 비축해두었다. 전자제품은 썩지 않으니 영원히 보관할 수 있을까?

식량이 썩는 것처럼, 전자제품도 썩어간다. 물리적으로 썩는 게 아니다. 유행이 지나고, 더 좋은 게 나오고, 아무리 히트 친 제품도 몇 개월 뒤면 중고품이 되어 가격이 폭락한다. 때문에 생산한 가치의 저장이라는 것은 경제에 있어서 언제나 최고 중요한 문제였다.

이렇게 시간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는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저축을 하지 않는다.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것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일하고 겨울을 보낸 후에 다시 봄부터 일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서민들의 생활이 이렇다.

머리 좀 쓰는 사람들은 가치를 저장한다. 하지만 그들도 급이 나뉜다. 화폐로 바꿔서 저축을 한다는 사람들은 아직도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왜냐면, 그 화폐라는 놈도 식량이나 전자제품처럼 시간이 지나면 썩는 놈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경제용어로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생산은 자꾸 늘어나고 그 늘어난 생산을 돈으로 바꿔주기 위해 화폐를 발행하는데, 생산한 것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찍어낸 화폐 역시 시간이 지나면 썩는다! 나중에는 물건은 썩어서 사라졌는데 화폐만 남게 된다. 물가는 매년 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급적 썩지 않는 놈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그렇게 썩지 않는 놈의 최고 등급은 뭘까?

그렇다. 모두가 아는 그것. 바로 땅이다.

땅은 썩지 않는다. 지구라는 행성이 파괴되는 일이 생기지만 않는다면 수십억년 후 태양에 먹히기 전까지는, 아마 인류가 생존하는 동안에는 가장 확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놈이다. 또한 모든 생산의 기본은 에너지이고 이 에너지가 오는 곳이 태양인데, 그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수용하는 일차적인 곳이 바로 땅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모든 부의 기본은 땅이었다. 왕은 땅을 소유하고 그 땅을 나눠줌으로써 권력을 유지했다. 지금시대 역시 부자들은 땅을 산다. 다른 모든 가치는 하락하지만, 상대적으로 땅의 가치는 영구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땅 값은 오르기만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금이다. 금 역시 시간이 지난다고 썩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한 실제적으로 산업에 쓰이기도 하고 그 양도 제한되어 있다.

이 부동산과 금. 두개가 바로 가치를 저장하는 대표 수단인 것이다. 부자들이 땅과 금을 살 때는 잠만 자도 주체할 수 없이 늘어나는 돈을 그것들로 바꿔서 영원히 가지고 있으려고 사는거지, 값 오른다고 팔려고 사는게 아니다.

투자 경쟁이란 이 제한된 부동산과 금을 대표적으로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다. 이렇게 보면 부동산과 금은 무제한으로 가격이 올라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바로 효율의 문제인데, 정확히는 인간의 수명이 유한하다는 것이다. 만일 인간의 수명이 무한하다면 소수에게 부가 독점되어 부자가 아닌 사람은 부동산을 소유조차 못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때문에 인간은 자기 수명 안에서 효율적인 것들을 옮겨 타게 된다. 그러면서 거품이 쌓이고, 또 거품이 터지게 된다. 가치가 무한히 오를 것 같지만, 다른 가치와의 비교가 시작되면 거품은 꺼지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가치가 생산될 것이고,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를 재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거품을 그렇게 생기고 터지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기고 터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 결과 부동산과 금 이외의 여러 가지 투자 항목들이 생긴다. 채권, 주식, 선물(先物), 암호화폐등등... 어느 하나가 오르면 다른 게 내리며, 자금은 가장 효율 좋은 곳을 찾아다니게 된다. 한번은 부동산, 한번은 주식, 한번은 채권, 그리고 작년 말에는 암호화폐...

부동산과 금이 과거의 가치를 현재에도 유지하기 위함이라면, 나머지는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가져온 것들이다. 지금은 보잘 것 없지만 나중에는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지금 싸게 사자! 이런 마음에 의해 보잘 것 없는 것들의 가격이 점점 오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위대한 미래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것들은 영원히 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지금 싸게 나중에 비싸게 팔기 위한 것들이다.

하지만 확정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률을 동반하게 되고 결국 미래에 대한 투자는 도박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투기라고 하면 부동산이나 금이나 주식 선물 암호화폐가 다 같은 놈 같지만, 이렇게 성격이 다르다. 물론 부동산과 금도 미래에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심리도 있겠으나, 그것보다는 과거의 확정된 가치를 영구히 저장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반면 나머지는 좀 더 단기적인 것들이다. 누구도 주식회사가 영원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선물 역시 정해진 기간 이후에는 수명을 다한다. 다만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혹은 투기)를 촉발시킨다.

그런데 마지막에 언급한 이 암호화폐는 그래서 특이한 놈이다. 유한하다는 점, 또한 블럭체인이 유지되는 한 영구적이라는 점에서는 부동산이나 금과 같이 과거의 가치를 저장하는 놈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에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점, 그리고 주식과 비슷한 속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미래의 가치를 땡겨 온 놈 같기도 하다.

지금의 암호화폐에 대한 혼란은 그러한 복합적인 성격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지금껏 없던 놈이기 때문에 경제학자들로서는 딱 뭐라고 규정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가치가 없는 사기라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무한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내가 볼 때는 둘 모두 맞다. 어찌 보면 무가치한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말장난 헛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면서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양자의 세계처럼, 이 암호화폐 역시 전자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특성을 갖는다. 어느 한 순간 전기가 생산되지 않고 인터넷이 끊어지면 가치가 0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오지 않으면 무한한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

일단 광풍이 지나고 나면 중심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간 것이다. 당장 단기간에 코인 가격이 다시 오르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거대한 자금이 들어왔다 나갔다면 그 자금은 다시 다른 것들을 순회하기 마련이다.

내 생각에 다름 타자는 부동산이다. 자금은 극과 극으로 오가기 마련인데, 암호화폐에 크게 데인 사람들은 안전자산에 매달릴 확률이 높다. 물론 이건 지역마다 차이는 있다. 사실 부동산은 시간 타지 않고 매번 꾸준히 투기거품이 생기는 곳이기도 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에는 이번 지방선거와 맞물려 암호화폐에 실망한 자금이 부동산에 몰릴 여지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선거 때는 부동산 개발공약이 나올 수 밖에 없고 매번 개발 지역 근방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당선을 원하는 사람들은 미래의 자금을 끌어와서 시설을 지어주겠다고 했으며, 그 미래의 빚은 부동산의 가치가 되었고, 거품은 그 부동산을 사지 못한 나머지 모든 사람에게 세금이라는 이름의 빚이 된다. 그러니 부동산 광풍이 불 때 빚쟁이가 되기 싫으면 그 광풍에 편승해야 된다. 안 그러면 빚쟁이가 된다.

그렇게 여름에 부동산이 후끈 달아올랐다가, 다시 빠지면 그제서야 매년 그랬던 것처럼 또 암호화폐로 들어올 것이다.

그러니 땅 살 돈 없는 사람들은 딱 1년 존버하면서 내년의 코인 시세를 기다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