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BEX(인벡스) BLOCKBUSTERS][서강대 SGBL : 정현빈] 암호화폐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가능성에 대하여
우리가 주도권을 잡았던 적이 있었나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되찾을’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생각해 보면 애초에 우리가 자력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쥐었던 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암호화폐 대신 가상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하던 그 시절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면, 업계 화젯거리 중 하나가 중국이 시장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이때 갈 곳을 잃은 중국발(發) 투자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왔나. 김치 프리미엄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주장은 그럴듯하지만, 그 프리미엄을 우리가 자력으로 형성했다는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분주한 외국과 조용한 한국
이후 약 1년간 우리나라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뭐라도 해온 것이 있나 하면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지난 세 개의 글에서 다룬 것처럼 해외에서는 암호화폐 시장과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여 국가별 상황에 맞춰 받아들이고 활용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저 침묵할 뿐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중소 거래소와 다단계 사기꾼들이 판을 쳤고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봤나. 또 얼마나 답답했으면 민간단체(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자율 규제안이라도 만들어 사용할 정도인가.
그나마 최근 ‘꿈틀’ 거리는 점이 있다면 규제 샌드박스가 시작되었다는 것인데, 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 분야에서 신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9년 1월 시행된 이 제도에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 심의를 신청했다고 알려졌으며 이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 업계 활성화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기회는 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암호화폐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냐고 묻는다면 ‘기회는 있다’라고 답하겠다. 희망 회로가 아닌, 사실에 기반한 근거를 두 가지 제시하고 싶은데, 먼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 뛰어든 국내 대기업의 존재이다. 삼성은 삼성SDS에서 EEA(이더리움 기업 동맹)에 가맹하고 삼성전자에서 채굴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등 업계에 빠르게 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9년 1월 31일 기준으로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내장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기업이 국가를 넘어서는 초국가 기업 시대에 다소 어긋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블록체인 업계를 선도하는 국내 대기업이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다음으로 아직 중국 암호화폐 시장이 닫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언제나 중국의 영향을 받는 곳이며, 실제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많은 블록체인 기업(암호화폐 거래소 등)이 한국을 찾고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 해외의 많은 기업을 받아들여 크립토밸리로 거듭난 스위스처럼, 지금이라도 신속히 제도를 마련하여 이들을 받아들인다면 이미 앞서나간 다른 나라들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서는 것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