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어드벤처 (1) - 뜻밖의 여정, 웃픈 결말

cyranodcd(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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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비와이폰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작년 9월부터 배터리가 서서히 '광탈'하는 기미를 보이더니 최근 며칠 사이에는 무한 재부팅이 걸리거나, 어느새 꺼져있었는데 다시 켜보면 배터리가 무려 50%가 날아가는 등 누가 보아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강한 핸드폰 교체 충동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던 중 삼성이 갤럭시 S9를 발표하였습니다. 주변에서는

혁신이 없다, 안 팔리겠다. 지금 폰으로 1년 더 가도 되겠다.

이런 반응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비와이폰의 한계를 너무 강하게 절감한 제게는 갤럭시 S9는 너무 강한 유혹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약정에 혼을 묶인 몸. 약정이 180일이 남은 시점은 이 글이 보상을 받게 되는 3월 12일입니다만, 그것은 같은 통신사에서 기기변경을 해야만 위약금이 면제됩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요금의 알뜰폰으로 가려면 10만원 가량의 위약금 및 할부반환금을 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와이폰을 팔기로 했습니다. 서비스센터를 거쳐서 배터리 문제를 해결한 상태로 보내주기로 했죠.

그래서 점심을 먹고 전주역 근처에 있는 TG삼보 서비스센터로 갔습니다. 화웨이 폰의 AS 대행 업무가 가능한 곳이죠. 사전에 전화를 해서 수리가능여부를 알아보고 갔죠. 수리에는 1~2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전주 마중길을 한 바퀴 산책삼아 돌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웨이측에서 문자로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주더군요. 무상수리 기한이 경과한 폰이라 수리비용을 치렀습니다. 3만 3천원.

그리고 이젠 비와이폰을 팔 차례입니다. 전북대 근처에는 중고폰을 매입하는 상점이 많습니다. 전북대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었습니다만, 분명히 저는 전주역으로 갔을 때의 버스와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탔고, 직진하면 전북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곳에서 탔는데 이 버스가 엉뚱한 곳으로 뺑뺑이를 돌기 시작하더군요. 전북대로 가겠지 가겠지 하고 희망고문을 하던 제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 저는 어딘지도 모를 시골마을에 내린 상태였습니다. 시골마을 정류장은 배차 간격이 무려 3시간. 결국 저는 시골마을에서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차도의 갓길을 따라 쭉 걷다보니 20분 정도 경과하여 아중역이 나왔습니다.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전주의 랜드마크죠. 그곳에서 무작정 택시를 잡아 덕진공원 방면으로 갔습니다. 사실 비와이폰의 매도가가 예상보다 낮을 때를 대비해서 플랜 B를 세워뒀었습니다. 집에서 놀고 있는 중고 모니터들을 팔기로 했죠. 원래대로라면 전북대에서 내려야 하지만, 조금 더 가서 중고가전 거래처를 알아보았죠. 문은 닫혀있었지만, 연락처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처분된 비와이폰의 가격은......

2만원이었습니다.

태생부터 중저가폰이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너무도 낮은 가격이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7~8만원에 거래된다는 것을 알고 갔기에 충격이 더욱 컸습니다. 수리비도 못 건진 거죠. 결국 분노와 허탈이 뒤섞인채로 비와이폰을 보내주었고, 플랜 B를 위해 중고모니터 가격에 대해 몇 군데의 중고가전 매입처와 연락을 해보았습니다만...

그것도 별로 돈이 안 되는 것 같더군요.

약 4시간동안 본의아니게 모험까지 해가면서 얻은 결과 치고는 너무도 처참하였습니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버렸습니다. 멍한 채로 집에 돌아와 이 글을 남깁니다. 마침 슈가맨 재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전설의 7공주의 컬러링이 제 마음에 2차 공격을 가합니다.

우리 주인 핸드폰은 꼬진 핸드폰~ 친구들이 한마디씩 "그거 무전기냐?" 사주지도 않으면서 "그거 버려라."

어쩔 수 없습니다. 내일 헌책방에 중고책을 팔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