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두장/노자규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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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 두 장
두메산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공부만은 서울서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학교 때부터 제삶은
타향살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해마다 두 분이 꼭 올라와서는
못난 아들 손에
농사짓고 소 키운 돈을 쥐어주시며
“공부 열심히 하거래이..
늙은 우리 걱정은 말고.... “하시며
허리춤에 챙겨 온 조롱박에 담긴
소주 두어 잔을 부어 잡수시곤
하룻밤을 고이 주무시다 내려가시는
내 아부지 내 어무이
“ 이게 마지막 월사금 이라꼬.. “
두 분은
뼈마디 굵어진 손가락에 가락지처럼
고된 자식 뒷바라지에 지칠 법도 하것만
빈 둥지 같은 삶이 되어
다 내어줘도 더 내어줄 게 없는지 찾으시다
흐뭇한 미소로 주무시고 계십니다
동갑이신 두 분은 올해 71이 되셨고
늦둥이로 홀 로자란 저는 31가 되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논문을 쓴다고 새벽녘까지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데
“ 내 꽃신이다,,, 내 끼다,,”
놀란 저는 어머니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어머니요... 와 그라는교“
“꿈꿨는 갑다
와 내가 뭐라카더나... “
물 한잔 드이소.. “
물 한잔에
아들의 미안함도 같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한밤중에
달달한 물 한잔의 목 넘김은
주름살로 고랑이 패인
살길 따라 흘러가고 있습니다
다시 잠을 청한
두분은 사이좋게 코를 골며 주무십니다
머리맡에 돌돌 말려 벗어놓은 양말을
아들은 조용히 가져나가
빨래를 하다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구멍 난 자리에
덧댄 자리마저 구멍이 나있는 양말
자식 앞에 땔감 같은 부모의 일생은
다림질을 해도 그대로이니 말입니다
낮달의 허기진 마음으로
밤늦게 터덜 터널
집으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지나는 바람따라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고 다녔지만
오라는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달세와 라면을 끼니로 버텨보고 있지만
내일이면
이마저도 녹녹지 않아질 것 같습니다
불 꺼진 복도 롤 지나
집 앞 계단에 다 닿았을 때
문 앞에 놓인 신문지 두장과
그 옆에 놓인 하얀 보따리 하나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어무이 아부지가 다녀 가신걸요
그 흔한
핸드폰도 없어니 연락할 방법도 없고
모진 바람 쓸고 간 자리
쪼그라진 몸뚱이로 버티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림에 지쳐 앉아계셨는지
신문지에 글자가
까맣게 닳아 뭉개져 있었습니다
“누가 그랬나요
삶이 행복이란 맛이 난다고 “
까맣게 뭉개진 굴자들 위로
나의 작은 눈물이 어려섭니다
서둘러 고향집으로 전화를 해봅니다
“뚜.... 뚜..... 덜커덕”
“여보시오.. “
“아부지요”
“철이가
몸은 괘안나,,
어디 아픈 데는 없고.. “
“아부지요
말도 없이 그냥 올라오면 어쩐미껴
잘 내려가신겁니꺼“
“나사. 걱정하지 말거래
늙은 우리야 어찌 다 알아서 댕긴다 “
너희 어무이가 하도 네가 보고싶다케가
김치 쪼메 담가가지고 안 갔나.. “
지도 쪼매만 바꿔 주이소
울 아들 목소리라도 들어보구로... “
전화기 넘어
늘 고무줄처럼
마음이 다 찢기어 주름이져 있는.
내 어무이 목소리가
애타게 아들을 찾고 있습니다
.... 철이가 애미다
회사에서 오라는 데는 있디나 “
“아이고 어무이요
서로 지보고 오라고 난리미더“
“그랄 끼다
우리철이가 보통 인물이가
앞전에 니가 자면서
(뽑아만 주시면 잘할 수 있다)카먼서
잠꼬대한다고 어거 아부지가 읍에 가서
보약 한재 부탁해놨다카더라
니 무신 선거운동하나... “
“아입미더... “
“우짜동동 단디 해라
우리는 다른 욕심 없데이
니만 건강하면 된데이 “
기다림과 보고픔이 전부가 되어버린 엄마의
속정 깊은 그 말에
흐르던 눈물이 꽉 다문 어금니 때문에
엄마가 들을 수 없는 눈물이 되어
아들의 빰에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 어머니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노란 달님이
하품을 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낯선 서울을 등지고
새벽바람 불어오는 들녘을 바라보며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어디가냐구예 “
이따금 세상살이 좋은
바람도 부는 때가 있는 것 같네예
오늘은
그리운 우리 어무이! 아부지!
계신 고향집으로 가고 있심더
그동안 지를 키우신다꼬
주름진 마음에 윤기마저 잃어버린 신
어무이 아부지랑
찬밥에 물 말아 총각김치 얹어 먹으며
땡볕에 그을린
시름을 고이 안아 드리로 안갑미꺼..
사진으로만 남기 전에
한번 더 안아주고 말동무 해줄라꼬예
아.. 참
핸드폰도 하나 사심더
밤에 화롯불에 군밤 굽어가며
아부지랑 어무이랑 앉아
아들한테
문자 보내는 것도 가르쳐 드릴라꼬예
“취직은 했냐꼬예,,“
“언지예...
아직 못했지만
취직 그기 뭐시라꼬예
이력서는 빵빵하게 넣어놔었니께
찾는 데가 있겠지예
안 찾으면 어무이캉 아부지캉
농사짓고 살면 되고예
서울 사람들은
시골을 몰캉하게 보지만도
지는 마
어무이 아부지가 계시는
그곳이 저의 하늘 인기라예... “
귀가를 서두르는 태양이 머문 자리에
빨간 노을이
그린 그림이 먼저와 인사를 합니다
행복은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