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심은 행복/노자규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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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심은 행복
때 이른 오후
회색도시에 걸린 침묵을 깨고
분주한 손길들이 배고픈 이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허기지고 마음 저린 이들에게
고향 같은 행복을 주는 곳이랍니다
am 12:00
힘들고 지친 이들에 게 한 끼 식사로
허기진 마음까지 달래주는 곳
“자 차례대로 줄을 서세요
충분히 드실 수
있어니 서두르지 마세요”
그림자 조차 무거운 그들에겐
고여버린 세월에
먼지 소복이 쌓인 지난날의
얼어붙은 상처들을 매달 고선
목구멍으로 넘기는 밥 한술은
휘어진
등줄기 따라 흘러만 갈 뿐입니다
그들도 한때는
손등에 먼지가 이는 삶이
전부는 아니었을 테지만
이젠 상실에 아픔만 등허리에 얹고
사는 신세다 보니
빈자리가 할 퀸 자국이
턱밑에선
주름이 되어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식사할 수 있는 자리마다
저마다의 사연들은
식탁 위에 젓가락들처럼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할아버지 천천히 드세요
체하시겠어요”
그냥 드시길 미안해서 인 건가요
할아버지가 떠난 자리엔
오백 원짜리
동전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이들에게
그리운 건 사람인 것 같습니다
밥을 먹었냐고
아파도.. 괜찮나고
삶의 끝자락에 와있는 그들에겐
누구 하나 묻는이 없습니다
해묵은 침묵이 쓸고 간 자리
무슨 일인지
급식소 문이 닫혀 있습니다
내려진 셔터에는
하얀 벽보가 나부끼고 있을 뿐....
누구에겐 간절한
한 끼의 식사로
희망을 주었던 곳이 말입니다
“ 「무허가로 무단 점거하였기에
00 날 00시까지
시설물을 철거해주시기 바랍니다」
00 구청장 백 “
인생조차 무허가가 아닌 그들에겐
아픈 이들의 약봉지와 같이
늘어만 가는 배고픔만
희망을 잃은 거리에
소복이 쌓여만 가고 있었습니다
한낮에 태양이
거리를 활보하던 어느 날
맞은편 고물상에
눈에 익은 시설물들이 들어섭니다
하얀 김 내뿜으며
설익은 밥을 퍼는 사람들과
도마 위에
행복의 두드림이 익은가는
나눔에 급식소가
다시 문을 열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름에는 얼음 생수가
겨울에는 연탄의 나눔으로
더 큰 희망을
이어가는 그곳이 말입니다
어느새
새하얀 희망을 매달고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드는 사람들 속으로
내뿜는 연기보다 행복의 기쁨들이
더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배 많이 고프셨죠...”
“영영 문을 못열줄 알았는데...
미안함에 말문을 흐리는 그들에게
“어르신들...
그동안 못 드신 거
오늘 많이들 드세요 “라며
허기진 그들의 가슴에
다시 희망을 심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말없이
행복이 드나드는 대문 앞에서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한분이 계십니다
피난 와 평생을
리어카 행상으로 모은 돈으로
고물상을 하시면서
헐벗고 배고픈 이들에게
선뜻 자신의 땅을 내주셨던 것입니다
“나도 라면 한 개로
삼일을 버틴 적도 많았어....
그래서
배고픈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어
암 없고말고..,,“
행복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며
하루 더
버텨볼 꿈과 희망을
한줌 주머니 속에 담아가는
그들의 입에서는
“할머니 고맙습니다 “ 라는
인사가 건네지고 있었습니다
정은 외로울 때 그립고
고마움은 어려울 때 느껴지듯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필요한 자리
그 자리에
늘 있어주는 그들이 있어
행복은 늘 함께하는것 같습니다
출처/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