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잡힌 저녁약속
자주 먹는 술자리는 아니지만 친구보다도 자주 보게되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쿵짝도 잘맞아 다른모임에선 하지못하는 이야기까지 풀다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결혼 전에는 내가먼저 나서서 2차를 가자고 했으련만
오늘도 머뭇머뭇 떼는 엉덩이가 민망하게도 다들 눈치채고 커피나 마시러 가잔다.
술마시는 시간은 예전보다 줄었는데 왜 마시는 술의 양은 그대로인건지
빨리빨리를 외치다보니 술도 급하게 마시는 버릇이 들었는지 옆에서 나랑 술먹으면 너무 빨리취한다며 핀잔을 준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2시간 가까이 달려야 도착하는 집 근처에 와서야 긴장이 풀린다.
자주 술먹다가 버스 종점까지 가던 버릇때문에 연애때 참으로 아내 속을 많이 썩였는데 이제는 알아서 들어가고 있으니 ... 나도 10년간 길들여져 버린건가 하는 생각이 들자 피식 웃음이 났다.
버스에 내리자 한 여자가 내 앞의 남자가 내리자 마자 손을 낚아채고 집으로 걷는다.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지 가는 길 내내 내 앞에 그 신혼부부의 맞잡은 손이 보인다.
신혼부부의 설렘과 기다림 가슴떨림을 우리는 얼마나 간직하고 살아갈까.
권태기라서 일이바빠서 하루가 힘들어서 라는 말로 상대에게 예전같은 관심을 쏟지 못하는걸 변명하고 있지는 않을까.
왜그런지 그 신혼부부가 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하며 현관을 열었는데 꼬맹이들이 안자고 기다리다가 날 안아준다.
둘일때보다 셋일때 셋일때보다 넷일때 더 사랑이 커지는 것을 잠시 잊었나보다
아빠를 기다리느라 힘들었는지 평소에 재울때 그리 짜증내던 둘째도 조용히 눈을 감는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 아내님
잊지않고 아내를 칭찬하고 누우면 오늘 일과는 일단 끝이다
저녁에 놀러온 아이들이 부신 책장도 이리저리 흩어진 둘째녀석의 장난감도 뭐 어때 가끔은 그냥 두고 잠이나 자야지
숨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방안에서 자라는 잠은 안자고
휴대폰을 켜고 스팀에 글을 쓴다.
이젠 진짜 자야겠다.
술깨면서 찾아오는 감성 1g의 흔적.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