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엔 달이 없다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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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엔 달이 없다
도시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터전이 되어준
마을 맨 위 꼭대기
달이 제일 먼저 떠고 지는
서울 하늘 아래 첫 동네라 이름도
달고 마을이라 부른답니다
애환 아픔이 어린 끈질긴 삶터
“달동네”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은
이 마을엔
이백여 가구가 살던 동네였지만
철거대상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사십여 가구가 겨우 남은 상태입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타향살이로 전전하다
결국 산동네까지 밀려난 인생들이라
모이면 대한민국 사투리는
다 들을 수 있답니다
다들 떠나고 이젠 그나마.
남은 이들에게도 쓸쓸한 퇴장을 알리는
불도저 굉음소리와 함께
사라져 가야하는 동네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낮 햇살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얼굴에 드리운 채
하루 끼니를 걱정 하며
힘겨운 삶과 사투하듯 살아내기가
참 퍽퍽하기만 한 그들이지만
가난의 아픔을 서로 보듬어 주며
이웃 간에도 정이 남다른 동네기에
버틸만 하다 말합니다
“이제 이 동네가 서울 하늘 아래에서
마지막 달동네가 될 걸세 “
“동생은 철거되면 어디로 갈건가..”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으려고요..”
“난 반지하실 단칸방이라도 가질려나 몰러“”
“구수한 사람 냄새나는
이달동네가 그리울 거야
“우린 여기서 아들딸 놓고 정 붙이고
산지가 이십 년이 넘었는데
어딜 간들 사람 냄새 날만한 곳이 없지 싶다고
아이 아빠는 죽어도 못 떠난다고
저 난리여,,, 난리가 “
“서울 하늘 아래에서
보름달이 제일 잘 보이는 곳이 여긴데
어디 가서 저 달을 다시 보냐,,,,
“누추하고 가난하기 짝이 없어도
여기가 그리울 거야”
“형아
우리가 이사 가면 달도 이사 가는기가”
“그래 이제 이 달동네에는 달이 없다...”
“그럼 이사 갈 때 달도 델꼬 가면 안되나....”
저마다 부엌에
빈 솥단지 걸어놓은 심정을 들어내 보이며
소주 한잔에 곰 삯은
지난 얘기로 밤을 피워대고 있습니다
앞으로 없어지는 마을이라는 생각에
애잔함이 묻어나기도 하고
쓸쓸한 맘도 들기도 하니 ....
오랫동안 정 붙여 마을에 살던
동네 사람들의 마음이 오죽하겠냐 싶습니다
동네 사람들 아침인사를
공동변소에서 줄 서서 하는 달고 마을
저녁밥 지을 때
물지게로 물을 지어 나르 든
정겨운 풍경이 있는 달고마을
미로 같은 골목을 누비며
뛰어다니던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주던 달고마을
밥보다는 수제비 떠 김치에 얹어먹어도
온 식구 둘러앉아 웃음꽃 피우며
행복이 있는 달고마을
그 마음을 아는지
앙상한 나뭇가지에 이미 터줏대감이 되어 버린
까치 한 마리가
한없이 울어 재치는 밤입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거리에 풍경들을 뒤로하고
오늘은 동네 통장님이 비상소집을 합니다
그나마 이 동네는 반상회를 하면
집집마다 있는 찬 없는 밥 다 가지고 와서는
어린애 어른 할 것 없이
동네 잔칫날이 되다 보니
영락없이 시골 장날이 따로 없습니다
“험,,, 험
해지마을 통장으로써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여러분을 쪼메 보자고 한건
연탄집 할머니가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하는데
시방, 돈이 없어가지고 설라므네
여러분을 보자고 한것입니다요 “
“거,,, 수술비가 얼마나 든데요.. “
“아,, 그게 시방,,
오십만 원은 있어야 하는것 같던데....”
“에그머니나,,
그래 큰돈이 이 산동네에 어디 있다요...”
