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어른을 찾아 갈 때는 선물도 가져 가야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학부 때 만났던 성질 고약한 교수는 이걸 철칙으로 믿었다. 본인이 주변 어른에게 챙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변 어린 사람들에게서는 끝끝내 챙겨먹었던 것 같다.
학부 수업에 들어와서는 괜한 학부생들에게 자기의 신념을 심어주는데 힘을 들였다. 그것도 단계적으로. 2학년 때의 이야기 주제는 "대학생쯤 되었으면 어른을 찾아갈 때는, 특히 지도교수 찾아갈 때는 최소한 과일이라도 사야한다"는 것이었다. 스승의 날과 생일, 연말연시에만 찾아오는 건 초수가 하는 일이며 중수나 고수가 되면 복날도 챙겨야 한다고 했다.
3학년 때의 이야기 주제는 "선물은 정성이다. 무조건 사서는 안되고 그 위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니네 선배 누구는 동네에서 파는 수박을 사 왔는데 겉만 번지르르 하고 맛도 없었으며 이건 안 사오는것만 못하다. 또 다른 선배 아무개는 백화점 수박을 사왔는데 이게 백화점 마크만 찍혀있어도 얼마나 스승을 생각하는 마음이 큰지 알 수 있다. 맛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른 선배 뭐시기는 대형 전통시장에 가서 하나하나 두드려가며 최고의 수박을 사 왔는데 이게 백화점 수박보다 더 나았다. 스승에게 찾아갈 때는 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4학년 때는 이야기로 끝내지 아니하고 직접 "체험을 통한 체화"가 일어나도록 우리를 도와주셨다. 복날에 뭐라도 들고 연구실을 들락거린 아이들의 명단을 발표하며 이름이 불리지 않은 인간들은 아직 인간이 덜 되었다고 했다. 망상병 환자가 실제로 귀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믿듯이 그는 자기가 학생들을 돕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은 듯하다. 뒤늦게 무언가를 갖고 찾아간 학생은 몇 번의 구박 끝에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였고 끝까지 명단에 들지 않은 학생들은 거침없이 박해를 당했다.
단오, 식목일, 춘분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애초에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복날과 직업적 관련도 없는 내가 복날을 싫어하는 이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난 주말에 부모님 뵈러 내러갈 때 일이다. 아이가 백화점에 용무가 있어서 백화점을 들렀다가 바로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려 했다. 백화점에서 집사람이 갑자기 수박을 사서 가야한다고 했다. 앞서 이야기한 교수가 아직도 내 무의식에 들어있었나보다. 수박과 복날의 조합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굳이 그 사연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고 "백화점 수박은 쓸데없이 비싸기만 하고, 수박은 껍데기가 많이 나와서 별로다. 지금 마트 수박 가격이 저렴한 시즌이니 분명 집에 수박이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을 근거로 삼아 평소에 내가 먹고 싶었던 도지마롤을 샀다.
이제는 이마트에서도 이걸 제법 흉내낸 빵을 만들었고 제과점의 빵에도 크림이 많이 들어간 롤케익을 팔고 있지만 처음 뉴스에서 접했던 도지마롤의 이미지는 내게 촉촉한 크림과 달달한 빵의 조화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일본 여행에서 실물을 보았을 때도 줄이 길어서 사질 못했다. 국내에 선보인지 5년이 넘어선 시점에서 드디어 샀다. 온도유지가 중요하다며 직원은 빵과 아이스팩과 같이 포장해주었다.
아 좀 가만이 있어봐.
아이가 백화점에서 하고 싶어했던 일. 손톱이 도화지도 아닐텐데 자꾸 색칠을 하려 한다. 팝업매장이라 불리는 자리에 매대가 있어서 지난번에 사지는 않으면서 공짜로 한 번 발라만 봤던게 자꾸 생각이 나는지 지난주부터 자꾸 백화점에 가자고 했다. 그 업체의 전략은 적중하여 아이가 스스로 백화점에, 그 매장에 찾아오도록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그 매장은 철수하고 없었다. 그 업체는 열매를 따지 못했겠지만 아이는 결국 서너달쯤 뒤에는 백화점에서 실제로 제품을 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크레스 해소. 아침에 내 차에 스크레치가 생긴 것을 보고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 걸 이야기하기 하나?
스웨덴 물놀이 완구/독일제조. 앞과 뒤가 잘 맞지 않는 설명같지만 예전에 이런 걸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