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섬웨어로 사용자의 파일을 암호화한 뒤 ‘돈을 지불하면 암호를 풀 수 있는 키를 주겠다’라는 방식으로 협박하면 리스크가 줄어든다. 이때 추적을 피해 돈을 받기 위해 나온 게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다” - 2019년 2월 20일 전길수 금융감독원 IT・핀테크전략국 선임국장
대기업, 스타트업, 대학교, 연구소, 학회 그리고 정부 기관까지 모두 나름의 방법으로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관련 정책을 만들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신뢰받는 제3기관이 필요 없는 탈중앙화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이를 제도권의 범위 안에 넣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혼란을 막고 사기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테두리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블록체인 기술을 제도권에 넣으려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이제 전길수 금융감독원 IT・핀테크전략국 선임국장의 발언과 여러 다른 나라 주요 인사들 발언을 비교해보며 우리나라와 다른 점과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알아보겠다.
싱가포르, 5단계 중 2단계 마무리 중
"Don't fear doing experiments and don't fall into traps of signaling policy changes. Some regulators are afraid to do experiments because of this tremendous external pressure on them. We are trying to drive that culture globally" - 2017년 10월 Sopnendu Mohanty, MAS 핀테크 수석담당자
2017년 10월, Mohanty 수석 담당자가 CNBC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많은 당국자는 외부의 압박에 눌려 실험을 두려워하고 있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에 이른 시기부터 싱가포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해왔는지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일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캐나다의 Jasper 프로젝트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작한 싱가포르의 ubin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회사 간 실시간 총액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프로젝트에는 싱가포르 통화청(MAS),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 딜로이트, 나스닥, 아쿠안(테크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총 5단계로 구성되며, 현재는 기본 기능이 구현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1단계, 결제 유동성 절약기능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2단계 막바지인 상태이다.
담당자의 발언, 프로젝트 참가자 구성 그리고 단계별로 목표를 정해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왜 블록체인 허브로 자리 잡아가는지 알 수 있다.
미국, 투자자 보호 우선
“We are now focused on protecting investors who are getting hurt in this market” - 2018년 4월 30일 Robert J. Jackson, SEC 의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로버트 잭슨 의원이 CNBC와 인터뷰 중, “Does that suggest you are about to regulate this market or does that suggest you are about to ban this market?”이라는 질문에 둘 다 아니라고 답하면서 추가로 한 말이다.
약 1년 전에 했던 발언이지만, SEC가 블록체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SEC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과 불법적인 방법으로 투자자의 자금을 갈취한 부분에 대해서만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 자체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면서 투자자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명확한 목표가 있고 그것에 맞게 행동하고 있다.
한국의 현주소
싱가포르와 미국 당국은 각각 입장이 명확하고 만드는 것에 대한 철학과 이해가 충분하며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부분은 협업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이는 현재 국내 기관들의 문제점과 연관이 있다.
현재 한국 당국의 태도에는 3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민간의 힘을 정부가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
둘째, 정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것.
셋째, 확실한 입장과 목표 그리고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1, 2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은 블록체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공부하는 학회들과 끊임없이 만나는 것이다. 업계, 학회 그리고 기관이 같이 모여 지속적으로 얘기를 나눈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1]. 이런 대화는 기관과 당국도 입장 정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 관련 법안과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블록체인의 본질, 가치와 현재 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그 진행 과정도 명확한 목표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다. 조속히 확실한 입장과 타임라인이 나왔으면 한다. 그것이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아 마치기 전에, 다시 한번 봐야겠다. “… 랜섬웨어로 사용자의 파일을 암호화한 뒤 ‘돈을 지불하면 암호를 풀 수 있는 키를 주겠다’라는 방식으로 협박하면 리스크가 줄어든다. 이때 추적을 피해 돈을 받기 위해 나온 게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다.” 나는 몰랐다[2].
[1] 업계는 앞으로의 기조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고, 학회는 자신의 연구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고 기관은 현 국내 시장 파악과 그것에 맞게 정책을 펴나가며 동시에 학회와 업계를 적절하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2] 당시 전길수 금융감독원 IT・핀테크전략국 선임국장이 발언한 것의 주제는 금융과 사이버 사기와 보안이었다. 실제로, 랜섬웨어로 암호화하고 비트코인과 다크 코인을 보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악용되는 사례 중 하나일 뿐, 이를 위해 비트코인이 등장했다는 것은 어느 맥락에 붙여도 사실일 수가 없는 부분이다. 분명히 말에 의중이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발언한 것은 옳지 않다. 또 그 발언 속에 금감원이 암호화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느껴지니 아쉬울 따름이다.
<참조>
- http://www.mas.gov.sg/Singapore-Financial-Centre/Smart-Financial-Centre/Project-Ubin.aspx
- https://www.cnbc.com/2017/10/26/singapore-cryptocurrency-blockchain-trial.html
- http://www.metzdowd.com/pipermail/cryptography/2008-October/014810.html
- https://www.coindeskkorea.com/금감원-암호화폐가-사이버-사기-다시-활개치게-했다/