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BEX BLOCKBUSTERS][고려대 KUBL : 이 천] 탈중앙화라는 신기루

cqinbex(53)
Published in
#kr
Words
771
Reading
4 min
Listen
Play
8y

암호화폐의 시초인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 완화라는 명목으로 행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달러 발행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다. 달러를 이렇게 풀어버릴 수 있는 근거는 달러의 유일한 공급기관인 Fed가 모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그러면 통화가치가 하락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를 저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생각이었다. 이에 사토시는 발행권이 탈중앙화된 화폐의 필요성을 말하며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만큼, 비트코인 이후 생긴 블록체인은 여러 분야의 문제점에 대하여 ‘탈중앙화’를 솔루션으로 제시하고 있다. 탈중앙화는 실제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화두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탈중앙화는 그 자체로 블록체인의 존재 이유로 여겨진다. 특히 모든 면을 탈중앙화시켜야 한다는 강박을 보이기도 하며, ‘중앙화’되어 있다는 자체가 ‘잘못’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 글을 통해 ‘탈중앙화’라는 용어를 정의하고, 탈중앙화를 프로토콜과 어플리케이션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탈중앙화의 정의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쓴 ‘The Meaning of Decentralization’에서는 소프트웨어의 ‘탈중앙화’에 대해서 서로 다른 세 가지의 (탈)중앙화를 분류하고 있다.  

첫째, 구조적 (탈)중앙화 ; 실제로 몇 대의 컴퓨터가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가? 어떤 시점에서든 시스템이 몇 대의 컴퓨터가 고장 나는 것까지 견뎌낼 수 있는가?  

둘째, 정치적 (탈)중앙화 ; 실제로 몇 명의 주체(혹은 기관)들이 시스템을 이루는 컴퓨터들을 통제하고 있는가?  

셋째, 논리적 (탈)중앙화 ; 시스템의 인터페이스와 데이터 구조가 하나의 획일적인 구조인가, 아니면 전체 모양을 알기 힘든 벌떼처럼 보이는가? 예를 들어 시스템의 운영자와 사용자를 모두 포함시킨 채로 시스템을 절반으로 가른다면, 각각의 반쪽짜리들이 독립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를 도표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그림출처] “The Meaning of Decentralization” Vitalik Buterin 


블록체인은 기술 기반 구조상 단일지점 실패의 여지가 없이 구조적으로 탈중앙화되어 있으며,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으므로 정치적으로 탈중앙화되어 있지만, 하나의 합의된 상태가 존재하고, 전체가 한 대의 컴퓨터처럼 작동하기에 논리적으로는 중앙화되어 있다.

[그림출처] “Why Decentralization Matters” Chris Dixon


미국의 유명한 벤처투자회사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크리스 딕슨도 ‘Why Decentralization Matters’에서 탈중앙화가 중요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는 중앙화된 플랫폼이 지닌 문제점으로 플랫폼이 커지고 S-커브의 위쪽 위치로 이동할수록 플랫폼의 힘과 영향력이 네트워크 참여자들인 유저와 서드파티 조직보다 커지고, 플랫폼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유저의 데이터를 뽑아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서드파티의 기능을 흡수하거나 정책을 변경하여 서드파티를 배신한다는 점을 짚었다. 반면 블록체인 플랫폼은 다양한 메커니즘을 활용해서 네트워크가 성장하더라도 중립성을 지속하며 플랫폼의 배신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딕슨이 말하는 탈중앙화의 중요성에 덧붙여 비탈릭이 제시하는 탈중앙화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 허용성(Fault tolerance) ; 탈중앙화된 시스템은 많은 수의 독립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고로 전체 시스템에 장애가 일어날 확률이 낮다.  

둘째, 공격 저항성(Attack resistance) ; 탈중앙화된 시스템에는 중앙화되어 있는 급소가 없기 때문에, 시스템을 공격하거나 조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높다.  

셋째, 담합 저항성(Collusion resistance) ; 탈중앙화된 시스템 내의 사용자들은 다른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끼쳐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하기 어렵다. 반면 중앙화된 기업이나 정부의 리더들은 결속력이 비교적 약한 시민, 소비자, 직원들을 착취해서 이득을 얻는 경우가 많다.   

이를 정리하자면 탈중앙화는 단일 요소가 아니라 복합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는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탈중앙화가 기존의 플랫폼이 지닌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것이고, 이 둘은 공통적으로 탈중앙화에 대한 논의를 플랫폼 즉, 프로토콜 레벨에서 다루고 있다.  

[그림출처] “The Meaning of Decentralization” Vitalik Buterin


그러므로 블록체인에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또는 이더리움의 라이벌을 자처하며 탄생한 블록체인 프로토콜에게 요구되는 탈중앙성과, 블록체인 위에 올라간 서드파티인 Dapp에게 요구되는 탈중앙성은 다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언급할 때 해당 프로젝트의 프로토콜과 Dapp 여부와 상관없이 뭉뚱그려 표현하는 상황이라 탈중앙화의 정도를 논할 때도 서드파티에게 프로토콜에 준하는 탈중앙성을 얘기하기도 한다. 프로토콜은 어플리케이션이 잘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발판이고, 블록체인 프로토콜은 기존의 중앙화된 플랫폼이 가진 문제점들과 대비되어 서드파티들이 신뢰하고 참여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서드파티가 반드시 탈중앙화될 필요는 없다. 가령 유튜브를 예로 들면, 구글이라는 중앙화된 플랫폼 위에 올라갔지만, 생태계 참여자들과 수익을 쉐어하며 성장하는 구조적인 탈중앙화 모델로 볼 수 있다. 유튜브의 성공적인 사례가 구조적 탈중앙화가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면서 생태계 참여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Dapp이 가야 하는 길

블록체인 프로토콜 위에서 유튜브 모델을 만든다면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에게 별도의 계좌를 받아야만 보상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자체 토큰으로 즉시 보상하여 유동성을 높이거나, 시청자들에게 생태계 참여 행위에 대하여 마이크로 보상을 해줄 수도 있다. 지금도 블록체인판 유튜브를 꿈꾸는 모델이 시장에 나와있지만 토큰이코노미가 제대로 워킹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매출에 기반하여 수익의 일부를 나누는 유튜브와 달리, 현재 대부분의 Dapp은 매출 없이 인센티브로 토큰을 지급함으로써 토큰의 가격이 유지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블록체인 Dapp이 우수한 Use case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매출에 기반해 수익을 나누는 모델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서드파티로서 Dapp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는 것은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기술이 최고의 경쟁력이 되지만 기업의 목표는 시장에서의 성공이지 기술의 성공이 아니다. 기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잊는다면, 시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기술이라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고객은 기술이 아닌 가치를 구매한다. 그러므로 이더리움이나 이오스 등 블록체인 프로토콜 위에서 서드파티로서 Dapp을 만들고 비즈니스를 하려면, 탈중앙화에 대한 고민보다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장점을 잘 살려 유저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Killer App의 탄생은 더욱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INBEX 바로가기

[INBEX BLOCKBUSTERS][고려대 KUBL : 이 천] 탈중앙화라는 신기루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