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스티미언: 쇼핑] 짧은 퇴근길, 짧은 쇼핑

daegu(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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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무렵, 집사람에게 문자가 왔다. 짐을 싸는 중이라 책상위에 놓은 폰 화면을 떠다니는 글자들을 대충 훑고 하던일로 시선을 돌렸는데 읭? 하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퇴근시간에 의례적으로 하던 말과 다른 단어가 보였기 때문이다. 다시 보니 청천벽력이다. 구내염!


자세히 읽어보고 좀 안도했다. '가벼운 장염과 구내염인데 열은 없고 병원에서 약은 받아놨다. 저녁식사로 아이는 죽을 먹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다. 아이가 어제 입 안에 뭐가 났다더니, 똥구멍이 간질거린다더니 아마 장염과 구내염의 느낌을 묘사했던걸까. 아이가 자기의 몸상태를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얼추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생각하니 괜시리 어깨가 으쓱한다. 아, 지금 좋아할 때가 아니지.


상가가 많은 동네로 네비의 목적지를 찍는다. 아내나 아이가 몸이 좋지 않을 때 죽을 사러 종종 찾던 동네다. 양쪽으로 불법주차된 차들 사이로 두 대의 차가 겨우 교행이 가능한 동네. 내 차도 그 불법주차 무리 중 한 대가 되었다. 가게 대여섯개가 쪼로록 붙어있다. 그 중에 세 개가 백종원이 세운 프렌차이즈 식당이다. 대단한 사람이야, 새삼 의미없는 생각을 하며 그 중 죽집을 들른다. 전복죽, 대기시간 10분. 이 죽집을 처음 왔을 때 포인트카드를 만들었으면 지금쯤 8~10회정도 적립했을터. 하지만 이번에도 '앞으로 언제 또 오겠어'라고 생각하며 회원카드 발급을 다음으로 미룬다.


아이를 위한 1만1천원짜리 죽을 기다리는 10분 남짓, 지겨워 골목을 기웃거리다가 아내가 생각나서 떡볶이 한 그릇 포장을 주문한다. 대구에서는 많이 보이는 떡볶이 전문점인데 아내는 카레맛이 칼칼하게 나는 이 집 떡볶이를 좋아한다. 대기시간 10분. 아내를 위한 7천원짜리 떡볶이를 기다리는 시간도 10분 남짓. 나를 위한 건 뭐 없을까 기웃거리다가 까페 간판을 보는 순간 시원한 얼음조각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든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한다. 라떼와 스무디를 포함한 낯선 이름의 음료들. 결국 시킨 건 2500원 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 선정 이유는 그게 제일 싸서..


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싱거운 커피를 다 먹었을 때쯤, 10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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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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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만 남은 커피와 떡볶이와 죽을 손에 들고.


퇴근시간의 짧은 쇼핑 이야기. 끝.




Steem Word Clouds라고 최근 글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를 보여주는 사이트가 있어서 해 봤더니 결과가 재미있다. 주어로는 '나는, 내가, 아이가'를 많이 썼고 서술어로는 '있다, 있었다, 있습니다, 했다, 것이다, (~인 것)같다'를 많이 썼다. 나와 아이, 내가 가진 기억이나 물건에 대한 내용을 주 내용으로 내 생활에 대한 서술을 많이 했다는 뜻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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