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도 성적표가 있다는 것은 그 종이를 보고나서 처음 생각해 보았다. 기껏해야 키가 얼마나 컸는지, 살은 얼마나 쪘는지 정도를 숫자로 나타낸 것에 불과하지만 내 눈가 눈을 뗄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88올림픽이 개최된 그 시절 쯤, 유치원에 등록을 하고 원복을 맞추기 위해 신체치수를 잴 때의 일이다. 유치원 건물에 붙은 사무실쯤이었으리라. 내 몸을 이리저리 재던 사람이 ‘너는 남보다 좀 넓은 어깨를 타고났기에 어깨에 맞춘 옷은 어쩔 수 없이 소매부분이 손등을 덮을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넌 머리가 참 작다. 모자는 소小로 하면 되겠다, 아니 이게 좀 이상하네. 보기보다 너 머리가 큰가보다. 중中으로 하자. 응? 이게 왜 이렇지? 어이, 저기 대大 갖고 오세요. 자 이제 맞지?’ 여전히 머리가 좀 아팠다. 더 큰 건 없는지 물어보았고 아래와 같은 대답을 들었다.
‘아, 특대해야겠네. 이건 주문넣어서 받아야하거든. 너 입학하는 날 여기 와서 모자 받아가라, 알겠지?’
분명 집사람은 이 종이를 받을 때 의사로부터 머리둘레에 대한 무언가를 들었을 것이다.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모른체했다. 옛 생각을 하면서 물끄러미 종이를 바라보는 내 옆모습을 보던 집사람이 한마디 덧붙였다.
여보, 의사가 머리가 좀 크긴 한데 인지능력이 괜찮은 편이라 정밀평가는 안 해도 된대. 그리고 검사할 때 의사가 봐도 머리가 좀 컸나봐. 숫자를 좀 낮춰서 넣었다던데?
아, 숫자를 낮춰 기록했는데도 100명 중에 1등인 내 아이의 머리 크기, 심지어 선의의 거짓까지도 포함된. 마음속으로만 아래 사진의 아저씨가 외쳤던 그 대사를 나즈막히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