밤새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허탈한 속내만 내놓고는
하나둘 뿔뿔이 집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다음날도
서로 모여 앉아는 있지만
빈 지갑만 내어 보이듯
밑 빠진 신세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때 문을 열고 털보아저씨가 들어옵니다
“김씨 어디 갔다 오는 길이여..”
“ 고물상에요...
그때 약속이라도 한 듯
마을사람이 줄지어 들어섭니다
“ 자넨 어디 갔다 오는 겨..”
“저는.. 헌책방에요.”
난.. 어제 갔다 왔는데... “
그렇게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은 인생들이지만
이웃의 아픔 앞에 덤으로 내어주는
따뜻함이 연탄불보다 뜨거운 것 같습니다
“난 일주일간 안혀 눈알 붙인 돈이여....
“난 마늘깐 돈 인디,,,,”
“십 원짜리 탈탈 털어왔어
어서 세어보더라고,,,,“
헌책에 고물상에 부업까지 해
모인돈은 492000원
오십만 원에서
팔천 원이 부족한 금액이 모였습니다
"통장님
병원에 이거라도 가져가서 사정해봐요..
“팔천 원은 다음에 준다고 혀.. “
“그래도 될지 몰러..”
그때 문이 열리며
골목 안집 똘똘이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들어옵니다
“이 돈도 할머니 수술비에 보태세요,,
하며 내민 돈은 8940원이었습니다 “
“너 이돈 어딨서 났냐..”
“돼지저금통 틀었어요
나이키 신발 살려고 모으던 돈인데.. “
동네 사람들은
오십만 원이 모여진 것에 잔치 분위기입니다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가 골을 넣어도
이보다 기뻐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 기쁨의 시간이 흐르던 그때
또다시 문이 열리며
낯익은 모습의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동네분들 여기 다모이셨네요,,,
동사무소 직원입니다
연탄집 할머니 수술비
지원 신청한 거 승인이 났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려 왔습니다. “
“야호,,,,,,복 터졌네,,,,,,
달고마을에 경사 났네,,”
동네 사람들의 환호성에
지나가든 강아지도
펄쩍펄쩍 뛰어가며 꼬리를 흔들고
지붕 위에 고양이는
환호성에 놀라 빼꼼히 내려다보고 있네요
저기... 저
달고 마을 산등성이에 걸린 빨간 햇님도
쉬 넘어가지 못하고
환한 미소로 지켜보고 섰습니다
“그럼
이 돈은 어찌 되는가...
각자 주인한테 돌려주남 “
“돌려주긴 뭘 돌려줘... “
이 밑에 쪽방촌 어르신들
올겨울 따뜻하게 나라고
연탄사 드려야지,,, 안그려 “
“그게 좋겠네요,,,,,
그렇게들 합시다 ”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 맘 안다고..
“자 말 나온 김에
싸게 나서더라고....”
“잠깐만
나 집에 가 고무신 신고 얼렁 쫒아감세,,”
“연탄 배달 한건데
고무신 신고 어찌한다고..
운동화 얼렁 신고와... “
“와따 형님 운동화가 있간디요...
“아그들아
너네들도 좀 거들어라 잉,,,,”
“통장님,
끝나면 막걸리는 사주실걸죠,,,,”
“그려......
그 뭐시라꼬 못 사주겠노
... 하하하”
“그래 버텨보는 기다 마
인생은 실패했을 때 끝나는 게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나는 거라 카더라.... “
모처럼 핀 웃음꽃이
쪽방촌으로 향하는
달고마을 사람들 가슴에
행복과
사랑으로
넘쳐흐르고 있었습니다
“통장님
텔레비전에 연예인이 나와서 그라든디요 “
“힘들 때
우는 건 삼류고
참는 건 이류고
웃는 자가 일류 라꼬예... “
“그래
없어도..
힘들어도..
우리 웃........ 자,,,,,,“
하하하.... 호호호...
크크크크
흐흐흐.. 헤헤헤 ....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