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직업은 아빠입니다/노자규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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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직업은 아빠입니다
"저희 아빠는
밤늦게 까지 아픈 다리를 절며
세차장에서 차를 닦는 일을 합니다
요즘은
자동세차에 밀려 일할 거리도 없어
하루 두 세대도 못 닦을 때가 많아
늘 걱정을 하면서요 "
"연탄불을 떼야 따뜻해지는,
집이 아직도 서울 하늘에 있습니다
쓰러져 가는 낡고 오래된
흙집에서 살아가는 우리 가족
열 살 언니 영미
언제 봐도 든든한 여덟 살 오빠
현준이와 함께
다섯 살 배기인 저 현미는
연탄집에서 하루를 보낸답니다.
날마다 연탄아궁이에서 나오는
매캐한 연기로 눈도 뜨기 힘들지만,
저에겐 친구 같은 언니,
오빠와 함께 한 방에서
오순도순 붙어 잘 수 있는 세상인
가장 포근한
‘우리 집’이랍니다! "
지나는 바람이
달빛을 흔드는 때늦은 밤
두부 한모와 콩나물 한 봉지를 사들고
퇴근한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덜렁거리는 문을 본 아빠는
한숨부터 나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짓궂면 문이 부숴졌나 싶지만,
사실 아빠는 압니다.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30년도 더 된 이 낡은 집이 문제라는 걸.
낡고 오래된 이 집에서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버텼지만,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제가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한 가지.
바로 연탄아궁이에 불을 때는 일입니다. “
아이들이 잠든 사이
행여 불이 꺼질 새라 연탄아궁이에
새 연탄을 하나 더 가져다 얹습니다.
갈라진
시멘트 벽틈에 제비꽃이 피듯
아이들에게 따뜻한 잠자리를
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오늘도 연탄아궁이에서
타닥타닥 타오르면서 말이죠
추워지는 날씨에 월동준비를 위해
꽉 막힌 아궁이도
손 봐야 하고 연탄가스가 새지앉게
장판 사이로 시멘트도 발라야 합니다
안 그래도
한 칸짜리 방에 구들장 공사를 시작하면
가족들은 어디서 자야 될까
올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까?
그게 아빠의 걱정입니다
“ 야 오늘 저녁은 컵라면이다...”
언덕 위 달동네 낮디 낮은 담벼락에
“행운을 주는 컵라면”
네 개가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담벼락 밥상위에서
서서 먹는 라면이지만
이런 멋진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뚜껑에 있는 글자와 스프에 있는
글자가 주는 행운을 개봉해보는 가족들
영미 꺼엔
“갑자기.......... S라인이 된다 ”
(호호호.... 아이 좋아라,)
현미 꺼엔
“조만간........ 친구가 밥을 쏜다”
(역시 난 먹을 복은 있단 말이야..하하)
영준이 꺼
“이유도 없이..... 용돈을 받는다 ”
(아빠 용돈 줄 거죠 ㅎㅎ)
떨어지기 위해
제 몸을 부풀리는 물방울처럼
그저 불어 터진 컵라면 하나에도
달덩이 같은 웃음을 매단 아이들을
미소한점 반찬으로 올려놓고
바라보는 아빠에게
“아빠 껀 뭐야.. ..“
노력하는 당신에게............
.............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가 생긴다 ..”
“아빠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가 뭐야....”
“행운? “
“그래 행운이야 ”
행운의 신이 찾아와서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냐 하고 물으면
너희들은 뭐라고 대답할래 “
“난 의사”
“난.. 빵집 사장”
“난.. 미용사가 될 거야”
“아빤 다시 태어난다면
뭐가 되고 싶어 “
하얀 물음을 던진
아이들은 아버지를 바라봅니다
“아빤.....
다시 태어나도
너네들 아빠가 되고 싶어...... “
“최고..
울 아빠 짱이야... “
만지면 묻어날 이 시린 가난 앞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는 건
"저의 직업이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
출처/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