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시내에서 가까운 행사는 모두 빠지지 않고 다니는 것 같다. 두류공원에서 열린 바디 페인팅 페스티벌에 우연히 갔다가 우연히 퍼즐 맞추기 이벤트에 참가해서 상품권을 3만원어치 가까이 받았다. 처음 보는 상호, 담김쌈이 뭐하는데지?
수성못 부근에 위치한 식당이라 겸사겸사 주말 점심, 상품권을 사용하러 갔다. 깔끔한 외관, 길만 건너면 바로 수성못. 가게 입구에 있는 주차장은 많이 좁은편인데 길건너편에 전용주차장이 더 있다.
수성못스러운 분위기다. 돼지국밥집에 익숙한 내 몸이 이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거부하는지 자꾸 두리번거리게 된다. 메뉴판을 보고는 손을 덜덜덜 떨며 시킨 가장 저렴한 메뉴 '편백차림', 1인분에 2만원인데 주문하고 좀 지나면 테이블에 나무로 된 찬합을 올려놓고 테이블히터를 켠다. 원리는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없던 테이블에 버튼을 누르니 서서히 찬합이 끓어오르며 김이 나온다.
상차림도 깔끔하다. 버릴 게 없다. 깎두기는 개인적으로 싫어해서 젓가락을 대지 않았지만 밥 없이 먹기도 괜찮은 반찬들.
다 익었다며 직원이 와서 뚜껑을 열어주는데 메뉴판의 이미지와는 좀 다르다. 뭐 그럴수도 있지. 집사람 귀에 대고 소근거렸다. "여보, 다음에 이런거 먹고싶어지면 집에서 대패삼겹살 삶고, 그 삶은 물에 양배추 데쳐 먹으면 되겠다."
이미지: 담김쌈 홈페이지
"본 상품 이미지는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채소를 고기에 올려 싸먹는거라고 한다. 이런 걸 먹고 배가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역시 돈 있는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사는가보다. 뒷테이블에선 와인까지 곁들여 마시는 게 보인다. 왠지 가게 앞 페라리나 BMW 7시리즈의 차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보, 우리 돈 많이 벌자. 우리도 7시리즈 살 수 있잖아. 다음 차는 기아 K7으로 할까? 아이폰7이나 갤럭시S7도 괜찮지? 전세금 담보대출로 코인을 좀 사면 어떨..."까지만 말 했는데 내 얼굴을 향하는 레이저 눈빛이 느껴져 문장을 마치지는 못했다.
쌈을 다 먹을 때 쯤, 밥이 나온다. 묵밥과 콩나물밥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맛이 어떤가 궁금해서 한 개씩 주문.
다 먹고 나서 계산서를 펼쳤다. 상품권이 없었다면 눈물흘릴 뻔 했다. 여행 가서 원치않게 고급식당에 잘못 들어가서 멋도 모르고 예쓰 예쓰 굿 굿 땡큐를 외치다가 한끼에 150불어치를 먹고 배고프다며 나왔던 신혼여행이 생각났다.
화장실 들어가는 길에 자갈이 깔려있다. 천장 유리로 햇빛이 들어오는 기분좋은 화장실이다. 이병헌이 "저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외쳤던 술집에도 이런 게 있었던 것 같다.
윗층(테라스)에 가면 이런 기분좋은 뷰가 있다. 40인 정도의 단체가 한 층을 빌리면 좀 분위기가 좋을 것 같긴 한데 그 돈이면 돼지국밥이 몇그릇인가 계산하는 궁상맞은 나를 발견하며 고개를 내젓는다.
내 돈 다 내고는 가기 부담스럽지만 괜찮은 경험이었다. 이렇게 깔끔하고 조용하며 정갈하고 양이 적은 밥집은 처음인 것 같다. 1층에서는 1인분에 14,000원짜리 테이크아웃 도시락도 팔고 드라이브 스루도 있던데 과연...
상호: 담김쌈
주소: 대구광역시 수성구 무학로 77
맛집정보
담김쌈
수성못의 퓨전 한정식, 찬합에 쪄서 먹는 고기와 채소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외국인에게 추천하는 한국의 맛에 참가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